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채권 발행이 2026년에 크게 늘어날 것이며, 그 주요 동력은 AI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 투자 수요라고 분석가들이 예측했다.
2026년 1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전망은 바클레이즈(Barclays)의 목요일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채권 발행 증가는 인수·합병(M&A) 활동의 누적, 기존 채무의 재융자 필요성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AI 관련 자금 수요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총 미국 기업채권 발행 규모가 2026년에 $2.46조(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25년의 $2.2조 대비 11.8%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2026년 순발행(net issuance)은 $9,450억으로, 전년의 $7,260억 대비 3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순공급 증가의 상당 부분은 비금융 부문 이야기이며, 가장 큰 상방 리스크는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적 지출(capex)로, 이는 통상적인 규모보다 훨씬 큰 대형 공모딜을 필요로 할 수 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프로세서 수요 충족을 위해 지출과 차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다섯 개 하이퍼스케일러인 아마존(Amazon), 알파벳(Alphabet·구글),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라클(Oracle)은 지난해 미국 기업채권 시장에서 $1,210억어치를 발행했으며 이는 2020~2024년 연평균 $280억의 약 4배에 해당한다(출처: BofA Securities 1월 9일 보고서).
BofA(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차입 속도가 올해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향후 3년간빅파이브 하이퍼스케일러가 연간 약 $1,400억을 차입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경우에 따라 연간 $3,000억을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만약 이 같은 자금조달 램프업이 현실화된다면, 빅파이브 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발행량은 전통적 대형 금융기관들(예: 빅 식스 은행)의 연평균 발행액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BofA 보고서는 빅 식스 은행의 예상 평균 연간 발행액을 $1,570억으로 제시했다.
실제 2025년에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고신용(High-grade) 채권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MUFG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MUFG의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는 2025년 미국에서 가장 큰 5건의 고등급(High-grade) 채권 발행 중 4건을 차지했으며, 대부분은 하반기에 집중됐다.
구체적으로는 오라클이 9월에 $180억을 매각했고, 이어 10월에 메타가 $300억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이는 비인수합병(non-M&A) 단일 고등급 채권 사상 최대 발행이었다. 11월에는 알파벳이 $175억, 아마존이 $150억을 발행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차입 증가는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s)를 확대시켰다. 투자자들은 AI 관련 하방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을 선택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MUFG는 CDS 기반으로 하이퍼스케일러 채무를 보험(hedge)하는 비용이 2025년 6월 이후 상승했고, 특히 오라클의 5년물 CDS는 9월 딜 이후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채권 투자자들은 오라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 보유자들은 2026년 수요일(소송 제기일)에 제출한 소장에서,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의장을 맡은 오라클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추가 채무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용어 설명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해 대량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 알파벳(구글클라우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애저), 오라클 등이 있다. 이들은 막대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설비와 고성능 반도체(프로세서)를 필요로 하며,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이 수반된다.
신용디폴트스왑(CDS)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이전하기 위한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채권에 대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CDS를 매수하는데, CDS 프리미엄(보험 비용)이 상승하면 해당 발행자의 디폴트 우려가 커졌음을 시사한다.
IG 지수(Investment Grade index)는 투자적격(고신용) 회사채를 집계한 지표로, 여기 포함되는 기업들의 발행량 증가는 지수의 구성과 채권시장 유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
첫째, 대규모 AI 관련 자금수요는 기업채권의 총공급을 늘려 신용스프레드를 상향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늘면 금리 상승압력과 함께 투자자의 위험 프리미엄 요구도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차입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고액을 연이어 발행하면, 고신용(Investment Grade) 섹터 내에서도 상대적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동일 등급 내 발행사들의 비용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다.
둘째, 은행권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 재편이 예상된다. 은행 발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반대로 은행들이 대규모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BofA 예측대로 하이퍼스케일러가 연간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계속 조달하면, 이들 기업은 전통적 금융기관과 동일한 ‘고정적 대형 발행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셋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운용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용스프레드 변동성과 CDS 비용 증가가 지속되면, 기관투자자는 채권 포지션의 방어를 위해 듀레이션(기간) 관리, 신용품질 분산,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 비중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채권시장 내 유동성 프리미엄과 매매패턴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공시 이슈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 오라클을 상대로 한 채권 보유자들의 소송은 발행사가 중대한 자본지출 계획을 적시에 공시했는지 여부에 관한 법적·투자자신뢰 리스크를 환기시킨다. 향후 유사한 대규모 발행을 앞둔 기업들은 공시 투명성 강화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2026년 미국 기업채권 시장은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자금수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시장 구조와 가격 형성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는 채권 발행 규모 확대, 신용스프레드 변동성 증가, 파생상품 수요 확대, 그리고 공시·규제 리스크의 증대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