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최근 지정학적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1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과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투자 심리를 흔들었고, 이 여파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리스크자산을 재조정하며 통화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한편 일본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정책결정을 앞두고 약세를 보이며 한 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조짐이다.
2026년 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지정학적 상황 변화는 달러화에 큰 부담을 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합의를 통해 미국의 그린란드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발언한 뒤 유럽에 대한 관세 위협을 철회하고 덴마크의 자치 영토인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빼앗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입장을 급히 선회하자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달러는 이번 주 초 지정학적 긴장 심화 속에서 미국 자산이 일시적으로 큰 압박을 받으면서 통화시장 전반에 걸쳐 약세를 보였다. 달러 지수(Dollar Index)는 98.329에 머물렀으며, 직전 거래일에 0.58% 하락했다. 이로써 달러는 주간 기준으로 약 1% 하락할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2025년 1월 이후 가장 나쁜 주간 실적이다. 유로는 달러 대비 $1.1751 수준에서 보합권에 머물렀고, 파운드는 $1.3496 부근으로 최근 2주 내 고점 근처에서 거래됐다.
전문가 의견과 시장 반응
Thierry Wizman, Macquarie Group 글로벌 FX·금리 전략가는 “그린란드 합의는 즉각적 관세·침공 우려를 해소하지만, 동맹 간 소원해진 관계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이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는 환경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발언의 실체적 효과와 동맹국 간 불협화음이 중장기적으로 증폭될 경우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와 달러 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달러 약세는 위험자산 회귀와 함께 유럽·신흥시장 통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제 무역·금융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BOJ(일본은행) 결정과 엔화
금융시장의 시선은 금요일 발표될 일본은행의 정책결정에 집중돼 있다. BOJ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고점으로 인상한 뒤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총재 카즈오 우에다(Kazuo Ueda)의 기자회견 발언에서 다음 금리 인상 시점과 정책 기조의 방향성(매파적 성향의 변화 여부)을 가늠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발언에서 매파적 색채가 감지되면 엔화는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으며, 반대로 완화적 기조가 지속되면 엔화의 추가 약세가 촉발될 수 있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사나에 타카이치(Sanae Takaichi)가 10월에 일본 총리직을 맡은 이후 엔화는 재무·재정 우려로 인해 4% 이상 하락했다. 달러당 158.50엔에서 등락하며 아시아 장 초반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어 이는 9월 이후 다시 나타난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60엔 선을 넘어서면 도쿄 당국의 시장개입(통화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엔화를 방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 채권·물가 지표와 재정건전성 우려
줄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아시아 채권 연구 책임자 Magdalene Teo는 BOJ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시장이 인식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엔화 매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위해서는 국내 투자 확대와 타카이치 행정부의 정책이 결국 성장과 재정건전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금요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12월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Core CPI)은 전년 대비 둔화했지만 BOJ의 2% 물가 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일부 남겼다. 이와 함께 이번 주 일본국채(JGBs) 매도세가 벌어지며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이는 타카이치 총리가 돌발적으로 총선(스냅 선거)을 선언하고 감세를 약속한 데 따른 재정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포트폴리오·채권 시장 관점
브랜디와인 글로벌(Brandywine Global)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Carol Lye는 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구체적 행동이 없으면 그저 말뿐에 그칠 뿐이며, 이는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
이라며 일본국채 전 구간의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금리인상이 시장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될 경우 채권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타 통화 및 자산 동향
다른 통화로는 호주달러가 $0.6841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했고, 뉴질랜드달러는 0.25% 약세인 $0.5914로 거래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이 0.37% 상승해 $89,518.13를 기록하며 이번 주 초의 저점에서 소폭 회복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달러 지수(Dollar Index)는 미국 달러를 여섯 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디시 크로나, 스위스 프랑) 바스켓과 비교한 지표로 달러의 전반적 강약을 나타낸다. JGBs는 일본국채(Japan Government Bonds)를 뜻하며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인하, 대규모 자산매입 등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말하고, 반대로 매파적(긴축적) 기조는 금리 인상 등 물가 억제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또한 시장개입은 통화가 급격히 움직일 때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를 사거나 파는 조치를 의미한다.
경제적 파급과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 달러의 약세와 엔화의 추가 약세는 국제 자금 흐름과 무역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자산의 외화표시 가치를 낮추어 미국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달러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질 경우 신흥국 금융시장에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높여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확대시킬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BOJ가 다음 금리 인상에 대해 매파적 신호를 주면 엔화는 반등하고 글로벌 금리·환율 변동성은 완화될 수 있다. 둘째, 일본 당국의 재정정책(감세 등)이 시장 신뢰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JGB 시장의 불안을 자극해 수익률 상승과 엔화 약세가 동반될 수 있다. 셋째,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거나 동맹국 간 불협화음이 확대되면 안전통화인 달러와 엔화 수요가 비일관적으로 움직이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장기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 달러의 약세와 엔화의 압력은 단기적 사건(정책 발언, 지정학적 뉴스)과 구조적 요인(일본의 재정·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투자자들은 BOJ의 발언, 일본의 재정정책 방향,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