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금융서비스 대상 ‘AI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의 금융당국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시장 불안정을 막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의회에서 제기됐다. 여야가 참여한 의회 위원회는 규제당국이 현재의 ‘지켜보기’식 접근법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6년 1월 2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재무위원회(Treasury Committee)는 금융서비스 분야의 AI 대응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FCA)과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BoE)에 AI 전용 스트레스 테스트를 즉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AI로 구동되는 자동화 시스템이 촉발할 수 있는 시장 충격에 대비하도록 기업을 준비시키기 위해 이러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FCA가 2026년 말까지 소비자 보호 규정이 AI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상세 가이던스를 발표할 것과, 고위 경영진이 자신들이 감독하는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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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증거를 바탕으로, 주요 AI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이는 우려스럽다.”

위원장 메그 힐리에(Meg Hillier)의 발언이다.


기술적 위험과 적용 현황

보고서는 AI의 장점들을 인정하면서도 중대한 위험을 동반한다고 경고했다. FCA는 작년 말 로이터에 은행들이 ‘에이전틱(agentic) AI’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는데, 에이전틱 AI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달리 판단을 내리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형태라서 소매 고객(개인 소비자)에게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지적했다: 신용평가의 불투명성, 알고리즘에 의한 취약 소비자 배제 가능성, 사기(fraud)의 증가, 그리고 AI 챗봇 등을 통한 규제받지 않는 금융 조언의 확산 등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도가 금융 안정성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AI 기반 거래 시스템이 시장에서 군집행동(herding)을 증폭시켜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영국 금융회사들의 AI 도입 현황도 소개했다. 영국 금융업체의 약 75%가 현재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보험 클레임 처리에서 신용 평가에 이르기까지 핵심 기능 전반에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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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 설명 — 에이전틱 AI와 생성형 AI, 스트레스 테스트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반면에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을 생성하는 데 특화된 모델로, 사용자의 지시나 입력에 기반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금융 분야에서는 에이전틱 AI가 자동으로 투자·대출·거래 결정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와 통제가 보다 엄격히 요구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기관이나 시스템이 극단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충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이다. AI 전용 스트레스 테스트는 AI 시스템의 오류, 집단적 오작동, 외부 데이터 왜곡 등 AI 특유의 리스크를 반영해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영향을 가늠하도록 설계된다.


규제당국의 입장과 후속 조치

FCA 대변인은 규제기관이 AI에 대한 관심을 환영하며 보고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FCA는 기술 변화의 속도를 이유로 AI 전용 규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잉글랜드은행(BoE)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영국 재무부는 금융서비스에서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조율하기 위해 스타링뱅크(Starling Bank)의 최고정보책임자(CIO) 해리엇 리스(Harriet Rees)로이드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의 로힛 다완(Rohit Dhawan)을 ‘AI 챔피언’으로 임명했다. 이들의 역할은 금융부문에서 AI 도입을 안내하고 모범 사례를 확산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의 경고가 시사하듯, AI의 확산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통해 금융회사의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된 신용평가와 클레임 처리는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개선해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위험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 리스크가 증대돼 자산 가격의 변동성 확대, 신용 제공의 일시적 축소, 보험료·대출 금리의 급격한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AI 기반 자동거래 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결정을 내리면 시장 유동성 악화와 가격의 급락 또는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식·채권·파생상품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 신뢰 저하와 자본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AI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내부 통제·거버넌스 강화 및 자본 적립을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FCA가 제시할 2026년 말 가이던스가 금융상품 설계·판매 관행, 소비자 보호 비용,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가이던스가 엄격해지면 단기적으로 금융회사들의 규제준수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에 압박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과 소비자 보호 강화로 이어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여지도 있다.


결론 및 전망

재무위원회의 권고는 AI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인정하고, 선제적·체계적 규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AI 전용 스트레스 테스트의 도입, 소비자 보호 관련 상세 가이던스의 제공, 경영진의 책임 범위 명확화 등은 향후 영국이 금융 기술 규제에서 선도적 입장을 차지할 수 있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규제당국과 업계 간 협력, 기술의 빠른 진화 속도를 고려한 유연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규제 공백과 과도한 규제가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