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에서 활동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정책결정자들은 미국 정부의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공격이 경제 전망에 새로운 위험을 제기하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르틴스 카작스(Martins Kazaks)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2026년 1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카작스 총재는 연준을 향한 이번 공격이 신흥국 수준의 정치행태로 보인다며 유럽중앙은행의 수평선에 구름을 드리우는 리스크 목록에 새로 추가되었다고 진단했다. 카작스는 또한 ECB의 차기 부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다.
사건의 핵심은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연준 본부(헤드쿼터) 개보수 관련 발언을 이유로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는 점이다. 카작스는 이런 사안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위험(물가와 성장에 대한)은 양쪽에 존재하며 안일함을 허용할 여지가 없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 금융시장 내의 AI(인공지능) 버블 가능성과 중국의 공격적 무역정책을 ECB가 직면한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카작스는 미국 내에서 AI 과열(hype)에 의해 금융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왜곡될 경우, 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작스는 또한 연준 독립성의 훼손이 미국의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더 높은 물가(인플레이션)를 통해 반향을 일으키고, 이는 이후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더 높은 금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정은 글로벌 금융·교역·자본흐름을 통해 유로존에도 파급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보조금 정책, 희토류(rare earths)에 대한 수출 규제, 위안화 절상 억제 성격의 환율 정책을 문제로 지적했다. 카작스는 이들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카작스의 처방은 유럽의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지연된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과 필요할 경우 산업정책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공급측(shock)·구조적 위험에 대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금융정책과 관련해 카작스는 ECB의 현 수준의 금리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양호한 신호를 주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핵심 물가지표(core inflation)도 이제 점차 ECB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중앙은행 독립성: 중앙은행 독립성은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이뤄지는 정도를 말한다. 독립성이 약화되면 단기 정치적 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이 좌우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심 물가(Core Inflation): 소비자물가 중에서 식료품·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지표로, 중앙은행이 기초적 물가압력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ECB의 목표는 핵심 및 총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으로 2% 근처의 물가안정을 실현하는 것이다.
희토류(Rare Earths): 전기자동차, 반도체, 고성능 자석 등 첨단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특정 국가의 공급 제약은 글로벌 제조업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경제적 함의 분석
첫째, 연준 독립성의 훼손 가능성은 미국의 금융·물가·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인다. 불확실성 증대는 위험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을 확대시켜 변동성(볼래틸리티)을 높일 수 있으며,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금리 재평가 등의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
둘째, AI 버블 가능성은 자산가치의 급등락을 통해 글로벌 자금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기술주 급등이 잦은 자본 유입-유출을 야기하면 유로존 금융시장도 파급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ECB가 단순히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는 전통적 수단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충격을 만드는 요인이다.
셋째, 중국의 무역·산업정책은 공급망과 원자재 가격, 수출입 물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유로존의 성장률과 물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희토류 및 수출 통제 등은 제조업 기반국의 인플레이션 및 생산비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ECB의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긴축·완화의 타이밍과 전달경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하며,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비전통적 수단(예: 유동성 공급 조치)을 보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재정·구조 정책 측면에서는 노동시장·산업정책·공급망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구조개혁과 전략적 산업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시장·투자자에 대한 시사점
금융시장 참가자는 연준 독립성 관련 정치적 리스크와 AI 관련 밸류에이션 리스크, 그리고 중국의 고강도 무역정책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헤지 전략을 검토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리스크(예: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전환 관련 비용 등)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결론
카작스의 진단은 ECB가 현재의 통화정책 경로를 유지하되 외부 충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 AI 버블, 중국의 공격적 무역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유로존 경제와 물가에 대한 하방·상방 양쪽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은 통화정책과 더불어 구조개혁 및 필요시 산업정책을 통해 전방위적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