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AI, 산업용 로봇의 새 시대를 열까

산업용 로봇의 보급 속도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하게 가속화됐다. 이는 공장 현장에서의 로봇 적용 방식이 기존의 경직된 자동화에서 보다 유연하고 지능적인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2020년 전후로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2026년 1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베른슈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들은 산업용 로봇의 진화 과정을 두 단계로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사전 프로그램된 고정 경로에서 실시간 유연 경로 계획(real-time flexible path planning)으로의 전환이었다. 이 변화로 로봇은 기계 적재(machine tending), 팔레타이징(palletizing), 스마트 용접(smart welding) 등 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산업용 로봇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베른슈타인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이 초기 변화만으로는 산업용 로봇의 장기적 성장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음 단계는 경로 계획을 넘어서 복합 작업 계획(complex task planning)으로의 진입이다. 이 단계는 장기 연속 작업(long-sequence operations), 고난도 손재능 작업(high-dexterity tasks), 연성(soft) 소재 취급, 보다 심층적인 기계 간·인간-기계 협업 등 이른바 ‘두뇌’ 기능이 필요한 활동을 로봇이 수행하도록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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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로봇 침투율의 큰 차이를 보면 장기적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으며, 경로 및 작업 계획을 통한 로봇의 유연성 향상이 이러한 침투 격차를 좁힐 수 있다.”

— 베른슈타인 보고서 중

베른슈타인은 이 두 단계가 모두 구현되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산업용 로봇 출하량의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이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복합 작업 능력의 도입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산업용 로봇 산업의 성장은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진은 경고했다.


물리적 AI(Physical AI)는 바로 이 다음 단계의 개발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베른슈타인은 물리적 AI를 새로운 종류의 ‘AI 로봇’으로 한정하기보다,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다층적 생태계로 정의한다. 이 생태계는 로봇 자체와 그 디지털 트윈(디지털 쌍둥이), 멀티모달 AI가 적용된 경로·작업 계획 소프트웨어, 로봇과 환경에서 물리적 데이터를 포착하는 센서, 그리고 실제 물리 법칙에 따라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주변 세계의 디지털 표현으로 구성된다.

베른슈타인은 물리적 AI가 산업 참여자들에게 미치는 주요 영향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물리적 AI는 로봇의 기능을 확장하지만 로봇 제조업체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즉, 추가되는 ‘두뇌(brain)’와 ‘세계(world)’ 모델은 기존 로봇에 내장된 고정밀 모션 제어 알고리즘을 대체하지 않는다. 둘째, ‘두뇌’와 ‘세계’는 서로 다른 계층을 구성하며 보통 서로 다른 공급자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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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 수요의 급증도 강조됐다. 비전 기반 기술뿐 아니라 촉각 센싱(tactile sensing)과 같은 비(非)비전 기술을 포함해 물리적 데이터의 풍부성이 작업 계획과 세계 모델링에 필수적이면서 센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센서 제조업체와 관련 부품 공급망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요 로봇 제조사들은 이미 상위 소프트웨어 계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개방형 플랫폼과 시뮬레이션 도구와 연계한 외부 협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로봇 하드웨어 업체가 자체적으로 고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른슈타인이 지목한 수혜 기업으로는 일본의 파낙(Fanuc Corp.)(도쿄증권거래소: 6954), 센서·계측 분야의 강자인 키엔스(Keyence)(도쿄증권거래소: 6861), 그리고 중국계 로봇·비전 솔루션 업체인 Mech-Mind가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물리적 AI가 산업 자동화의 다음 단계를 형성함에 따라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베른슈타인은 분석했다.


용어 설명 — 독자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핵심 개념

물리적 AI(Physical AI): 물리적 AI는 로봇 하드웨어뿐 아니라 로봇의 동작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두뇌), 로봇이 존재하는 물리적 환경을 디지털로 모델링하는 세계(world), 그리고 로봇과 환경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들로 구성된 다층적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 생태계는 실제 물리 법칙을 고려한 시뮬레이션과 결합해 보다 정교한 작업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실제 기계나 설비를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설계나 운영상의 문제를 가상환경에서 미리 검증할 수 있다.

경로 계획(Path Planning) 및 작업 계획(Task Planning): 경로 계획은 로봇의 물리적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작업 계획은 여러 단계로 구성된 복합 작업을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수행할지 결정하는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 과정을 말한다.

촉각 센싱(Tactile Sensing): 로봇이 접촉을 통해 힘, 압력, 표면 특성 등을 감지하는 기술로, 연성 소재 취급이나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작업에서 중요하다.


경제적·시장적 영향 분석

베른슈타인의 분석을 토대로 보면 물리적 AI의 보급은 산업용 로봇 시장의 구조적 성장과 생태계 재편을 동시에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기존 로봇 하드웨어 출하량의 증가와 더불어 고급 소프트웨어, 센서, 시뮬레이션 도구에 대한 수요가 병행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로봇 제조업체의 제품 믹스 변화와 함께 매출 구성비의 전환을 야기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며 로봇 침투율이 낮은 산업과 공정으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 베른슈타인이 제시한 연평균 12%의 출하량 성장 시나리오는 공급체인과 부품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센서 제조업체 등 다수의 업종에 긍정적 수혜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센서·비전·촉각 기술을 가진 기업과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제공업체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전환이 관련 기업의 이익률과 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로봇 제조업체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 비중을 늘려 반복수익(Recurring Revenue)을 확보하려 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프리미엄으로 반영될 수 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와 센서 등 생태계의 중추를 쥔 신규 플레이어는 빠른 성장과 함께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 시사점 및 권고

제조업체는 생산 공정의 자동화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로봇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어떠한 수준의 자율성과 협업 능력을 요구할 것인지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공급망 책임자와 투자 담당자는 센서,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툴의 공급 안정성을 점검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한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업을 모색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파낙(Fanuc), 키엔스(Keyence), Mech-Mind 등 베른슈타인이 지목한 기업뿐 아니라 센서·비전·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보유한 중간 공급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술 성숙도, 표준화 수준, 플랫폼 경쟁 구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물리적 AI는 산업용 로봇의 적용 범위를 근본적으로 확장할 잠재력이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구조를 소프트웨어·데이터 중심의 생태계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 성장의 실현 여부는 기술 통합의 속도, 센서 및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전, 그리고 산업별 수요 확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