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스 글로벌(Saks Global)의 전(前) 집행의장 리처드 베이커(Richard Baker)가 2024년에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를 인수한 결정이 결국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법정 제출 문서와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사태는 인수 직후의 자금 구조 문제와 재고 부재로 인한 악순환이 결합해 단기간 내에 유동성 붕괴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2026년 1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삭스 글로벌은 2026년 1월 중 텍사스 휴스턴 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1(Chapter 11)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파산 보호 신청 직후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서 삭스의 최고 구조조정 책임자(CRO) 마크 와인스타인(Mark Weinstein)은 이번 인수 거래가 “즉각적인 유동성 문제(immediate liquidity challenges)”를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자본 구조(unsustainable capital structure)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무디스(Moody’s) 기업금융 부문 부사장인 미키 차다(Mickey Chadha)는 이 거래를 “레시피 포 디재스터(recipe for disaster)”라고 규정했다.
“두 회사 모두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하고 대규모 부채를 지게 했다. 처음부터 지속 불가능한 자본 구조였다.” — 미키 차다(Moody’s)
리처드 베이커가 이끈 2024년의 니먼 마커스 인수는 총 $27억(약 27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 중 $22억(약 22억 달러)은 정크 본드(junk bonds)로 조달됐다. 정크 본드는 투자등급 미달 등급의 채권으로, 높은 금리로 인해 자금조달은 쉬웠지만 상환 부담과 신용리스크가 큰 특징이 있다. 거래 마감 후 관련 채무를 상환하고 나자, 삭스가 공급업체에 지급할 수 있는 가용 현금은 크게 줄어들었다.
공급업체(벤더)들에 대한 지급 지연은 곧 상품 공급 축소로 이어졌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매장과 온라인의 상품 구색이 떨어졌고, 이는 곧 고객 이탈과 매출 및 현금흐름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촉발했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총괄이사인 닐 손더스(Neil Saunders)는 이메일 논평에서 이 과정을 “고전적 악순환(vicious spiral)”이라고 표현했다.
삭스 글로벌은 니먼 마커스,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과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를 한 지붕 아래 통합하면서 인수 후 5년 동안 $6억(약 6억 달러)의 연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와인스타인은 보고서에 적시했다. 그러나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고 비용도 더 많이 들었다.
특히 지난해(2024년) 주요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일회성 상품(머천다이징) 시스템 통합 문제”이 발생해 니먼 마커스와 버그도프 굿맨의 재고 흐름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시점은 통상적으로 판매와 재고가 시즌적 저점에 접어드는 기간이라 영향을 더 키웠다.
삭스의 차입구조는 자산담보대출(asset-based loan)에 크게 의존했는데, 이는 대출이 재고를 담보로 제공되는 구조였다. 재고가 줄어들자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가용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다. 와인스타인은 삭스가 공급업체에 지급하기 위해 마련한 $2.44억(약 2억 4,400만 달러)의 ‘캐치업(catch-up) 지급액’도 결국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회사의 2025 회계연도 2분기(8월 2일 종료) 기준 재고 수준은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회사가 예상했던 재고 수령액보다 over $5.5억(약 5억 5,000만 달러) 이상 부족했다. 이는 자산담보대출의 담보가치 축소로 이어져 추가 차입 여력을 제약했다.
결과적으로 삭스는 소매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재고 확보(chase inventory)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이는 휴가 시즌(holiday season) 핵심 판매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연결됐다. 차다는 “이 정도 부채를 시너지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다(You can’t really sustain that much debt just on synergies).”라고 지적했다. 결국 회사는 새 자금 확보 후 넉 달 만에 채권 이자 지급을 연체했고, 그로부터 2주 후 파산 신청에 이르렀다.
법정 제출 문서의 주장: 수요는 여전하다
와인스타인의 법정 선언문에서는 회사의 위기가 럭셔리 상품 수요의 하락이나 백화점 업종의 쇠퇴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삭스는 쇠퇴하는 오프라인 소매업이 아니다. 가장 수익성 높은 고객층은 여전히 소매 채널을 통해 지출하고 있다… 제품이 공급될 때 성과는 견조하게 유지됐다.”
