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이번 심리 기한 동안 대통령 권한, 관세, 출생시 시민권, 총기 규제, 인종·성별 관련 쟁점,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선거자금법, 투표권, LGBT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종교적 권리, 사형 등 광범위한 핵심 사안들을 심리하고 있다.
2026년 1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심리 기한은 지난해 10월 시작돼 6월 말까지 이어지며, 대법원은 별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긴급 심리도 여러 건 처리해왔다. 아래는 이번 기한에 심리되거나 이미 심리된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Trump tariffs)
대법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의 적법성에 대해 11월 5일 심리에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쟁점은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갖는지, 혹은 의회 권한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보수·진보 대법관 모두 행정부 측 변호인에게 해당 법이 국가 비상사태에서 사용되도록 마련된 것인지, 대통령의 외교·무역 처리 권한을 과도하게 확장하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했다. 하급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적용하는 것이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단했으며, 여러 기업과 12개 주가 관세를 문제삼았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출생시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에서의 출생으로 인한 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심리하기로 합의했다. 행정명령은 부모 모두가 미국 시민권자나 합법적 영주권자(그린카드 소지자)가 아닌 경우 미국 출생 아동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말라고 연방기관에 지시했다. 하급법원은 해당 명령이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14조(14th Amendment)과 출생시 시민권 권리를 규정한 연방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부모와 아동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아직 심리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루이지애나 선거구(Louisiana electoral districts)
10월 15일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1965년 제정된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섹션 2를 약화시킬 의향을 시사했다. 섹션 2는 명시적 인종차별 의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소수 인종의 표 영향력을 희석하는 선거구 지도를 금지한다. 하급심은 루이지애나의 하원 6개 선거구 지도에서 흑인 다수구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도가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연준(Fed) 위원 해임 시도
대법원은 1월 21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인 리사 쿡(Lisa Cook)을 해임하려 한 사건의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대통령이 연준 관계자를 해임하려 한 첫 사례로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1913년 연준 창설 당시 제정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은 이사 해임을 대통령의 ‘“for cause”(정당한 사유)’로만 허용하도록 규정했지만, 이 용어의 정의와 해임 절차는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은 법무부의 긴급 보류 요청을 기각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쿡 해임을 일시적으로 막는 하급 판결을 즉시 뒤집지 않았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Federal Trade Commission firing)
12월 8일 심리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FTC 위원 레베카 슬로터(Rebecca Slaughter)를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행위의 합법성을 유지할 가능성을 보였다. 하급심은 대통령의 해임이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심리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슬로터의 해임을 허용했다. 보수 대법관들은 독립 기관의 장에게 의회가 부여한 임기 보호가 대통령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보는 경향을 보였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Transgender sports participation)
1월 13일 대법원은 여성 스포츠팀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는 주법의 합헌성을 심리했다. 아이다호와 웨스트버지니아의 항소심으로, 하급법원은 해당 금지법이 헌법과 연방법의 차별금지 조항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25개 주가 유사한 법을 두고 있으며, 보수 대법관들은 전국적 통일 규칙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춘기 차단제(puberty blockers)나 성전환 호르몬이 운동 능력의 생리학적 차이를 완전히 제거하는지에 대해 법적·과학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LGBT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10월 7일 심리에서 보수 대법관들은 소아·청소년 대상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정체성 변화를 목표로 하는 정신치료를 금지한 콜로라도 주 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이유로 도전한 상담사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보였다. 콜로라도는 이를 전문적 행위 규제로 보며 공공보건과 안전을 이유로 금지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해당 법을 유지했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하와이 총기법(Hawaii gun law)
대법원은 1월 20일 하와이 주의 공중에 개방된 사유지(대부분 상업시설 등)에 권총을 반입하려면 소유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법 규정의 헌법 적합성을 심리한다. 세 명의 하와이 주민과 호놀룰루 기반의 총기권리 단체가 하급심의 판단에 항소했으며, 하급심은 해당 법이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지의 권리)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마약 사용자와 총기(Drug users and guns)
3월 2일 심리에서는 텍사스에 거주하는 이중 국적(미·파키스탄) 시민 사건을 통해 불법 약물 사용자를 총기 소유에서 배제하는 연방법의 정당성이 다뤄진다. 이 조항은 1968년 통과된 총기규제법(Gun Control Act of 1968)의 일부로, 2023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이 기소된 법조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급심은 이 총기 소지 금지가 수정헌법 제2조에 크게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선거자금(Campaign finance)
12월 9일 심리에서 대법원은 부통령 JD 밴스(JD Vance)가 관련된 소송을 포함해 정당이 후보와의 ‘조정(coordinated)’ 하에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연방 한도를 위헌으로 볼지 여부를 다뤘다. 보수 대법관들은 도전에 우호적 태도를 보인 반면, 세 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지출 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쟁점은 당의 조정 지출 제한이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우편투표 마감 유예(Mail-in ballots)
