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에서의 최근 사태를 대체로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지정학적 사건이 언제 시장을 실제로 움직이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26년 1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헨리 앨런(Henry Allen)은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주말 이래로 시장의 관심을 지배해 왔다( have dominated market attention since the weekend )」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베네수엘란 채권과 미국의 석유회사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일부 자산’을 제외하면 전 세계 시장은 거의 완전히 동요하지 않았다( global markets have been almost completely unfazed )」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러한 반응이 오랜 기간 관찰돼 온 패턴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앨런은 「지정학적 사건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성장과 물가 같은 다른 거시 변수를 변화시켜야 한다( geopolitical events only have a long-term market impact to the extent they affect other macro variables, like growth and inflation )」고 설명했다. 반대로 이런 경제적 전달채널이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 영향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에 국한되며 다른 영역으로 전파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the market impact tends to be isolated to directly affected assets and won’t transmit elsewhere )」고 덧붙였다.
역사적 사례로 볼 때, 지정학적 사건이 글로벌 시장에 의미 있는 변동을 일으킨 경우에는 공통된 메커니즘이 있었다. 도이체방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990년 걸프전, 1970년대의 오일 쇼크 등을 예로 들며, 이들 사례에서는 충분히 큰 규모의 유가 급등이 발생해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촉발했고, 이는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긴축적(매파적) 통화정책을 추진하도록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앨런은 이러한 유가 급등이 또한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공급 충격( a negative supply shock )을 만들어 기업 실적과 주식시장에도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경제적 전달경로가 부족한 충격은 지정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미미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즉, 지정학적으로는 중대한 사건이라도 유가·물가·성장 등 거시 지표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못하면 전 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이벤트가 거시경제 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시장 영향은 직접적으로 손상된 자산군으로 국한되고 다른 시장으로 전파되기 어렵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으로는 보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베네수엘라 채권(Venezuelan bonds)과 미국 석유기업 주식(U.S. oil companies)이 대표적이다. 베네수엘라 채권은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 불안정과 제재, 원유 수출 차질 가능성 등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고, 미국을 포함한 석유기업들은 원유 공급 변화와 관련된 직접적 수혜 또는 피해에 의해 실적 변동을 겪을 수 있다.
용어 설명: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빚문서로서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시 원금을 상환하는 금융상품이다. 석유기업 주식은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과 배당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며, 국제 유가 및 생산·수출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또한 유가 스파이크란 원유 공급 우려나 지정학적 긴장으로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정책적 함의 및 향후 시나리오:
이번 도이체방크의 진단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는 국제 유가의 추가 급등 여부, 물가(인플레이션) 압력,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그리고 실물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다. 지정학적 충격이 넓은 영역으로 전이되려면 유가가 상당 수준으로 상승해 글로벌 물가에 영향을 주고,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긴축 방향으로 선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이러한 연결고리가 약하면 충격은 특정 자산군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 시나리오를 몇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중동·지중해 등 주요 산유지역으로 확산하지 않고 제한적 교란에 그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중앙은행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둘째, 사태가 장기화되며 공급 차질이 확대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앞서 언급한 역사적 사례처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촉발돼 주식과 채권 시장에 광범위한 조정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국제 제재·무역 제약 등으로 특정 국가의 수출구가 장기간 봉쇄될 경우 해당 국가의 채권·통화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글로벌 신용스프레드(국가·회사채 위험프리미엄) 확대를 통해 간접적인 충격이 전파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체크포인트: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채권의 스프레드 추이, 미국 석유기업의 실적·주가 변동, 국제 유가(WTI·브렌트)의 상승 여부, 원유 재고·생산량 데이터, 주요 중앙은행의 언급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유효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확산 여부, 즉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가 관찰되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면 채권 수익률과 주식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므로 방어적 자산 배분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결론: 도이체방크의 분석은 지정학적 사건 자체의 중요성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경제적 전달경로를 통해 거시 지표에 영향을 미치느냐가 시장 반응의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킨다. 현재로서는 베네수엘라 사건이 몇몇 직접 노출 자산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을 흔들 정도로 거시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상황 전개의 방향에 따라 국제 유가·인플레이션·금리의 변화라는 채널을 통해 파급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투자자·정책결정자는 관련 지표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