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가 현재 흐름을 유지하는 한 당분간 정책금리 변경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필립 레인(Philip Lane)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했다. 다만 새로운 외부 충격,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임무에서 벗어나는 잠재적 행보는 전망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1월 1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견해를 이탈리아 신문 라 스탐파(La Stamp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ECB가 작년 6월에 급속한 금리 인하(또는 금리 조정) 사이클을 마친 이후로 금리를 동결해 왔으며, 지난달에는 경제성장이 놀랍도록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향후 수년간 2% 목표 부근에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정책을 서둘러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로 복귀하지 않거나, 미국의 금융여건이 만기 프리미엄(term premium)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에게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그는 또한 “달러의 미래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유로에 일종의 금융 충격(financial shock)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위험 요소로서 레인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통제 시도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가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차입비용을 연준이 적절하다고 보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끌어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레인은 이 같은 정치적·정책적 압력이 연준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바꿀 경우 유럽 경제와 통화정책 전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이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부 용어의 의미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연준의 이중(dual) 임무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연준은 물가 안정(인플레이션 목표 2%)과 최대한의 고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목표를 법적으로 부여받고 있다는 뜻이다. 만기 프리미엄(term premium)은 장기 국채 수익률에서 단기 기대금리를 제외한 부분으로, 투자자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장기 보유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예금금리(deposit rate)는 ECB가 은행들의 초과유동성에 대해 제공하는 이자율로, 통상적으로 정책금리 체계에서 기준이 되는 역할을 한다.
시장 반응을 보면, 연초 전환 시점에 일시적으로 2026년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현재 시장은 예금금리(Deposit rate)를 올해 2%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인은 또한 21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이 올해와 내년에 더 강한 경기 순환적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잠재성장률 자체는 낮은 편이며 더 높은 성장 모멘텀을 위해선 깊은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s)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로화와 수출 경쟁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작년에는 투자자들이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달러 자산에서 자금을 빼면서 달러 약세가 발생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유로 강세로 이어져 유럽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와 동시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이미 주요 시장에서 유럽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 강세는 유럽 수출업체에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레인 이코노미스트의 태도는 전반적으로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편이다. 그는 12월 전망치(December projections)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약 2% 수준에서 안정되는 지속적 흐름을 보여준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분간 정책금리를 둘러싼 즉각적인 논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향후 몇 년의 기본 경로(baseline)를 제공한다”는 표현으로 현행 금리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그는 “어떤 방향이든 새로운 전개가 보이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며 유연성도 분명히 했다.
정책·시장 영향 분석
이 발표와 발언을 바탕으로 향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거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더 앞당길 경우,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와 미국 장단기 금리의 변동성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로화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어 유로 가치의 재평가 또는 단기적 급등·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 레인이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충격은 유럽의 금리·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며, 만약 만기프리미엄이 상승하면 유럽 채권시장 수익률에도 상방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유로 강세는 이미 어려움에 처한 유럽 수출업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단기 수출성과와 기업이익률을 낮출 위험이 있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 약화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유럽 내 투자와 고용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ECB의 정책기조가 현재처럼 중립적(혹은 신중한 유지)으로 남는다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정책금리와 예금금리의 장기적 안정성을 전제로 자산배분을 재조정할 것이다. 예컨대 채권 보유자는 장기 기대수익률과 만기 프리미엄 변동을 주시할 것이고, 수출기업과 수입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두 가지가 강조된다. 하나는 미·유럽 간 통화정책 차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외환·자본흐름의 변동성에 대비한 금융안정 조치의 강화다. 다른 하나는 레인이 지적한 대로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 생산성 제고, 기술·투자 촉진 등이 구조적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다.
결론
요약하면, ECB는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한 당분간 금리 변경을 논의하지 않을 전망이며,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연준의 정책 변화, 특히 정치적 압력에 따른 조기 완화 시도는 유로·금리·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리스크는 유럽의 통화정책 운영과 실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과 시장참가자들은 이 같은 외부 위험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환율과 금리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