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험 완화·미국 공급 증가로 원유 가격 급락

3월물 WTI 원유 선물은 장중 급락해 마감 기준으로 -1.26달러(-2.08%) 하락했고, 3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0.0408달러(-2.17%) 하락 마감했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협상 진전 신호와 미 원유재고의 예상 외 증가 소식에 따라 크게 밀렸다. 다만 목요일 장에서 달러화 약세는 에너지 가격에 일부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6년 1월 23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회담 진전 신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의 향후 수일 내 3자 실무회의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어 글로벌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격 하락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통계가 목요일에 발표되면서 하락세는 가속화되었다. EIA는 1월 16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360만 배럴 증가했다고 보고했고, 휘발유 재고는 +598만 배럴 증가해 거의 5년 만의 고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휘발유 재고 +147만 배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주간 휘발유 수요는 전주 대비 -5.7% 감소해 7.834백만 배럴/일로 2년래 저점을 기록했으며, 중유류(디스틸레이트) 재고도 +330만 배럴 올라 2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WTI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저장고 재고는 +142.8만 배럴 증가해 9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목

시장 요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복합적이다. 한편에서는 지정학적 요인이 여전히 가격을 지지했다. 전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결정적(decisive)” 군사 옵션을 고문들에게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군은 중동에 항공타격 전력을 파견 중이다. 로이터는 일부 미군 인력이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에서 철수 권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내 유혈 진압과 이에 따른 불안은 이란산 원유(하루 평균 생산량 3백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다른 공급 리스크로는 카자흐스탄의 생산 차질이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텡기즈(Tengiz)와 코롤렙(Korolev) 유전의 발전기 화재로 해당 유전들이 일시 폐쇄되며 카스피해 연안의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터미널로 유입되던 약 90만 배럴/일 규모의 원유가 차단되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최근 5개월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화하면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일부 제한한 점과, 11월 말 이후 발발한 러시아 탱커에 대한 공격(발틱해에서 최소 6척의 탱커 공격) 및 미국·EU의 대러 제재 강화는 공급 측 리스크로 작용해 가격을 지지해왔다.

국제기구와 시장 데이터도 혼재된 신호를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 추정치를 전월의 3.815백만 배럴/일에서 3.7백만 배럴/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EIA는 반면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기존의 13.53백만 배럴/일에서 13.59백만 배럴/일로 상향하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전망은 95.68 쿼드릴리언 BTU에서 95.37 쿼드릴리언 BTU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물류·재고 지표에서도 변동이 관찰된다. 에너지 데이터 회사 Vortexa는 1월 16일 마감 주간을 기준으로 7일 이상 정박한 채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이 전주 대비 -8.6% 감소해 1.1518억 배럴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중국 수요는 여전히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10% 증가해 1,220만 배럴/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비축 재고 재축적이 진행 중이다.

주목

생산 정책 면에서는 OPEC+가 2026년 1분기 증산 중단 방침을 유지한 것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12월에만 +137,000 배럴/일 증산하기로 했고, 이후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총 220만 배럴/일의 감산분을 서서히 복원하려는 과정에 있으며, 현재까지 아직 복원하지 않은 물량은 약 120만 배럴/일로 알려졌다. OPEC의 12월 원유 생산은 +40,000 배럴/일 증가해 2,903만 배럴/일를 기록했다.


용어 설명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미국 유가 기준으로 서부 텍사스 산 원유를 뜻하며, 국제 원유선물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정유된 가솔린의 규격화된 상품이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를 의미하며, 이들 기관의 주간 재고 및 전망치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를 지칭한다. 단위인 bpd는 ‘배럴/일(barrels per day)’을 의미한다.


향후 영향과 전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정상화 기대와 미국의 재고 증가가 결합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협상 신호가 실제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 즉각적인 초과공급을 초래해 유가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예: 미국의 이란 공격 결정)는 하루 평균 3백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이란의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워 유가를 급등시킬 수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다음 요인들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주간 재고 흐름과 커싱(Cushing) 저장고 변화는 WTI 근월물 가격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다. 둘째, 카자흐스탄의 생산 차질(약 90만 배럴/일 규모)과 우크라이나·러시아 해상공격 등은 공급 차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의 수입 강도(12월 1,220만 배럴/일)와 재고 축적 속도는 수요 측의 구조적 지지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마지막으로 OPEC+의 정책(증산 재개 시기와 규모)은 공급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종합하면, 현재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불안), 정책 변수(OPEC+ 증산 계획), 그리고 재고·수요 지표(EIA 주간보고, 중국 수입) 간의 상충된 신호 속에 놓여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증가와 평화협상 기대가 우세해 가격 하락 압력이 우세하지만, 군사적 긴장 고조나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는 급격히 반등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에너지 관련 산업 관계자는 재고 보고서, 지정학적 이벤트, OPEC+ 회의 일정, 그리고 중국의 수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보도 시점에 본 기사에 언급된 증권들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 기사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기사 내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것이며 반드시 나스닥(Nasdaq, Inc.)의 견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