대법원은 미시시피 주의 우편투표에 대해 선거일 이후 최대 5영업일 이내에 도착한 경우 유효표로 인정하는 법 조항을 공화당이 문제 삼아 방어하는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하급심은 특정 유권자에 대해 우편소인이 선거일에 찍혀 있고 선거 후 최대 5영업일 이내에 도착한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법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현재 심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망명 처리(U.S. asylum processing)
대법원은 국경의 관문(port of entry)에서 망명 신청 처리를 제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터링(metering)’ 정책의 법적 권한을 다룰 심리를 수락했다. 하급심은 망명 신청자의 처리를 중단하고 청구를 받지 않는 이 정책이 연방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정책을 폐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 인권 침해 관련 기업 책임(Human rights abuses abroad)
대법원은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가 중국 내 소수 종교 단체(팔룬궁) 감시 및 박해에 기술적으로 기여했다는 2011년의 고소와 관련해 2023년 하급심 판결을 재심리하기로 했다. 원고들은 외국인불법행위법(Alien Tort Statute, ATS)에 근거해 제소했으며, 이 법은 1789년 제정된 뒤 오랜 기간 사용되지 않다가 1980년대 이후 국제 인권 사건에 활용되어 왔다. 심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위기 임신 상담센터(Crisis pregnancy centers)
대법원은 뉴저지 주의 수사에 맞서 기독교계 비영리 단체인 First Choice Women’s Resource Centers의 소송에서 다수 의견으로 원고 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당 단체는 낙태를 만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뉴저지 검찰총장 매튜 플랫킨(Matthew Platkin)이 2023년 기부자와 의사 명단 등 정보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 기만적 영업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라스타파리안 수감자(Rastafarian inmate)
11월 10일 심리에서 보수 대법관들은 수감자의 종교적 이유로 머리를 기르는 관습을 침해해 제초(머리 밀기)를 한 교도관들을 상대로 루이지애나 수감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을 보였다. 원고 데이먼 랜도르(Damon Landor)는 종교적 이유로 머리를 기르는 것을 요구하며, 해당 사건은 수감자에 대한 종교차별 보호법 하에서 제기됐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사형수 사건(Death row inmate)
12월 10일 심리에서는 앨라배마 주가 1997년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조셉 클리프턴 스미스(Joseph Clifton Smith)의 형 집행을 재추진하려는 사건이 다뤄졌다. 하급심은 스미스가 지능지수(IQ) 검사와 전문가 증언에 근거해 정신지적 장애(intellectual disability)가 있어 사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2002년 대법원 판례는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처형하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8조(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 금지)를 위반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은 6월 말까지 예상된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무선통신사 벌금(FCC fines on wireless carriers)
대법원은 고객 위치 데이터를 동의 없이 공유한 혐의로 연방통신위원회가 버라이즌(Verizon)·AT&T 등 주요 통신사에 부과한 수천만 달러 규모의 벌금 부과 권한을 다투는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쟁점은 FCC가 벌금을 추징하는 과정에서 피고들이 정식 재판을 받기 전에 행정적 절차를 벗어났는지 여부다. 심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콕스 저작권 분쟁(Cox copyright dispute)
12월 1일 심리에서 콕스 커뮤니케이션스(Cox Communications)는 음반사들이 제기한 광범위한 음악 저작권 소송에서 재무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나 대법관들은 콕스가 이용자 불법 복제 사실을 인지했을 때까지 단순히 알기만 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재심을 명령해 콕스가 소니 뮤직(Sony Music)·워너 뮤직(Warner Music Group)·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 Group) 등에 대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기여 책임이 있는지를 가리는 재판을 다시 하도록 했다. 콕스는 재심에서 최대 15억 달러까지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6월 말까지 판결이 예상된다.
법률용어·제도 설명
•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통령이 외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과·관리할 수 있도록 한 연방법으로, 국가 비상사태 시 광범위한 경제조치를 허용한다.
• 외국인불법행위법(Alien Tort Statute, ATS): 1789년 제정된 법으로, 국제 인권 침해에 관한 민사 소송을 미국 법원에서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 수정헌법 제1조·제2조·제8조·제14조: 제1조는 표현의 자유·종교의 자유 등을 보호하며, 제2조는 무기 소지권, 제8조는 잔혹·이례적 형벌 금지를, 제14조는 시민권·평등 보호를 규정한다.
경제·정치적 영향 분석
이번 대법원 심리는 법적 해석을 넘어 경제·정치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관세 사건은 글로벌 무역·공급망과 관련 기업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하급심에서 대통령 권한의 제한이 유지되면 향후 행정부의 무역정책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반대로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면 단기적으로 보호무역적 조치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수입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준 이사 해임 관련 판결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선례를 형성할 수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독립성 약화는 시장의 정책 신뢰도를 낮추고 장기금리·통화정책 기대에 영향을 주며, 투자·환율 시장에 즉각적 파장을 줄 수 있다. 또한 FCC 벌금 사건과 콕스 판결은 통신·콘텐츠 산업의 규제 리스크를 재조명해 해당 섹터의 주가·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논쟁 사안(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전환 치료, 위기 임신 센터 등)의 판결은 주(州)별 규범과 연방법 적용 범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정치적 쟁점화를 심화할 수 있다. 선거자금·우편투표 사건은 선거 제도와 캠페인 자금의 운영 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주어 향후 선거 환경과 정당 전략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결론
이번 심리 기한에 다뤄지는 사건들은 헌법 해석과 정부 권한 범위를 재정립할 잠재력이 크다. 대법원의 판결은 연방법·주법·연방기관 권한 구도를 바꾸고, 법·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대부분 사안의 최종 판결은 2026년 6월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전까지 하급심의 판단·대법원의 의견 배치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