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요 재무·경제 수장들은 세계 질서가 변화하고 있지만 붕괴(rupture)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일부에서 제기된 ‘새로운 강권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신중한 반론을 제시했다.
2026년 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총리로 소개된 마크 카니의 연설을 계기로 국제 질서의 변화와 규범 기반(〈rules-based〉) 질서의 붕괴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카니는 연설에서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Thucydides)를 인용하며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감수해야 한다“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나는 마크와 완전히 같은 생각은 아니다”라며 ‘붕괴’라는 표현 대신 대안(alternatives) 모색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라가르드는 “우리는 단절(rupture) 대신 약점, 민감한 지점, 의존성, 자율성을 더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라가르드는 최근 열린 다보스 만찬에서 미국 상무장관으로 소개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의 유럽 비판 연설 도중 이 만찬장을 떠난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금요일(행사 마지막 날)에는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응고지 오콘조이웰라는 불확실성이 이번 달만큼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과거의 안정적 질서로 완전히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콘조이웰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되사겠다고 협박한 사건을 예로 들며, “우리는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상황이 지금보다 완만해지고 미래에는 다소 더 안정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자국과 지역의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이 같은 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평가하며, 수년간 진행되어온 구조적 변화와 충격(shocks)의 반복을 수용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대사를 인용해 “
우리는 더 이상 캔자스에 있지 않다(We are not in Kansas anymore)
“고 말했다. 이는 이전의 익숙한 환경이나 규범이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표현이다.
현장 에피소드로, 라가르드는 다보스의 한 만찬에서 유럽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하워드 러트닉의 연설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라가르드는 이후 행사장에서 “지난 며칠간 유럽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비판은 우리를 더 집중하게 만들고, 플랜 B를 준비하게 했다“고 밝히며 일부 비판을 긍정적 자극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용어 해설
규범 기반(global rules-based) 질서는 국제법·조약·다자간 규범을 중심으로 국가 간 행동을 조정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 용어는 국력의 일방적 행사보다 규칙과 합의에 따른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반대로 ‘강권적 질서’는 일부 강대국이 군사적·경제적·정책적 압박을 통해 규범을 무시하거나 재편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다
또한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록하면서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이름이 인용되는 문맥은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power politics)가 재부상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경제적·정책적 시사점 및 전망
다보스에서의 논쟁은 단지 외교적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여러 경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무역 불확실성 증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이는 특정 국가·지역의 수출입 구조와 제조업 체인에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수입선 다변화와 재고 확대, 지역화(regionalization) 전략은 기업들의 단기 비용을 늘리지만 중·장기적으로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규범 기반 질서의 약화에 대한 우려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국채 스프레드와 기업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안전자산(미국 국채, 금 등)에 대한 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경계 강화를 통해 정책금리 운용과 자본 유출입 관리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다.
정책적 권고로는 각국의 재무·경제 당국이 자국 및 지역의 자율성·회복력 강화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는 에너지·식량·핵심소재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적 재고 확보, 디지털·물류 인프라 투자로 구체화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나, 라가르드와 오콘조이웰라의 발언처럼 완전한 붕괴보다는 불안정의 지속과 점진적 재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와 정책결정자 모두 ‘플랜 B’와 ‘회복력(Resilience)’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종합
2026년 1월 23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논의는 국제 질서의 변화와 이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크 카니의 경고적 해석과 달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은 단절보다 적응과 회복력 강화을 강조했다. 향후에는 규범 기반 질서의 일부 약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정책·기업 차원의 대응이 경제 흐름과 시장 변동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