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스마트폰·PC·게임 콘솔 등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의 수요 감소 전망을 촉발하고 있다. 영국의 라즈베리파이부터 미국의 HP Inc.에 이르기까지 다수 기업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급등한 메모리 비용을 상쇄하려 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1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는 미국 기술기업들인 OpenAI, 알파벳(구글) 소유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 데이터센터용 고수익 부문에 제조사들이 우선적으로 부품을 공급해 왔고, 이로 인해 소비자용 기기로의 부품 공급이 압박받으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몇 달간 반도체 가격 급등을 배경으로 희망적인 분기 실적을 보고했지만, 동시에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 제조사는 데이터센터용 수요를 우선시하면서 소비자용 제품에 필요한 부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서치 기관인 IDC와 Counterpoint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소 2% 이상 축소할 것으로 전망해 몇 달 전의 성장 전망에서 크게 뒤집혔으며, 이는 2023년 이후 첫 연간 출하량 감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PC 시장의 경우 IDC는 2026년에 최소 4.9% 축소를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8.1% 성장 이후의 반전이다. 게임 콘솔 판매는 시장조사기관 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연도에 4.4%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25년의 추정 성장률 5.8%에서 둔화된 수치다.
제조사들의 선택: 수익성 희생 또는 소비자 가격 전가
이미 일부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나, 업계의 대표 기업인 애플과 델은 어려운 기로에 서 있다. 이들 기업은 비용을 흡수해 마진을 희생할 것인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요를 위축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제조사들은 일부 비용을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부족의 규모를 고려하면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Emarketer의 분석가 Jacob Bourne의 발언은 업계 전반의 가격 전가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도체 유통사인 Fusion Worldwide의 대표 Tobey Gonnerman은 “지난 두 분기 동안 일부 제품에서 1,000%의 가격 인플레이션을 보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노트북, 휴대전화, 웨어러블, 게임 기기 등 소비자용 기기의 가격이 곧 크게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 전망과 시장 영향
시장조사기관 Counterpoint는 지난해 메모리 가격이 50% 급등한 데 이어 1분기에 추가로 40~50%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지속적 상승 압력은 특히 저가 및 중저가 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Xiaomi와 TCL 테크놀로지, PC 업체인 Lenovo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TrendForce는 지난해에 이어 Dell과 Lenovo가 2026년 초 최대 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주가 측면에서도 라즈베리파이, Xiaomi, Dell, HP Inc, Lenovo의 주가는 2025년 마지막 3개월 동안 하락했으며, 특히 Xiaomi는 27.2% 급락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HP의 최고경영자 Enrique Lores는 11월에 메모리 비용이 “상당하다(meaning: significant)“며 PC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라즈베리파이 최고경영자는 12월 블로그 게시물에서 비용 상승을 “고통스럽다(painful)“고 표현하며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유통·소매 영향과 실적 일정
수요 약화 전망은 전자제품 전문 소매업체인 Best Buy 등의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est Buy는 이미 지난해 무역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구매를 망설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련 실적 일정으로는 애플이 1월 29일 실적을 발표하고, 델은 2월 26일 발표 예정이며, Xiaomi는 통상 3월 말에 실적을 보고한다.
애플의 시장력과 가격 전략
일부 분석가는 애플이 규모, 가격 결정력, 공급망의 깊이 덕분에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을 상대적으로 잘 견딜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다. 애플은 통상적으로 자사 플래그십 아이폰 라인업의 가격을 9월 출시 이후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고, 지난해에는 관세 관련 비용 수백만 달러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흡수한 바 있다.
“애플은 계약가격(spot pricing보다 변동성이 큰 현물가격이 아닌)을 사용해 구매함으로써 더 나은 가격을 확보한다.”
Morningstar의 분석가 William Kerwin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면역은 아니며, 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메모리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DRAM(동적 임의 접근 메모리)과 NAND(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로 구분된다. DRAM은 주로 컴퓨터와 서버의 작업 메모리로 사용되며, NAND는 스마트폰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에 저장매체로 활용된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과 저장을 담당하는 서버 시설로, AI 모델 학습·추론에 높은 메모리 용량을 요구한다. 또한 ‘스팟 프라이싱(Spot pricing)’은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현물 가격이고, ‘계약가격(contract pricing)’은 일정 기간과 물량을 사전에 합의해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향후 전망과 경제적 파급 효과(분석)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의 급등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기기 판매와 업체 이익률을 압박할 것으로 보지만, 중장기적 영향은 공급확대, 기술 진화, 수요 구조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단기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조업체들은 마진 축소 또는 가격 인상이라는 선택을 강요받아 제품 출시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저가 모델의 출시 연기나 사양 하향 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둘째, 소비자 수요 둔화는 소매 유통망의 재고조정과 할인전략 변동을 야기해 전반적인 매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메모리 가격 상승은 관련 부품 공급망의 재편을 촉발해 장기적으로는 투자 확대(생산능력 증설)를 통해 가격 하향 압력이 재등장할 수 있다.
금융·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일부 전가되면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전자제품의 가중 비중과 수요 탄력성을 고려하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지속적인 부품비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기업 이익률을 통해 주식시장 섹터별로 차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는 주요 공급자인 한국(삼성·SK하이닉스), 미국(마이크론), 중화권의 생산·투자 동향과 각국의 반도체 관련 인프라 투자, 무역·관세 정책이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종합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소비자 전자기기 시장의 수요 둔화와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2026년 관련 업계의 실적과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업별로는 공급망 역량과 가격 결정력, 계약 기반 구매 여부에 따라 대응 여건이 달라지며,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향후 몇 분기 동안 발표되는 기업 실적과 메모리 가격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