라고 밝혔다. 또한 마케팅이나 자본적 지출의 대규모 확대 없이도 판매 추세를 개선할 필요는 적다고 적시했다.
삭스는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법원의 승인을 전제로 $17.5억(약 17억 5,000만 달러)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으며, 채권자·공급업체에 대한 향후 지급(go-forward payments)과 고객 프로그램 이행, 직원 급여 및 복리후생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금 중 $5억(약 500만 달러)은 회사가 파산에서 벗어난 이후에 사용 가능하도록 배정됐다. 회사는 연내(2026년 중) 법정관리를 마치고 재기(엑시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임 최고경영자(CEO)로는 전(前) 니먼 마커스 CEO인 제프루아 반 레몬독(Geoffroy van Raemdonck)가 임명돼 공급업체 신뢰 회복과 사업 회복의 중책을 떠맡게 됐다.
용어 설명: 정크 본드·자산담보대출·런레이트 시너지·챕터 11
정크 본드(junk bonds)는 신용등급이 낮아 디폴트 위험이 큰 대신 높은 이자(수익률)를 제공하는 회사채를 말한다. 자산담보대출(asset-based loan)은 재무구조상 재고·매출채권 등 단기 자산을 담보로 설정해 대출 한도가 결정되는 대출 형태다. 런레이트 시너지(run-rate synergies)는 인수·합병 완료 후 일정 시점부터 연간 기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비용 절감·매출 증대 효과를 말한다. 챕터 11(Chapter 11)은 미국 연방법상 기업이 영업을 유지한 채로 채무 재조정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는 파산보호 절차다.
전문적 분석과 향후 영향 전망
첫째, 채권시장과 레버리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 삭스의 사례는 고수익(정크) 채권으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킬 때의 구조적 위험을 다시 부각시킨다. 투자자는 단기 유동성 리스크와 통합 리스크가 결합될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향후 유사 거래에 대한 신용평가 기준이 강화되고, 레버리지 비율과 시너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공급망과 벤더(공급업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공급업체들은 삭스와 같은 대형 유통채널에 대한 신뢰 회복을 요구할 것이며, 선지급 조건·단기 결제조건·담보 요구 등 거래 조건 강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소 공급업체의 현금흐름 압박을 가중시키고, 궁극적으로 특정 브랜드의 제품 공급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 전략 변화 가속 — 럭셔리 브랜드들은 이미 직영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삭스의 유통경로 불확실성 증가는 이들 브랜드의 자체 판매 채널 투자(직영 매장, 이커머스)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백화점 의존도 축소와 브랜드의 DTC(direct-to-consumer) 전환이 가속될 수 있다.
넷째, 소비자(고액 고객) 수요 자체에는 아직 탄력성이 있다 — 와인스타인은 수요는 견조하다고 진단했다.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고 상품 구색이 정상화되면 고액 소비층의 구매는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무구조 정상화와 벤더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종합하면, 삭스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자본 조달 방식(높은 레버리지)과 통합 실행(시스템·재고 통합 실패)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유동성 위기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자·벤더와의 관계 재설정, 운영 효율화, 재고 보강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랜드·유통 구조의 재편, 자본구조의 탈레버리징(deleveraging)과 함께 소비자 전략의 재수립이 필요하다.
실무적 시사점 — 투자자·채권자 관점에서는 삭스 사례가 레버리지 인수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벤더는 거래 상대방의 재무지표뿐 아니라 결제 이력, 재고담보 유무 등을 바탕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산정할 가능성이 높다. 소매업계 전반에는 공급망 유연성과 재고관리 능력을 높이는 투자가 당분간 우선순위로 부각될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 삭스가 2026년 중 법정관리(챕터 11)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 공급업체 신뢰를 회복하고 재고를 정상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신규 CEO인 제프루아 반 레몬독의 지도 아래 얼마나 빠르게 런레이트 시너지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채권시장과 럭셔리 유통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수개월 간 해당 부문 신용스프레드와 공급계약 조건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