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목요일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고위 관료들을 면담하며 81억 달러(8.1 billion USD) 규모의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수주 내 IMF 이사회에 제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026년 1월 1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냉혹한 겨울의 수도에서 전역한 장병들을 추모하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에너지 시설을 시찰하는 등 비공개로 준비된 특수 VIP 열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젤렌스키 대통령 등과의 면담 후 가진 기자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다른 국제기관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2023년 2월 방문 당시와 비교해 현재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됐지만, 11월에 체결한 예비적 대출 합의의 핵심 요건들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면담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력 공급 복구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비상사태 선포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수주간 이어진 러시아의 격렬한 공격과 지난 20년 중 가장 추운 겨울이 겹친 때문으로, 야간 기온이 섭씨 영하 20도(화씨 영하 4도)에 근접해 수천 채 아파트 단지의 복구 작업이 냉해로 지연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023년 2월 방문 당시만 해도 국가와 경제, 국민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 도시가 기능을 유지하는 방식과 전쟁의 고통을 참아내는 국민의 강인함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11월에 체결된 예비 합의를 우크라이나가 현 저항적 상황에서도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이번 방문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환경 변화로 인해 IMF는 일부 조치에 대해 더 큰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부가가치세(VAT) 면제 조치의 축소(소비재에 대한 VAT 면제 삭제)는 국내 반발이 있었으나 IMF는 이 조치의 도입(입법 처리 이전의 절차적 도입을 의미)을 새 프로그램 승인 전 요구사항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는 “VAT 면제 문제는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사안이며 쟁점은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와 ‘의회에서 어떤 수준의 지지를 확보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또한 IMF가 11월 합의에서 어떤 조치들이 즉시 이행하기 쉬운지, 어떤 조치들은 보다 세심하게 보정(calibrated)해야 하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IMF는 VAT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도록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GEORGIEVA가 전사자 추모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인 안드리이 피쉬니가 게오르기에바를 성 미하일 금빛 돔 수도원 앞 광장에서 맞이했다. 이들은 2014년 이후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의 초상화가 걸린 기념벽에 꽃을 놓았다. 게오르기에바는 “우크라이나의 고통은 4년 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민이 국가를 지키려는 이유는 이미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는 피쉬니와 별도 면담을 갖고 유리아 스비리덴코(Yulia Svyrydenko) 총리 대행 및 재무장관 세르히이 마르첸코와도 면담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면담 전후에 기업인 및 투자자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IMF 대변인 줄리 코작이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 방문 후 로마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와의 면담을 시작으로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석할 계획이며 귀국길에 브뤼셀에 들를 예정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개인적 연결고리도 있어 이번 방문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불가리아 출신으로 동생의 부인이 우크라이나인이며, 동생은 러시아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Kharkiv)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합의의 내용과 우크라이나의 재정 상황
지난 11월 IMF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예비 합의는 향후 4년간 예산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재정 보장 강화, 2026년 예산의 법제화, 세원 확대 등의 조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공백은 2029년까지 약 1,365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어 이 합의의 승인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조세 회피·탈루 방지를 가속하겠다고 합의했으나 IMF는 2027년 이전에는 세수 증가를 본격적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2026년 예산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최근 2년간 900억 유로를 대출 형태로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대외지원 기반을 보강했다. 해당 EU 대출은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가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상환 의무가 발생하도록 조건화되어 있어 당장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구조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성장연동부채(growth-linked debt) 26억 달러를 구조조정해 2041년까지 최대 200억 달러에 이르는 잠재적 비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IMF는 이번 새 프로그램이 기존의 4년 155억 달러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기존 프로그램 중 약 106억 달러가 이미 집행된 바 있다. 이전 프로그램은 전쟁이 2025년에 종결될 것으로 가정하고 설계되었다.
새 예비 합의는 전쟁이 올해(2026년)에 종결될 것으로 가정하지만, 전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2028년까지 지속되는 하방 시나리오(downside scenario)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적 분석 및 향후 경제 영향
정책적 함의: IMF의 새 프로그램이 이사회 승인을 받을 경우 우크라이나는 단기적으로 대외 유동성 우려를 완화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공여기관과의 자금 연계가 가능해지므로 인프라 복구와 에너지 부문 긴급 대응 비용 조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리스크: 그러나 전시 경제의 특성상 세수 기반 확대와 재정 건전성 회복은 시간이 걸리므로, IMF가 요구하는 구조개혁의 실질적 이행과 의회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VAT 면제 축소와 같은 민감한 조치에 대해 의회 통과가 지연되면 자금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파급: 국제 채권시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승인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신용 리스크가 일부 완화되어 외화 조달 비용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전쟁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되면 신용 프리미엄은 높아지고 시장 접근성은 악화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설비의 반복적 파괴는 물류·생산 차질을 통해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다운스트림(downstream)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용어 설명
부가가치세(VAT) 면제 축소: 소비재에 적용되던 일시적 또는 조건부 VAT(부가가치세) 면제를 제거해 세수를 확대하려는 조치로, 생활비 상승 우려로 인해 국내 저항이 존재한다. IMF가 요구하는 ‘도입’은 법안 제출 또는 관련 행정절차 개시를 의미할 수 있으며, 반드시 의회 통과를 즉시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실무적 유연성을 포함한다.
예비 합의(preliminary agreement): IMF와 회원국이 최종 이사회 승인 전 마련하는 기본적인 정책·재정 조건의 합의로, 이후 세부사항을 보완해 이사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게 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이번 방문은 IMF가 우크라이나의 재정·정책 여건을 직접 확인하고, 필수 개혁 조치의 이행 가능성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국제적 지원을 이어가기 위한 실무적 협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향후 수주 내 IMF 이사회의 승인 여부와 우크라이나 의회의 관련 조치 진행 속도가 국제 자본 흐름과 우크라이나의 중기 재정 지속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