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가상현실(VR)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인공지능(AI) 및 인터넷 연결형 스마트 안경 쪽으로 전략을 전환하자 VR 업계 전반에 냉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026년 1월 24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자사 리얼리티랩(Reality Labs) 부문에서 VR 관련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인력의 약 10%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 감축은 퀘스트(Quest) VR 헤드셋과 같은 하드웨어 및 메타의 가상 소셜 네트워크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관련 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일부 내부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 보도에 따르면 감원 규모는 약 1,000명에 이른다.
사진: 메타 Connect 행사에서 오리온 AR 안경을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Reuters/Manuel Orbegozo)
메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리얼리티랩의 투자를 VR에서 AI와 웨어러블 기기(Ray-Ban Meta 스마트 글래스 등)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스마트 글래스는 에시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공동으로 제작한 제품이다. 메타는 추가 언급을 자제했다.
메타가 VR에 대한 투자를 축소한 것은 회사가 2014년 오큘러스(Oculus)를 약 $20억에 인수한 이후 이 분야 성장을 주도해온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하다.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2021년 사명 변경 때부터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비전을 공공연히 밝혀왔으며, 리얼리티랩은 2020년 말 이후 누적 손실이 $700억(약 7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R 겨울처럼 느껴질 수 있다” — 제시카 영(Jessica Young), 호라이즌 월드 전문 독립 VR 콘텐츠 제작자
업계 관계자들은 메타의 급작스러운 전략 전환이 VR 개발자와 생태계에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평가한다. 메타는 전통적으로 가을에 열리는 연례 행사인 메타 커넥트(Meta Connect)에서 새로운 퀘스트 헤드셋을 공개해 왔지만, 2025년 행사에서는 VR 하드웨어 대신 $799짜리 단일 디지털 화면을 내장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 안경을 선보였다. 제시카 영은 “메타가 1~2년간 새로운 헤드셋을 내놓지 않는다면 플랫폼에 신선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메타의 AI 투자 관련 조엘 캡랜 발언 이미지 (CNBC)
메타의 기술책임자 겸 리얼리티랩 책임자 앤드루 보스워스(Andrew Bosworth)는 감원 직후 VR 포기를 부인하면서도 “VR 성장세가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느리다”며 “투자를 적정 규모로 맞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스워스는 또한 오큘러스 공동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메타가 여전히 ‘규모 면에서 가장 큰 VR 팀’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데이터와 업계 분석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5년 이른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기기 부문에서 큰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XR 카테고리는 VR 헤드셋과 혼합현실(MR), AI 기반 스마트 글래스 등을 포함한다. IDC는 2025년 XR 기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41.6% 증가한 1,4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성장의 대부분은 VR과 MR이 아닌 AI 글래스 등 디스플레이 기반 제품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VR 및 MR 헤드셋 출하량은 2025년에 42.8% 감소한 390만 대로 예상되며, 나머지 AI 글래스 등은 211.2% 증가한 1,0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IDC의 연구매니저 지테시 우브라니(Jitesh Ubrani)는 VR 헤드셋 시장을 ‘니치 시장’으로 규정하며, 평균 소비자들은 긴 시간 착용하는 크고 부피가 큰 헤드셋에 관심이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시장 자체가 분명히 말했다”며 일부 열성 이용자는 계속 있을 것이지만 대중적 매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소유의 VR 게임 스튜디오인 Owlchemy Labs의 CEO 앤드루 아이체(Andrew Eiche)는 VR이 스마트폰급의 즉각적 대중화를 이루리라는 생각이 잘못된 비교라고 지적했다. 그는 VR 시장을 1983년 게임시장 붕괴 이전의 아타리(Atari) 콘솔류에 비유하며, 산업이 재편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는 밸브(Valve)의 무선 VR 헤드셋인 스팀 프레임(Steam Frame)과 삼성의 갤럭시 XR(Galaxy XR), 애플의 비전 프로(Vision Pro) 등 다양한 기기 출시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애플의 비전 프로는 $3,499의 고가 제품으로, IDC는 비전 프로의 중국 위탁생산을 담당한 럭스쉐어(Luxshare)가 신규 생산을 중단한 점을 지적하며 광범위한 소비자 수요가 충분치 않음을 시사했다. 반면 우브라니는 애플이 개발자와 기업 고객을 상대로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용어 설명: 메타버스·XR·호라이즌 월드 등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소셜 플랫폼 및 디지털 경제가 결합된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콘텐츠를 소비·창작하는 디지털 세계를 의미한다. 확장현실(XR)은 VR, MR, AR(증강현실)을 모두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호라이즌 월드는 메타가 개발한 소셜 VR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만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이며, 퀘스트(Quest)는 메타의 주요 VR 헤드셋 라인이다. 메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는 일상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AR·AI 기능을 통합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업계 파급효과와 향후 전망
메타의 전략 변화는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VR 생태계의 분포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퀘스트가 시장을 지배해 왔기 때문에 퀘스트용 앱스토어는 제3자 개발사에게 중요한 유통 채널이었다. 메타가 호라이즌과 관련 인력을 축소하면 제3자 개발사의 수익성, 신규 콘텐츠 출시 속도, 소비자 유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wlchemy Labs의 아이체는 “퀘스트 의존 구조에서 메타가 움츠리면 업계 전체가 움츠린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리얼리티랩에 대한 투자 축소는 단기적으로 메타의 비용 구조 개선 및 순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VR·AR 분야의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되면 메타가 기대해 온 차세대 디지털 서비스 수익원 확보에 장애가 될 수 있다. IDC의 출하량 데이터는 소비자용 VR 기기 수요 감소와 AI 글래스 등 새로운 기기 수요 증가라는 이중 흐름을 보여주며, 이는 제조업체·부품 공급망·콘텐츠 제작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유도할 것이다.
주가 및 투자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AI·웨어러블 집중 전략이 투자자에게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메타버스에서 기대했던 장기적 성장 동력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확대되면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VR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수축은 VR 부품 공급업체와 중소 개발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개발자 대응 및 기회
일부 업계 관계자는 기업용(엔터프라이즈) VR 시장에서 성장 여지를 보고 있다. IDC는 기업들이 직원 교육·시뮬레이션 등에서 VR 헤드셋을 도입할 경우 투자수익률(ROI)이 높다고 판단해 기업 수요는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타도 리얼리티랩 구조조정 일환으로 호라이즌의 기업 대상 매니지드 서비스(Horizon managed services)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 중심 플랫폼에서 기업 고객으로의 방향 전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VR 창작자로 활동해온 제시카 영은 호라이즌의 모바일 전환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서 계속 창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호라이즌이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됐으며, 이 플랫폼을 통해 예술적·기술적 역량을 개발한 이용자가 많다고 평가했다.
종합 평가
메타의 리얼리티랩 인력 감축과 전략적 재배치는 XR 산업 전반에 재편 신호를 보냈다. IDC의 출하량 데이터, 업계 전문가 발언, 그리고 메타의 공식 입장을 종합하면 현재 시장은 소비자용 VR의 수요 둔화와 AI·스마트 글래스 등 새로운 폼팩터의 성장으로 양분되는 전환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용 도입 확대, 무선·경량화된 디바이스의 출현, 그리고 다양한 하드웨어 공급자의 참여로 시장이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 참가자와 투자자는 메타의 행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개발사들은 플랫폼 의존도를 분산하고 기업용 수요 대응 및 멀티플랫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1~3년 내에 출시되는 신제품과 각사의 생태계 전략이 VR 시장의 다음 국면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