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의회가 승인한 자금을 중단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2026년 1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 연방법원 판사인 타나 린(Tana Lin)은 금요일 트럼프 행정부가 2021년 의회가 제정한 프로그램의 자금 집행을 중단한 것은 법률이 정한 행정 절차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며 원고인 20개 민주당 주(州)와 컬럼비아 특별구(워싱턴DC)의 손을 들어주었다.
린 판사는 연방법무부와 연방고속도로국(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 FHWA)을 지목하며 이 기관들이 “NEVI Formula Program의 전원 코드를 콘센트에서 뽑아버렸다(yanked the NEVI Formula Program’s cord out of the outlet)”고 표현했다. 판결문은 이 같은 조치가 IIJA(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기반시설 투자 및 일자리 법)가 정한 재정 집행 구조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Defendants defied the will of Congress by withholding funds in a manner not contemplated by the IIJA,” 라고 린 판사는 판결문에 적었다.
사건의 핵심 배경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NEVI(국가 전기차 인프라 공식 프로그램, 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서명한 IIJA에 따라 총 50억 달러 규모로 설계돼 각 주정부에 충전소 구축 자금을 배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교통부(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DOT)는 2026년 2월에 이 프로그램의 자금 집행을 일시 정지했다.
교통부의 정지 조치는 각 주가 이미 배정받은 수십억 달러의 자금 집행을 중단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워싱턴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들과 워싱턴DC는 2026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원고들은 DOT가 정당한 근거 없이 자금을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교통부는 초기에는 해당 조치가 단기적인 일시 중단(temporary pause)이라고 주장했으나, 린 판사가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린 뒤 기관은 새 지침을 내면서 일시 중단을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판결문은 IIJA가 자금 지급의 일시적 중단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판시했다.
법적 결과와 판결의 핵심 내용
린 판사의 명령은 교통부가 각 주의 자금을 회수하거나 이미 승인된 이행 계획(implementation plans)을 취소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즉, 해당 주들은 법원의 판결로 인해 충전소 구축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주 법무장관 닉 브라운(Nick Brown)의 대변인 마이크 폴크(Mike Faulk)는 성명을 통해 “판사 린의 명령은 법치주의와 우리의 청정에너지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에 대한 강력한 승리”라고 밝혔다.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정치적 배경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차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교통부 장관인 션 더피(Sean Duffy)가 2026년 2월 취임한 직후 NEVI 자금 집행이 중단된 사실은 이러한 정책 기조와 맞물려 해석되었다.
원고 측 주들은 이번 자금 보류로 인해 인프라 구축 일정이 지연되고 관련 산업 생태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방정부 측은 초기에는 “일시적 중단”이라고 표현했으며, 이후 법원의 예비명령과 기관의 새 지침이 나오면서 일부 절차적 변경을 시도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언급되는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NEVI(국가 전기차 인프라 공식 프로그램)는 연방정부가 주별로 전기차 급속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포뮬러 방식으로 자금을 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IIJA(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는 2021년 의회가 승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법으로 도로, 교량, 전력망, 인터넷,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방자금을 규정한다. 또한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정 행위를 잠정적으로 중지시키는 법원의 임시 명령을 의미한다.
경제 및 시장에 미칠 전망
이번 판결은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는 건설사, 충전기 제조업체, 전력 공급업체와 연계된 주(state) 예산 집행에 안정성을 제공한다. 연방자금의 집행이 재개됨에 따라 주정부의 충전소 설치 계획은 다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면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심리 개선과 함께 전기차 관련 부품, 충전 설비, 배터리 등 공급망에 대한 투자 유인이 강화된다. 이는 전기차 관련 기업의 매출 증가와 고용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상원은 다음 주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며, 해당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EV 충전 네트워크를 위해 승인된 자금 중 8억7,900만 달러(879 million dollars)를 다른 기반시설 우선순위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입법적으로 자금이 재배치된다면 주 정부의 충전소 건설 계획은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법적·정책적 함의
린 판사의 판결은 행정 기관이 의회의 명시적 입법을 재해석하거나 이를 벗어난 방식으로 자금을 보류하는 데 제한을 가했다는 점에서 행정법적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과 의회가 정한 재정 집행 메커니즘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연방-주 간 재정 권한 분배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향방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전기차 전환에 반대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하려는 연방 정책과, 이를 촉진하려는 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
이번 판결은 NEVI 프로그램의 자금 집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주정부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조속한 구축을 기대해 온 주 및 환경단체들에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향후 의회 입법(상원의 법안 심사)과 행정지침의 변화 여부, 그리고 정치적 흐름에 따라 실제 인프라 확충 속도와 자금의 최종 사용처는 다시 변동될 수 있다.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 등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법원의 결정이 주 정부들이 법에 따라 확보한 자금을 사용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행정부의 향후 행보와 의회의 추가 입법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