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역량 확대를 위해 컴퓨트(연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했으나, 현재는 메모리 용량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이 지적했다. 워크로드가 모델 학습(training)에서 AI 도구의 실사용(inference)으로 전환됨에 따라 메모리 수요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Agentic) AI의 등장으로 문맥 유지와 연속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메모리 요구량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6년 1월 20일,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는 공급능력의 제약(capaicity-constrained cycle) 속에서 매우 긴 발주 가시성(order visibility)을 동반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26년의 주요 위험은 수요가 아니라 실행(execution)과 전환(transition) 리스크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2027년까지 더 가파른 가격 상승과 우호적인 조건(favourable conditions)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Memory sits in a capacity-constrained cycle with unusually long order visibility driven by AI inference. For 2026, the risk is execution and transition, not demand.”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메모리 병목 상황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한 10개 핵심 종목을 제시했다. 이들 종목은 DRAM, 레거시 메모리, 스토리지, 어드밴스드 패키징, 반도체 장비(semicap), EUV 장비 등 AI 인프라의 각 축에 걸쳐 있다. 보고서는 또한 “Bottlenecks are the winners – buy memory and semicap, especially EUV”라며 병목을 겪는 분야의 장비·소재 기업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추천 종목 및 전망
DRAM(동적 임의 접근 메모리) :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DRAM은 2025년에 큰 가격 급등을 기록했으며 2026년에도 추가 상승이 널리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Micron), 한국의 SK하이닉스를 DRAM 분야의 주목 종목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에 대해 상승 여력 18%, SK하이닉스는 12.2% 상승 여력, 마이크론은 5% 상승 여력을 제시했다. DRAM 가격 상승은 데이터센터의 추론 워크로드 전환과 고용량 칩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레거시 메모리(Legacy Memory) : DDR4/DDR3, NOR, SLC/MLC NAND 등 전통적 메모리 공급-수요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일부 전망치에서 2026년 1분기 DDR4 가격이 전분기 대비 93~9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윈본드(Winbond)를 최우선 추천으로 지목했으며, 나냐 테크(Nanya Tech), 매크로닉스(Macronix), 롱시스(Longsys), AP Memory, 기가디바이스(GigaDevice), PSMC 등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스토리지(Storage) :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와 엔터프라이즈용 NAND(eSSD 포함)에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보고서는 “AI 수요의 증가는 비용이 낮은 저장소로 워크로드를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어 HDD와 eSSD 모두 혜택을 본다”고 적시하며, 웨스턴 디지털의 상승 여력을 6%로 제시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Advanced Packaging) : 일본의 디스코(Disco)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칩 연마와 연마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대용량 메모리 부품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모건스탠리는 디스코에 대해 24.4%의 상승 여력을 제시하며 HBM 수요 확대로 인한 수혜를 예상했다.
세미캡(Semicap, 반도체 생산 장비) :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DRAM 설비 확충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혔다. 네덜란드의 ASM 인터내셔널(ASM International)도 메모리 사이클 전반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EUV(극자외선) 장비 : EUV(Extreme Ultraviolet)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핵심 장비다. 모건스탠리는 EUV의 레이어 카운트 증가로 수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며 네덜란드의 ASML을 지목, 21.8%의 상승 여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ASML이 현재 EUV 시장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용어 해설
DRAM(동적 임의 접근 메모리) : 컴퓨터 시스템과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를 임시로 보관하는 메모리로, AI 추론 시 모델의 문맥과 파라미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대용량 DRAM이 필요하다.
HBM(High Bandwidth Memory) : 고대역폭을 제공하는 고성능 메모리로, 그래픽·AI 가속기 등에서 대량의 데이터 병렬 처리를 가능하게 해 AI 추론 및 학습의 성능을 높인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 반도체 공정에서 미세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장비로,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EUV의 사용 비중과 레이어 수가 늘어나며 장비 수요가 커진다.
세미캡(Semiconductor Capital Equipment) :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장비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웨이퍼 가공·패키징·검사 장비 등을 포함한다.
시장·가격 영향 분석
모건스탠리의 분석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측면의 실행 리스크가 기업 실적의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공급 증설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장비 조달 지연이 발생할 경우 2026년에는 공급 병목이 더 심화되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설비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고 공급이 빠르게 확충될 경우 2027년으로 접어들면서 가격 안정과 이익률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으로는 AI 추론 워크로드의 구조적 확대가 메모리 및 관련 장비 수요를 장기간 견인할 전망이다. DRAM 및 HBM 수요 증가는 메모리 제조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비 공급사들은 장기적인 수주 가시성 확보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EUV 장비의 경우 진입 장벽과 기술 집중도가 높아 고마진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관점에서 모건스탠리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 분야의 가치 상승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단기 매수 시에는 업체별로 공급망 노출, 설비 투자 일정, 제품 포트폴리오(고밀도 메모리 비중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DRAM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변화, 레거시 메모리의 재고 조정 여부, 스토리지 벤더의 재고 회전율 등은 향후 실적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AI 인프라 전환 과정에서 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들이 구조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판단하며, DRAM 제조사(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레거시 메모리 업체(윈본드 등), 스토리지·패키징·장비업체(웨스턴디지털·디스코·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SML 등)을 핵심 주목 대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2026년에는 수요보다 실행과 전환이 더 큰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