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JGB·Japanese Government Bonds)가 급락하고 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조세 인하와 지출 확대를 공언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적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번지자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발 보도에서 톰 웨스트브룩 기자는 일본 국채 시장의 급격한 금리 상승(수익률 상승)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일본 총리는 1월 초 조기 총선을 선언했고, 그가 내세운 공약은 수십년의 침체 이후 인플레이션과 성장을 재가동하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2년간 식품세(푸드 레비) 유예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는 연간 세입에 약 5조 엔(약 320억 달러)의 손실로 추정된다. 채권 시장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손실을 메울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매도세로 반응했다.
딜러들은 매수자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으며, 그 결과 20년·30년·40년 만기 수익률이 기록적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 같은 급등은 2022년 영국 국채(길트) 폭락 사태를 연상시키며 일본의 재정 신뢰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당들이 지출 경쟁에 나서다
“시장은 일본의 모든 정당이 누가 더 많은 돈을 쓸 것을 약속할 수 있는지 경쟁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 알레스 코트니(Ales Koutny), 뱅가드 국제 금리 담당
뱅가드의 알레스 코트니는 런던에서 “영국에서 본 것처럼, 시장은 일정 시점이 되면 참을 만큼 참다 더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기 금리(수익률)는 급등하고 있으며, 저금리에 익숙해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수익률 움직임
10년물 수익률은 이틀간 18.5bp(베이시스 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는 일본이 기준채 수익률에 대한 상한을 완화한 2022년 이후 가장 급격한 이틀간 상승이다. 20년물은 이틀간 28bp 급등해 사상 최고치인 3.4%를 상회했고, 30년물과 40년물은 각각 약 40bp 상승해 3.8%·4%를 돌파했다.
“장기 구간의 체계적 재가격(재평가)”
“다카이치의 선거 도박과 식품세 인하 및 재정지출 확대 논의가 매우 빠르게 이야기의 전환을 일으켰다.”
— 타렉 호르차니(Tareck Horchani), 메이뱅크 증권 프라임 브로커리지 딜링 책임
메이뱅크의 타렉 호르차니는 일본의 30년물 금리가 현재 독일보다 약 35bp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초장기 JGB를 더 이상 고정(안정된) 자산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재정 리스크 곡선에 더 가깝게 재가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적 매도에 그치지 않으며 정치적 요인, 포지셔닝, 구조적 매수 공백이 맞물려 발생한 ‘체계적 재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수요 부진이 촉발한 시장 불안
국채 매도세는 화요일 오전 열린 2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하게 나타난 직후 확대됐다. 이와 함께 주식 시장의 조정과 몇 달째 이어진 엔화 약세도 관찰됐으며, 이는 재정 우려가 통화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만기대에 대한 매수를 수년간 기피해 왔고, 상승해야 할 금리의 한계가 어디인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거의 4년째 일본은행(BoJ)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다카이치의 지출 확대 공약은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고, 이는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JGB를 자연스럽게 매수할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다.”
— 이안 샘슨(Ian Samson), 핀덴티티 인터내셔널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
샘슨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나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훨씬 높고, 일본은행이 매우 천천히 움직이며, 신뢰할 만한 통화·재정의 앵커(균형점)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개입할 의사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응과 시장의 구조적 특징
다만 시장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가장 장기물은 보험사들이 장기 부채에 대한 대응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관료들도 장기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방장관은 화요일 장기금리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10년물은 이달 들어 지금까지 31bp 상승했는데, 이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 20여 년간의 월별 상승폭 중 가장 가팔랐던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차입비용의 영구적 상승을 의미할 수 있다.
엔화는 다카이치가 자민당(집권당) 대표 자리를 차지한 이후 약세로 움직였고, 화요일에는 유럽 및 미국 국채에도 매도가 확산되며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렸다.
“결국 이 시점에서는 누구도 하락하는 칼날을 잡아 매수하려 하지 않는다.”
— 나카 마츠자와(Naka Matsuzawa), 노무라증권 수석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
마츠자와는 “시장 수준에서의 매수자가 없다”고 단언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는 다음과 같다. JGB(일본 국채)는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길트(gilt)’는 영국 국채를 의미하는 용어로, 2022년 영국 정부의 재정정책 발표 이후 채권시장이 급락했던 사건을 가리킨다. ‘베이시스 포인트(bp)’는 1bp가 0.01%포인트를 뜻하며 금리 변동을 표현할 때 쓰인다. ‘수익률(yield)’은 채권의 이자수익률을 뜻하며,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테너(tenor)’는 채권의 만기 구조를 말한다. ‘수익률 상한(yield cap)’ 또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만기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향후 전망과 시장에 미칠 영향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재정 확대 기대가 장기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수익률의 추가 상승은 다음과 같은 경로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차입비용이 상승하면 재정적자 부담이 커져 향후 추가적인 세입 확보 또는 지출 삭감 필요성이 증대될 수 있다. 둘째, 장단기 금리 상승은 기업 차입비용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엔화 추가 약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 대응 가능성은 관건이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정책 수단은 유동성 공급, YCC 재조정 또는 국채 매입 확대 등이다. 그러나 이미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사용해 온 만큼 시장은 중앙은행의 개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만약 일본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금리 상승을 제어할 수 있으나, 통화정책의 신뢰성 및 장기적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
보험사와 은행 등 전통적 장기 국채 보유자는 당분간 구조적으로 유통시장에서 매도압력을 완화시키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민간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기피하는 한, 시장의 유동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을 지속시킬 수 있다.
정책적 시나리오
정책적 대응을 기준으로 향후 전개는 대체로 세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정치권이 재정 건전성 신호를 강화하고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을 제시하면 통화·채권 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일본은행이 적극적 개입(예: 국채 매입 확대 혹은 YCC 재도입)을 선택하면 단기적 급등을 억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 요구가 커져 일본 장기금리는 추가 상승하고, 이는 국내외 자본 흐름과 통화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달러-엔 환율(보도 시점 환율 기준)은 1달러=158.1000엔로 보도되었으며, 엔화 약세는 수입물가와 기업수익성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요약하면, 이번 선거 공약을 계기로 촉발된 재정·통화 정책 불확실성은 일본 국채 시장의 장기구간을 중심으로 체계적 재가격을 촉발하고 있으며, 향후 정책 대응과 시장의 심리 변화에 따라 채권·주식·외환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