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근본적인 제도적·법적 개혁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전달했다.
2026년 1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업계가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 재건에 보안 보장을 전제로 적어도 $1000억(약 1000억 달러)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xxonMobil의 최고경영자(CEO) 대런 우즈(Darren Woods)와 ConocoPhillips의 CEO 라이언 랜스(Ryan Lance) 등 대형 석유사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베네수엘라에 재진입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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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우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재의 베네수엘라 시장을 “투자 불가능(uninvestable)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우즈는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가 2007년에 Exxon과 Conoco의 자산을 압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카라카스(베네수엘라 정부)가 두 회사에 대해 국제중재 판정과 관련해 수십억 달러의 미지급 채무를 지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우즈는 백악관에서 “우리는 그곳에서 자산을 두 번 압류당했다. 따라서 세 번째로 재진입하려면 역사적으로 보아 매우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적·상업적 구조와 프레임워크가 현재의 베네수엘라에서는 투자가 불가능하다.”
우즈는 다만 Exxon이 기술진을 파견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산과 산업 상태를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즉각적 상업적 투자로 이어지기 전에 현장 실사(technical assessment)를 통해 자원·인프라·안전성·법적 리스크 등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라이언 랜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데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고, 베네수엘라의 국가부채 재구조화에서 은행권의 역할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랜스는 또한 국영 석유회사인 Petróleos de Venezuela, S.A.(PDVSA)의 구조조정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우리는 크게 사고 대담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고, PDVSA를 포함한 베네수엘라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재구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ConocoPhillips CEO에게 미국 정부는 2007년 국유화로 회사가 잃은 자산을 되찾는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과거에 사람들이 잃은 것을 들추어보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었다. 다른 대통령의 일이었다. 당신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쉐브론(Chevron)은 미국 대형 석유사 중 베네수엘라에서 PDVSA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유일하게 운영 중인 기업이다. 쉐브론 부회장 마크 넬슨(Mark Nelson)은 현재 베네수엘라 내 자사 생산량이 약 24만 배럴/일(약 240,000 barrels per day)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넬슨은 합작법인으로부터의 인도를 사실상 즉시 100% 증가시킬 수 있는 경로가 있으며, 자사 자체의 투자 범위 내에서도 향후 18~24개월 안에 생산을 약 50%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합작법인에서의 인도를 실질적으로 즉시 100% 증가시킬 수 있는 경로가 있다. 또한 우리의 자체적인 규율된 투자 계획 하에서 향후 18~24개월 내에 생산을 약 50% 늘릴 수 있다.”
한편, 재무장관(재무 관련 고위관리)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은 목요일(현지 시점)에 열린 미네소타 경제클럽 행사에서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투자에서 대형 메이저(major) 회사들보다는 소규모 독립 정유업체(independent oil companies)와 개인 투자자(wildcatters)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베센트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이사회가 있는 대형 석유회사들은 관심이 없다. 우리 전화는 독립 정유업체와 개인들로부터 ‘어제라도 가고 싶다’는 전화로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용어 설명 및 추가 배경
PDVSA는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로, 베네수엘라 경제와 정부 수입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PDVSA의 경영 문제와 부채, 인프라 노후화는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성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본문에서 언급된 “liftings(인도량)“은 합작사·판매사 등이 실제로 선적하거나 인도받는 원유 물량을 가리키는 업계 용어로, 생산량(production)과는 구별된다. “중재 판정(arbitration claims)”은 기업들이 국가나 국가 기관을 상대로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법적 절차를 의미한다.
역사적 맥락
베네수엘라는 지난 수년간 정치·경제적 혼란과 대대적인 자본 유출, 국제 제재, 정치적 불안정으로 석유 생산 설비의 유지·보수와 투자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2007년과 과거의 국유화 사례는 외국 기업들에게 큰 법적·정책적 리스크를 남겼고, 이는 기업들이 재진입을 주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적·시장적 영향 분석
이번 백악관 회의에서 제기된 사안들은 단기적·중기적 관점에서 서로 다른 파급효과를 갖는다.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즉각적 생산 증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쉐브론이 주장한 합작법인의 인도량 100% 증가 가능성이나 자사 생산 50% 확대 가능성은 실제 투자 집행, 장비 보수, 인력 확보, 보안 문제 해결, 그리고 PDVSA와의 계약 조정 등이 병행될 때 현실화된다. 따라서 즉시 글로벌 원유 공급에 큰 충격을 주기보다는 점진적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
중기적으로는 $1000억 수준의 잠재적 투자가 실제로 집행될 경우,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회복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내 공급 변화와 글로벌 원유 시장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급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면 유가의 상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으나, 이는 투자 집행 속도와 정치적·제도적 안정성 확보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금융 부분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있다. 랜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은행권의 부채 재구성 및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뢰 회복과 크레딧 라인 마련이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 자산 보호 장치, 투자자에 대한 명확한 계약·분쟁 해결 메커니즘 마련이 필요하다.
리스크 요인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적·법적 불확실성이다. 과거 자산 압류 사례와 중재 청구권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또한 내부 통치 문제, 부패, 인프라의 물리적 노후화와 보안 문제 등이 투자 회수 기간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투자 전 철저한 법적·기술적 실사와 함께 정치적 보장(예: 국제적 보증, 다자간 협약 등)이 요구된다.
결론
백악관 회의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부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으며, 잠재적으로 막대한 자본 유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실현에는 법적·금융·제도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주요 석유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실무적 차원에서는 기술진의 현지 평가, PDVSA와의 구조조정 협상, 은행권의 채무 조정, 그리고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국제적 안전장치 마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베네수엘라 국내 경제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본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발언은 2026년 1월 10일 CNBC의 보도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