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쿡(Lisa Cook) 해임 시도에 대해 즉각적 집행 정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해임 권한의 법리적 범위나 대통령이 연준 관료를 해임할 수 있는 전권 여부 같은 중대한 법적 질문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채,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려 추가 사실조사를 지시하는 좁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
2026년 1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연준 개입 시도가 연방준비제도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1913년 연준 설립 이래 최대의 도전으로 평가된다. 연방대법원은 이번 주 구두변론을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며, 판결문은 6월 말까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사건 개요 및 절차적 현황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지방법원 소속 지아 콥(Jia Cobb) 판사가 지난 9월 내린 예비금지명령을 즉시 정지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콥 판사의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월에 쿡 이사 해임을 시도한 것을 멈추게 한 것이다. 이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행정부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현재 대법관들은 쿡 이사의 해임 절차와 관련한 사실관계의 부족,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적 쟁점과 대법관들의 태도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좁은 범위의 판결을 통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 추가 사실조사와 증거조사를 거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로저 윌리엄스대학의 피터 마르굴리스(Peter Margulies) 교수는 대법원이 “광범위한 선언을 내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판결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의 구두변론 주요 발언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Samuel Alito) 대법관은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서두른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행정부, 지방법원, D.C. 순회법원이 왜 이렇게 급하게 처리했는지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알리토 대법관은 또한 콥 판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해임 근거에 대해 충분한 사실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이는 정황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사건의 기록에 주택담보대출 신청서가 포함돼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증거기록의 부재를 지적했다.
트럼프 측 주장과 쿡 이사의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소속 정치 임명자가 제기한, 쿡 이사가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했다는 주장 등을 이유로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쿡 이사는 이 같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가 금리 정책을 둘러싼 불만, 즉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신속하고 대규모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반발을 위한 구실이라고 반박했다. 쿡 이사는 트럼프가 자신의 Truth Social 계정에 게시한 서한으로 수일 만에 해임 의사를 통보받았다. 해당 서한에는 그녀가 “hereby removed” 되었다는 표현이 포함돼 있다.
절차적 권리와 헌법 문제
하급심 판결은 트럼프의 해임 시도가 사전 통지나 청문 절차 없이 진행된 점에서 쿡 이사의 행정절차법상 및 헌법상 정당한 절차(due process) 권리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콥 판사는 트럼프가 제시한 근거가 연준 이사를 해임하기 위한 법적 ‘for cause'(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준을 규율하는 법률은 대통령이 연준 총재·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경우를 ‘for cause’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 용어의 구체적 의미와 해석 절차를 법률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이 마주한 난제: 법리적 해석과 역사적 검토
대법관들은 연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의회가 설계한 구조, ‘for cause’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연준을 다른 행정기관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라는 복잡한 역사·법리 문제를 모두 일거에 해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덤대학의 제인 매너스(Jane Manners) 교수는 대법관들이 ‘이 사건을 판단할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영향에 대한 법정 서면과 대법관의 우려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여러 경제학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즉시 해임을 허용하면 경기 후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대법원으로 하여금 신중히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법학자 피터 마르굴리스는 대법원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irreparable harm)” 요소를 인용해 공공이익 관점에서 즉각적 해임 허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재판 전망과 판결 방식
보스턴대학의 제드 슈거먼(Jed Shugerman) 교수는 대법원이 간단한 한 문단짜리 명령으로 트럼프의 집행정지 요청을 기각하되 상세한 법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법원이 과거 긴급심사 사건에서 취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반면 일부 법률전문가는 대법원이 절차적 불충분을 근거로 쿡 이사에게 더 강력한 구제 조치를 부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예컨대 대법원이 콥 판사가 쿡에게 보장한 절차가 불충분했다며 사건을 종결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도 연준 독립성의 필요성을 광범위하게 선언하기보다는 절차적 문제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용어 설명
‘for cause’란 연준 이사 등 독립적으로 임명된 관료를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한 법적 표현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불일치나 정책적 판단 차이만으로는 해임할 수 없고, 부정행위·직무유기·중대한 법규 위반 등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미국 헌법상 due process(정당한 절차권)은 공무원 또는 개인이 법적 권리를 잃거나 제한될 때 사전 통지와 심리 등의 최소한의 절차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시장과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전문가 분석)
대법원이 트럼프의 즉각적 집행정지 요청을 허용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 확대, 주식시장의 변동성 증가, 달러화 환율의 불안정 등이 우려된다.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반영해 장기금리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소비·투자가 위축돼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 쿡 이사 편을 들어 절차적 보호를 확인하면 단기적 충격은 완화될 수 있으나, 향후 유사 분쟁에서 법적 선례가 불명확하게 남는다면 연속적인 정치적 리스크는 지속될 수 있다.
기타 관련 사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12개월 전 취임 이후 긴급심사 방식으로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례들이 여러 건 있었던 것과 달리, 대법관들이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두변론 다음 날인 1월 22일(현지시간) 항공기에 탑승한 채 기자들에게 “법원이 다만 이 사건은 보다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발언했다.
결론과 향후 일정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광범위한 법리적 선언을 피하고 절차적 보완을 요구하는 좁은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사건은 하급심으로 되돌아가 추가적 사실관계 확정과 증거조사가 진행될 것이며, 향후 다시 대법원으로 재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6월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정리
이번 사건은 연준 독립성과 대통령의 해임권 범위를 가르는 중대한 법적·경제적 쟁점이다. 대법원은 당장의 시장 충격을 고려해 절차적 보완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며, 법적 논점의 다수는 하급심에서 추가로 정리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