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중개업체들에게 거래소 내 고객 전용 서버를 철수하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콜로케이션(colocation)을 통해 물리적 인접성으로 순간적인 시간 우위를 확보해온 고주파(고빈도) 트레이더, 이른바 ‘플래시 보이(Flash Boys)’들의 경쟁 우위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26년 1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고주파 트레이더들은 오랫동안 선물·주식 거래소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안에 브로커가 보유한 서버를 배치하고 초단타 매매를 수행해왔으며, 물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밀리초, 심지어 마이크로초 단위의 거래 시간이 단축되어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다.
소식통들은 최근 몇 주 동안 CSRC가 중개사들에게 이러한 고객 전용 서버를 데이터센터에서 제거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중국 및 외국계 고주파 트레이더 모두에 적용되며, CSRC가 감독하는 주요 거래소 전반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지침의 목표가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이라고 전했다.
“이전에는 거래소 내에 있던 것이다. 이제는 밖으로 밀려나는 셈이다. 일부 플레이어는 핵심 우위를 잃어 업계 구조조정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영향을 받는 거래소로는 상하이(Shanghai), 다롄(Dalian), 정저우(Zhengzhou), 광저우(Guangzhou)에 기반을 둔 주요 선물거래소들이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상하이와 광저우의 상품선물거래소들이 지역 브로커들에게 자사 운영 데이터센터 밖으로 서버 이전을 명령했다고 먼저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년간 중국 국내시장의 급격한 랠리 속에서 투기적 과열을 억제하고 중·소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당국의 광범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Shanghai Composite Index)는 최근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거래대금과 레버리지 매매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부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상장 직후 현지시장에서 최대 700%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정책적 배경과 연속성도 주목된다. CSRC는 최근 과열된 주식시장을 식히기 위해 마진(증거금) 요건을 강화했고, 지난주에는 과도한 투기와 시장조작 단속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또한 2024년 초 컴퓨터 기반 거래가 촉발한 급락 사태, 소위 ‘퀀트(quant) 지진(quant quake)’ 이후로 당국은 프로그램 트레이딩과 고주파 거래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선물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규제하는 규칙을 도입하기도 했다.
시장 규모와 외국계 참여에 대해 알려진 공식 통계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시민증권(Citic Securities)은 2023년 기준으로 컴퓨터 기반의 ‘퀀트 펀드’ 산업의 한 부문인 고주파·퀀트 시장 규모를 약 1.55조 위안(1.55 trillion yuan)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미화 약 $222.60 billion에 해당한다고 보도자료에서 산출했다. (환율 기준은 $1 = 6.9632 위안)
외국계 플레이어로는 시타델 시큐리티스(Citadel Securities)와 젠 스트리트(Jane Street Group) 등 고주파 거래에서 영향력이 큰 기관들이 중국 시장에도 진입해 있었으며, 이번 지침은 이들의 활동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CSRC와 시타델, 젠 스트리트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콜로케이션과 고주파 매매 설명
콜로케이션(colocation)은 트레이더가 거래소 서버와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서버를 배치해 주문 전송 시간(latency)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기법이다. 고주파 매매(High-Frequency Trading, HFT)는 알고리즘과 초고속 인프라를 이용해 초단기 가격 변동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거래 전략을 의미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2014년 저서로 널리 알린 ‘플래시 보이(Flash Boys)’는 초단타 매매의 전술과 논란을 대중화한 표현이다.
국제적 규제 동향을 보면 중국의 움직임은 전 세계적 규제 강화 추세와 맥을 같이한다. 유럽연합(EU)은 2018년에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인도 규제당국은 지난해 미국 기반의 고주파 트레이딩 회사인 젠 스트리트를 현지 시장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인도 당국은 조사 결과 해당사가 파생상품을 통한 포지션으로 지수 조작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장·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첫째,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및 스프레드(호가 차이)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고주파 트레이더들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주문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촘촘히 유지해왔다. 이들이 거래소 내 콜로케이션을 잃으면 즉시성(속도)에 따른 가격 우위가 사라져 단기 유동성이 줄고 호가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초단타 기반의 매수·매도 체결 빈도는 감소할 수 있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안정성과 공정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 규제가 고주파·프로그램 매매의 투기적 요소를 줄이면 변동성의 급격한 확대(boom-and-bust) 위험이 완화될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 거래가 확대된 상황에서 과도한 초단기 매매로 인한 연쇄적 손실 전염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브로커리지와 거래소의 수익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부 선물 브로커들은 고주파 고객의 비중이 높아 관련 수수료와 인프라 비용으로 이익을 얻어왔다. 서버 이전 및 인프라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고객 이탈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는 중개업계의 구조조정 및 서비스 모델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넷째, 외국계 투자자의 전략 재조정 가능성이 크다. 속도 우위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일부 외국 기관은 투자전략을 변경하거나, 규제 환경이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장 참여를 축소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유동성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다섯째, 정책적 신호는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준다. 당국이 시장 공정성과 투기 억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 일부 투자자들은 중장기적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규제 강화로 인한 단기적 거래환경 변화는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 전망과 권고
시장 관찰자들은 이번 조치가 고주파 트레이딩의 시장 구조적 역할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분석가들은 특히 선물시장에서의 단기 유동성와 거래 비용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고빈도 전략에 의존한 단기 투자를 경계하고,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권고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CSRC의 서버 철수 요청은 중국 당국이 시장 투기 억제와 소액 투자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삼는다는 명확한 신호다. 단기적 혼선과 거래 관행의 재편성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건전성 제고와 과도한 단기 투기 행위의 축소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