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 출신 마크 캐니(Mark Carney) 전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한 발언이 북미 외교·무역 무대에 새로운 동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니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연설에서 중견국(middle powers)이 기존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order)의 안정성이라는 ‘유쾌한 허구(pleasant fiction)’를 더 이상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되며,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을 무기화할 수 있는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년 1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니는 다보스 청중에게 “통합이 종속의 원천이 될 때, 통합을 통한 상호 이익이라는 거짓말 속에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미에서 예상치 못한 외교적 공감대를 촉발했다. 캐나다 오타와와 멕시코시티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점증하는 무역·영토 관련 강경 표현에 대응해 보다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는 신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쉬인바움(Claudia Sheinbaum)은 캐니의 진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쉬인바움은 기자회견에서 캐니의 세계 질서 변화 분석이 “현실의 흐름과 조응한다(in tune with the current times)“고 평했다. 이 같은 공개적 지지는 전통적 규칙 기반 다자무역 체제의 약화에 대한 중견국들의 공통된 우려를 드러낸다.
멕시코 하원의원 돌로레스 파디에르나 루나(Dolores Padierna Luna)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CUSMA(캐나다·미국·멕시코 무역협정)의 갱신 협상을 앞두고 전략을 동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더 자주, 더 깊이 대화하고 상호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CUSMA는 북미 3국의 무역 규범을 규정하는 협정으로, 미국 내에서 통상적으로 USMCA로 불리기도 한다.
또 다른 야당 인사 후안 이그나시오 사발라 구티에레스(Juan Ignacio Zavala Gutiérrez) 의원은 캐니의 연설을
“강력하고 명확하며 지적인” 로드맵
이라고 평가하며, 보다 큰 패권 국가들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는 신흥 세력들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외교적 태도 변화는 미국 워싱턴발 소셜미디어 도발과도 연계되어 있다. 최근 한 게시물에는 미국 국기가 캐나다 영토를 덮는 이미지가 등장했으며, 파디에르나 루나는 해당 게시물을 “모욕적이고 불쾌하다”고 규정하며 “캐나다와 멕시코는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캐니의 발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트럼프는 다보스 연설에서 북미 안보에서의 미국 역할을 강조하며 캐니를 직접 겨냥해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뒤, “다음 번 발언을 할 때 기억해라, 마크(Remember that, Mark)“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 동맹 내 긴장을 공공연히 표출한 것이며, 연설 직후 양국 언론과 외교 채널에서 논쟁을 촉발했다.
용어 해설
중견국(middle powers): 국제무대에서 강대국과 소국의 중간 위치에 있으면서 특정 분야(예: 무역, 외교, 평화유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국가들을 지칭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견국으로서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는 맥락이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order): 국제법과 다자간 합의를 토대로 국가 간 상호작용을 규제하는 체제다. 캐니는 이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낭만적 전제를 버리고 현실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치·경제적 함의 분석
캐니의 발언과 멕시코 측의 공감 표명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실질적 파급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CUSMA 갱신 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전략적 조율을 강화하면 협상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관세·규제·원산지 규정 등 통상 계약 조건에 대한 재협상의 결과물을 바꿀 여지가 있다. 둘째, 기업 차원에서는 북미 공급망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압력에 대한 대응 전략을 조정할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 생산기지 다변화, 규제 준수 강화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시장에서의 즉각적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불확실성 증가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의 대미(對美元) 변동성은 고조될 수 있으며, 관련 섹터—특히 자동차·제조업·농산물 등 북미 무역에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또한, 무역 긴장과 통상 규범 변화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흐름과 보험·헤지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외교적 관점에서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연대 강화가 라틴아메리카 및 기타 중견국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사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받는 국가들은 CUSMA 사례를 벤치마킹해 다자 협력이나 지역 연대를 모색할 여지가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및 규범 설정 과정에 있어 다극적 협의의 중요성을 높일 수 있다.
결론
마크 캐니의 다보스 연설은 북미 내에서 예상보다 넓은 외교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26년 1월 기준 캐나다와 멕시코의 공개적 공감 표명은 향후 CUSMA 갱신 협상, 북미 안보 대화, 기업의 공급망 전략, 금융시장 변동성 등 다방면에 걸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은 갈등의 외연이 국내 정치와 국제 무역·안보 논의에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협상 과정과 각국 정책 변화, 시장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