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Nvidia)에 자사의 고성능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일부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워싱턴의 주요 대중(對中) 매파들과 공화당·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2026년 1월 22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H2001을 중국 측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라이선스(수출 허가)를 승인할 계획을 세웠으며, 다만 미국이 매출의 25%를 받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은 의회 안팎에서 즉각적인 반발을 촉발했다.
AI Overwatch Act의 등장과 주요 내용
의회에서는 지난달 플로리다 공화당 소속 하원 외교위원장인 브라이언 매스트(Rep. Brian Mast)가 발의한 AI Overwatch Act라는 법안이 이번 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진전되면서 반발 수위가 높아졌다. 이 법안은 고성능 AI 칩의 수출 허가에 대해 의회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구체적으로는 하원 외교위원회와 상원 금융위원회가 해당 수출 허가를 30일 이내에 승인하도록 요구하고, 양원 합동 결의로 수출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법안은 또한 이미 발급된 해당 유형의 수출 라이선스를 취소하고, 행정부가 AI 수출에 관한 국가안보 전략을 제출할 때까지 일시적 금지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법안은 미국의 통제 하에 있는 해외 반출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trusted) 기업에 대해 보안 기준을 충족할 경우 예외를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한다.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이 전쟁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수백만 개의 고급 AI 칩을 알리바바(Alibaba)와 텐센트(Tencent) 같은 중국 군사 관련 기업들에 판매하려 하고 있다”고 매스트 위원장이 국가안보 위험으로 규정하며 주장했다.
해당 법안에는 공화당 내 중국 대응 전담 상임위원회(Select Committee on China)의 공화당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Rep. John Moolenaar)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물레나르는 이번 법을 “미국의 기술 우위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내부의 이견
워싱턴에서는 엔비디아의 칩 수출을 국가안보 위험으로 보는 의원들과, 반대로 미국 설계의 칩이 글로벌 AI 인프라 중심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정부 내 인사들 간에 큰 입장차가 형성되고 있다. 후자 쪽에는 백악관의 AI·암호화 책임자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가 포함된다. 삭스는 이미 AI Overwatch Act를 비판하며 이 법이 대통령의 AI 칩 수출에 대한 권한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및 이를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은 미국의 칩 규제가 되돌아와 중국 경쟁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고 비판하며, 오히려 미국 설계의 칩이 글로벌 AI 인프라 중심에 남아야 미국의 기술적 우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과 업계 로비단체가 제시해온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의회와 전문가들의 우려
반면 초당적(공화·민주 양당) 입장으로는 엔비디아의 H200이 중국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군사적 활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 부의장인 마크 워너(Mark Warner)(민주, 버지니아)는 12월에 트럼프의 H200 수출 승인 결정을 두고 “무계획적이고 거래 지향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상원에서 민주당 간판 인사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매사추세츠)도 중국이 해당 칩을 군 현대화, 무기 설계 및 감시용 AI에 활용할 수 있다는 법무부 평가를 근거로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H200에 앞서 비교적 성능이 낮은 모델인 H20의 중국 판매도 허용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의회에서는 이미 고급 칩의 대중(對中) 수출을 제한하려는 추가 법안들이 제시됐다. 예컨대 워런과 공화당의 탐 코튼(Tom Cotton) 상원의원이 참여한 초당적 법안인 GAIN AI Act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국내 판매를 우선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적 통제와 중국의 대응
현재 미국의 칩 통제 정책은 상무부(Commerce Department)가 지정한 ‘우려국(countries of concern)’을 대상으로 고성능 AI 칩의 수출 또는 이전에 대해 개별 라이선스 신청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목록에는 중국,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 등이 포함된다. 그간 이러한 통제는 엔비디아의 H200을 대상에 포함해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지난주 중국 세관 당국이 H200의 수입을 차단하도록 지시했고, 기업들에 불필요한 구매를 경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해 중국 내 반입 또한 자유롭지 않음을 전했다. 즉, 미국의 허가가 있더라도 중국 측 행정·규제 장벽이 실질적 유통을 제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용어 설명(일반 독자를 위한 보충)
• 라이선스(수출 허가): 특정 기술·제품을 외국으로 반출할 때 정부가 개별 기업에 부여하는 허가로서, 국가안보·무역정책에 따라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
• H2001: 엔비디아가 설계한 고성능 AI 가속기 칩으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쓰인다. 기존에 허용된 모델보다 연산능력이 크게 향상된 제품으로 분류된다.
• AI Overwatch Act: 의회 주도의 수출 심사·승인 절차를 마련해 고성능 AI 칩의 해외 이전을 더 엄격히 통제하려는 법적 장치다. 법안은 기존 라이선스 취소와 일시적 금지 조치, 의회 승인 절차를 포함한다.
시장·정책적 영향 분석
정책적 결정을 둘러싼 이 논쟁은 단순한 수출 허가 이슈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주도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재편, 그리고 기술 안보를 둘러싼 장기적 경쟁 구도와 직결된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0을 판매할 경우 매출과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대로 매출의 25%를 미국이 환수하는 구조는 기업 이익률에 영향을 미치고, 해당 조건이 실제 계약에 반영될 경우 매출총액 대비 실질 수익성은 제한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모두에서의 규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흔들 수 있다. 의회가 AI Overwatch Act와 같은 강경 법안을 통과시켜 수출을 사실상 차단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시장 접근성이 떨어져 성장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강도 높은 보안·수수료(예: 25% 수익 공유)를 적용하면, 기업의 매출 규모는 유지되더라도 경쟁력 및 가격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중국 측이 이미 나타낸 것처럼 세관·규제 차단을 지속할 경우, 실제 칩의 물리적 이동과 데이터·서비스의 활용은 제약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역학은 글로벌 AI 프로젝트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일부 기업은 중국 외 지역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하거나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이는 반도체 공급망의 지역화·다각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결론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엔비디아 H200 수출 허용 추진은 미국 내 정치적 분열과 국제적 규제·시장 반응을 모두 촉발하는 사안이다. 의회 법안의 향방, 행정부와 기업 간 협상 결과, 그리고 중국의 규제 대응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AI 칩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의회의 제동 가능성과 중국의 수입 차단 움직임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다.
참고 인물 및 기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엔비디아(NVDA), 브라이언 매스트(하원 외교위원장), 존 물레나르(중국 위원회 위원장), 데이비드 삭스(백악관 AI·암호 담당), 젠슨 황(엔비디아 CEO), 마크 워너(상원 정보위 부의장), 엘리자베스 워런(상원 의원), 탐 코튼(상원 의원), 미국 상무부, 로이터, CN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