미 연방대법원 대다수 재판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쿡(Lisa Cook) 해임을 즉시 허용해 달라는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 구두 변론 이후 내려질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쿡에게 광범위한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26년 1월 26일, 로이터 통신(기자 Jan Wolfe)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사안의 핵심 쟁점을 폭넓게 결론짓기보다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하급심으로의 환송 등 제한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그럴 경우 대통령이 쿡을 해임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대통령에게 연준 관료를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 같은 중대한 법리적 질문들은 일단 유보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쿡 해임 시도와 법무부가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제롬 파월에 대해 착수한 별개의 형사 수사는 1913년 연준 창설 이래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최대의 도전으로 평가된다.
제한적(미니멀리스트) 판결 가능성
로드아일랜드의 로저 윌리엄스대학 법학 교수 피터 마르굴리스는 “대법원은 광범위한 법리적 선언을 피하고 가능한 한 최소한의 결정으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릴 방안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방 법원 판사인 지아 콥(Jia Cobb) 판사가 9월 내린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즉시 중단시켜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콥 판사의 명령은 트럼프가 지난달 쿡을 해임하려는 시도를 중지시킨 바 있다.
행정법원(미 연방 항소법원)인 워싱턴 D.C. 회로법원은 이후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불리한 제한적 판결을 내리면 콥 판사의 예비명령은 유지되며, 대법원은 하급 심급 법원에 이 사건의 본안 판단을 향해 어떻게 절차를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현재 보수 성향의 6대 3 다수(6-3 보수 우위)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긴급 구제(emergency relief) 사안에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연준의 제도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을 둘러싼 복잡한 법리 문제가 얽혀 있어 신중함이 두드러지고 있다.
법률적·제도적 배경(설명)
의회는 연준을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며, 연준 이사들을 대통령이 “for cause”(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해당 법률은 “for cause”의 구체적 정의나 해임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 문구의 해석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1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통상적으로 금리 결정이 정치적 단기 이익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필수 요소로 본다. 이는 물가 안정과 장기적 경제안정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정치권의 단기 압력으로부터 금리정책을 보호하는 장치로 인식된다.
구두 변론에서의 쟁점과 재판관들의 우려
수요일(원문: during the arguments on Wednesday) 진행된 구두 변론에서 일부 대법관들은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매우 신속하게 올라왔고, 증거를 충분히 살펴 복잡한 법적 질문들을 해소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행정부, 지방 법원, D.C. 회로법원까지 모두가 이 문제를 그렇게 속단적으로 처리할 이유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쿡은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에 게시한 편지를 통해 자신이 “즉시 해임되었다(hereby removed)“고 통보한 지 며칠 만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한 정치적 임명자가 제기한, 쿡이 두 차례 서로 다른 부동산을 주거용으로 기재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했다는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근거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쿡은 이 같은 모기지 사기 혐의가 실상은 금리정책과 관련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연준은 트럼프의 지속적인 빠른 대폭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해 왔다.
알리토는 콥 판사가 트럼프의 해임 근거에 대한 완전한 증거 기록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떤 법원도 그 사실들을 탐구한 적이 없다”며 “모기지 신청서들이 이 사건 기록에라도 포함되어 있나”라고 질문했다. 포덤대학의 제인 매너스 법학 교수는 대법관들이 그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신중하다고 평가했다.
회복 불가능한 손해, 공익, 그리고 판결 형식
트럼프가 콥 판사의 예비금지명령을 정지(stay)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는 부담은 행정부에 있다. 행정부는 정지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회복 불가능한 손해(irreparable harm)를 입는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대법관들은 또한 정지가 보다 넓은 공익(public interest)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경제학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쿡의 즉각적 해임을 허용할 경우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위험이 법원으로 하여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질문했다. 마르굴리스 교수는 “법원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 요소를 인용해 공익 차원에서 현 시점에서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명확히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대의 법학 교수 제드 슈거먼(Jed Shugerman)은 대법원의 결정이 한 문단짜리 명령(one-paragraph order) 형태로, 트럼프의 정지 요청을 기각하되 법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작년 트럼프 관련 이민 사건에서 긴급 심리 후 이와 유사한 형식을 취한 바 있다.
절차적 권리와 향후 절차
지방 법원 판사는 트럼프가 예고나 청문 절차 없이 쿡을 해임하려 한 시도가 미국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due process)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모기지 사기 혐의 또한 법률상 연준 이사를 해임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수요일의 구두 변론은 대법관들이 트럼프의 법리적 주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지만, 연준을 설립한 법률의 해석, “for cause”의 의미, 연준과 다른 정부 기관들을 구분하는 방식 등에 대해선 합의가 없음을 보여줬다. 슈거먼 교수는 대법관들이 이러한 역사적·법리적 쟁점들이 “너무 복잡하다”고 판단해 우선 이번 판결에서는 깊이 파고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대법원이 절차적 측면에서 쿡의 손을 강하게 들어 사건을 종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예컨대 대법원은 쿡이 혐의에 대해 이의제기할 수 있도록 제공된 절차가 불충분했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할 수 있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의 앤드리아 카츠(Andrea Katz) 법학 교수는 이러한 판결도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며, 연준의 독립성이 왜 필요한지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를 회피하고 절차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발언과 판결 시한
구두 변론이 있은 다음 날 트럼프는 대법원이 자신의 해임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인상을 받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아마도 이 사건이 보다 정상적인 법원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구두 변론 후 공항(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6월 말까지 예정되어 있으나 더 빨리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분석: 시장·경제에 미칠 영향
법원이 쿡의 즉시 해임을 허용할 경우 금융시장에는 단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구두 변론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일부 경제학자들은 쿡 등의 예기치 않은 해임이 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을 불러일으켜 투자 심리와 기대금리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신용시장 및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반대로 대법원이 예비명령을 유지하거나 절차적 이의를 인정해 해임을 제한하는 쪽으로 결정하면 시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 신호로 해석해 안도할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으로는 대법원이 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해 추가 사실조사와 심리를 하도록 하면, 연준 내부의 정책 신호는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는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줄여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사안이 계속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경우 장기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제도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 정책 신뢰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은 단순히 한 명의 연준 인사의 운명을 넘어서 중앙은행 제도와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당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제한적이고 절차적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크며, 핵심 법리 문제들은 향후 하급심에서 추가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