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에 대한 중대한 법적 시험이 미국 대법원에서 진행된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리사 쿠크(Lisa Cook)를 주택담보대출 서류 위조 혐의로 해임하려 한 시도를 둘러싼 소송으로, 재판 결과는 연준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의 보호 장치가 유지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광범위한 해임 권한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2026년 1월 1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쿠크를 2038년까지 유효한 연준 이사 임기에서 해임하려 했고, 쿠크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심리 진행 중 그녀를 직위에 남겨두는 결정을 내렸고,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했다. 이번 사건은 연준 이사에 대해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상 규정된 ‘정당한 사유(cause)’의 의미를 사실상 처음으로 대법원이 해석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규정한 이유만으로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측은 사실상 ‘사유’는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연준 이사가 사실상 사실상 ‘해임 임의’ 상태에 놓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쿠크 측과 다수의 법률학자·전직 연준 관계자들은 ‘사유’가 단순한 주장 수준의 혐의로 충족될 수 없고, 엄격한 법적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건 배경과 현재 상황
쿠크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한다고 발표한 뒤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그녀가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서 정보를 잘못 기재했다고 주장하는 데 근거를 두었으나, 형사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고, 어떤 금융기관도 그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지 않았다. 또한 행정적 절차도 개시되지 않았다. 하급심은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쿠크를 직위에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고, 현재 사건은 대법원 심리에 회부된 상태다.
법조계와 학계의 논점
법률 분석가들 다수는 대법원이 쿠크를 직위에 남겨두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사유’의 범위를 어떻게 명확히 정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만약 법원이 ‘사유’의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재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대통령의 재량을 넓게 인정한다면, 이는 향후 행정부가 연준 인사를 교체하기 위한 실질적 로드맵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문은 열려 있다(‘The door is open’)”
—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Loretta Mester). 메스터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단순한 주장만으로 연준 이사를 탄핵·해임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독립성과 경제적 함의
연준 이사에 대한 해임을 어렵게 하는 장치로는 연준 이사 14년 임기와 ‘정당한 사유(cause)’ 규정이 있다. 이는 단기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에 부적절하게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으나 장기적 신뢰와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경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폴 볼커(Paul Volcker) 전 연준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고, 이는 실업률 급증과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당시의 정치적 비용은 컸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준의 물가안정 신뢰를 강화해 이후의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했다. 최근 팬데믹 기간의 물가 급등 국면에서도 연준이 2% 물가 목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을 연구자들이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우려
존 포스트(Jon Faust) 전 파월 보좌관 및 예일·존스홉킨스 교수 출신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연준의 정치적 차단막을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포스트는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경우 연준은 정치적 압력에 더 취약해지고, 결국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컬럼비아 법대의 캐서린 저지(Kathryn Judge) 교수도 ‘사유’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해임 권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 독립성 약화 시 시장 영향과 리스크
분석가들은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과 물가 기대(Inflation expectations)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앙은행의 신뢰가 약화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고, 이는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 가치 변동성 확대, 그리고 위험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정치적 고려로 인해 통화정책이 느슨해질 경우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법원이 연준의 독립성을 강하게 지지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정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이 향후 대통령들이 연준 인사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선례를 만든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 이번 판결의 문구와 해석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률적·제도적 설명: ‘정당한 사유(cause)’란 무엇인가
일반 독자에게 낯설 수 있는 용어인 ‘정당한 사유(cause)’는 법률적으로는 해임 사유가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연방준비법의 이 규정은 단순한 정치적 불만이나 정책 이견만으로는 이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설계된 장치다. 법률적 해석 차이는 해당 사유가 형사 기소나 행정적 조사·징계 등 명백한 절차적 근거를 요구하는지, 또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증거로도 충분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이 해석의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만약 대법원이 ‘정당한 사유’의 문턱을 낮춘다면, 향후 대통령이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도 연준 이사 해임을 시도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반면 문턱을 높이면 연준 이사에 대한 인사적 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다.
결론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이번 쿠크 사건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한 명의 공직자 지위 여부를 넘어서, 미국 통화정책의 제도적 기반과 세계 금융체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시험하는 사건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정당한 사유’의 법적 해석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 수준을 재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와 금리, 경제 신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나오더라도 정치적 대결은 계속될 것이며,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분쟁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투자자와 정책 당국자는 대법원의 판결문과 그에 따른 후속 행정·정책 대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