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고위 인사들의 참석이 행사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며 참석자들 사이에 공포와 체념이 교차했다. 행사의 여러 참여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일부 정책, 예컨대 유럽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은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그 방식과 태도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2026년 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보스의 얼어붙은 거리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 인사들이 지나가자 현장에는 불안감과 때로는 혐오가 섞인 체념이 감돌았다. 많은 참석자가 트럼프의 발언 방식에 충격을 받았고, 이는 포럼의 분위기와 의제 설정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현장 발언과 반응
“여기 온 것은 일종의 압도였다. 완전한 트럼프 쇼였다”
이란 발언은 바젤의 주(州) 정부 수장인 콘라딘 크레이머(Conradin Cramer)가 1월 21일(현지시각) 트럼프의 연설 직후 로이터에 한 말이다. 크레이머는 트럼프가 유럽과 유럽적 가치에 대해 매우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그 사실이 본인에게 공포스럽다고 전했다.
회의의 성격과 주요 장면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를 지난 50년간 WEF 행사 가운데 아주 사건이 많은 회의 중 하나로 평가했다. WEF는 올해 행사의 주제를 ‘A Spirit of Dialogue’로 표방했으나, 현장에서는 트럼프와 미국 측 인사들의 발언이 전반적 의제를 크게 지배했다. 트럼프는 네덜란드 총리 마크 루터(Mark Rutte), NATO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그린란드 관련 합의에 합의하는 장면도 연출했고, 자신의 새로 구성한 Board of Peace 서명식도 주관해 여러 정상급 인사들을 다보스로 끌어들였다.
주요 참석자·대화
우크라이나 문제 또한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i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목요일 다보스를 방문하면서 평화 협상 가능성이 화제에 올랐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Kirill Dmitriev)가 다보스에 와 미국 측 인사들과 논의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보스에 온 첫 러시아 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WEF 조직과 영향력 있는 인물
이번 행사는 지난해 WEF 창립자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의 퇴임 이후 개최된 첫 회의였다. 복수의 참석자는 블랙록(BlackRock)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Larry Fink)가 이번 회의를 주도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핑크는 WEF 공동 의장(co-chair)으로서 일론 머스크(Elon Musk) 등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의제에 포함시키는 역할을 했고, 트럼프는 핑크가 “자신이 건드리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꾼다”고 평가했다.
의제의 편향성과 기후의제 축소
일부 세션의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의를 피하는 모습이 관찰됐고, 전체 프로그램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해 온 주제를 크게 우회했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세션은 올해 4개에 불과했는데, 이는 2022년의 16개와 비교하면 현저한 감소다. 이러한 축소는 기후 의제가 포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발언 시간과 참석자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한 시간 넘게 연설을 이어갔고, 질문·응답 시간 동안에도 일부 대표단은 이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리더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계 은행 두 곳의 관계자는 본지에 무역 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업 환경과 투자 심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금융에 대한 잠재적 영향 분석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의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무역분쟁 우려의 고조는 글로벌 투자심리를 약화시켜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어 국채 금리와 달러·엔 등 안전통화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방위비 증액 요구와 지정학적 긴장 증대는 에너지 가격과 방위산업 관련 섹터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영향의 강도와 지속성은 향후 정책 실행 여부와 국제사회 대응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장 비즈니스와 기술 의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보스에서는 비즈니스 성과도 이어졌다. 기업 경영진들은 고객·거래처와 만남을 이어가며 지정학·무역에서부터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과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바클레이즈 유럽 CEO 프란체스코 체카토(Francesco Ceccato)는 이번 회의가 “무시할 수 없는 지정학적 혼합”을 보여주었다고 전하면서도 AI와 관련된 투자 리스크·에너지 수요 등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대화”가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회합·파티와 여담
행사장 주변의 파티와 회합에서는 늘 그렇듯 가십과 루머가 오갔다. 한 소문은 트럼프의 도착 시 휴대전화와 인터넷 네트워크가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정상 작동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미국 상무장관(기사 인용에 따른 명시)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이 블랙록이 주최한 만찬에서 유럽을 강하게 비판하자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가 자리를 뜬 장면이 현장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용어 설명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로서 정치·경제·학계·시민사회 등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국제 현안과 경제·기술·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 등 자산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의 한 종류로, 가격 안정성을 목표로 한다. Board of Peace는 본 기사에서 언급된 트럼프 측이 주도한 새로운 기구 명칭으로, 행사 중 서명식이 진행되었다는 점만 보도되었다.
결론
다보스 현장은 트럼프의 등장이 행사의 방향과 담론을 크게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발언은 일부에서 정책적 타당성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방식과 어조에 대한 반감이 컸다. 향후 이러한 분위기가 실제 정책 전환과 국제 무역·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신중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참석자들은 다보스를 통해 단기적 거래와 네트워킹을 이어갔지만, 전반적으론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와 시장 심리 안정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