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2025년 12월 31일(로이터) – 미국 달러화는 올 한 해 참담한 성적을 보이며 안정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글로벌 성장 회복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완화 기대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해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9% 이상 하락해 8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약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주요 통화들과의 금리 차 축소, 그리고 미국의 재정적자 및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칼 샤모타(Karl Schamotta) 코페이(Corpay)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실제로 기초적 관점에서 미국 달러는 여전히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말했다.
달러의 향로(trajectory)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전 세계 금융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달러 약세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해외 매출을 달러로 환산할 때 수익을 늘려주며, 동시에 해외 자산의 기초 성과 외에 추가적인 외환(FX) 보너스를 통해 국제 시장의 매력을 높여준다.
최근 몇 달간 달러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달러 지수는 9월 저점 대비 2% 상승), 외환 전략가들은 대체로 2026년에 달러가 더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가 2025년 11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반영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달러의 실질 광범위 실효환율(real broad effective exchange rate)은 10월에 108.7로 집계됐으며, 이는 1월의 사상 최고치 115.1에서 소폭 하락한 수준으로 여전히 달러가 과대평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성장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는 미국과 다른 주요국 간 성장률이 수렴할 것이라는 전제에 좌우된다. 투자자들은 다른 주요 경제권들이 모멘텀을 회복함에 따라 미국의 성장 우위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 생각에 다른 국가들이 내년에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 아누짓 사린(Anujeet Sareen), 브랜디와인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
독일의 재정 부양책, 중국의 정책적 지원, 유로존의 성장 경로 개선이 미국의 성장 프리미엄을 줄여 왔으며, 이는 달러를 지지하던 요인들을 약화시키는 요소라고 투자자들은 지적했다.
아문디(Amundi)의 채권 및 통화 전략 디렉터 파레시 우파디야야(Paresh Upadhyaya)는 “세계의 다른 지역이 성장 측면에서 나아지기 시작하면 달러 약세에 우호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달러 하락의 최악 국면이 지나갔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미국 성장에 대한 중대한 충격이 발생하면 달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가이드스톤 펀드(GuideStone Funds)의 투자분석가 잭 헤르(Jack Herr)는 주요 대체 시나리오로 2026년 추가 대폭적인 달러 평가절하를 예상하지는 않지만, 어느 시점에 성장 둔화가 발생할 경우 달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차이(디버전스)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경우 달러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 12월 연준 회의는 표결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린 가운데 금리 인하를 결정했으며, 내년 정책자들의 중앙값 전망은 추가로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제시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의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할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는 백악관 경제보좌관 케빈 해셋(Kevin Hassett),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Kevin Warsh), 현 연준 이사 크리스 월러(Chris Waller) 등이 거론되며 이들 일부는 현 수준보다 더 낮은 금리를 주장해 왔다.
시티즌스(Citizens) 보스턴 지부 글로벌 마켓 공동책임자 에릭 멀리스(Eric Merlis)는 “시장은 내년에 연준의 제한적 조치만을 예상하지만, 추세는 낮은 성장과 약화된 고용을 향해 가고 있다”며 달러에 대해 다른 G10 통화 대비 숏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레이더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CB는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고 성장 및 물가 전망을 일부 상향 조정했다.
상승과 하락의 연속성 — 직선적 흐름은 아님
달러 약세의 장기적 관점이 우세하더라도 단기 반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열광과 이로 인한 자금 유입은 미국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강화해 단기적으로 달러를 지지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정부 셧다운 이후 재개된 연방정부의 활동과 올해 통과된 감세가 미국 성장에 미치는 단기적 보완효과는 1분기에 달러를 밀어올릴 수 있다고 브랜디와인의 사린은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요인들이 연간 지속적인 달러 강세의 주된 동력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전문 용어 설명
이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달러 지수(DXY)는 달러를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한 지표로, 달러의 대외 가치를 나타낸다. 실질 광범위 실효환율은 물가(인플레이션) 차이를 반영해 달러의 대외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단순 환율보다 구매력 변화까지 고려한다. 중앙은행이 ‘비둘기적(dovish)’이라는 표현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해 금리를 낮추는 쪽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며, ‘금리차’는 두 통화 간의 명목 금리 차이를 의미해 자본 흐름과 환율에 영향을 준다.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주요 영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 다국적 기업의 달러 환산 수익이 증가해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외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으며, 이는 선진국 및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달러 약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넷째, 미국 채권 수익률이 더 낮아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리밸런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AI 관련 섹터로의 자본유입, 정부 재정의 단기 부양 효과, 그리고 지정학적·정치적 이벤트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 등으로 달러가 반등하는 국면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반등은 정책 변경, 기업 실적, 위험선호 변화 등에 따라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투자자들은 환노출(hedge) 관리와 분산투자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에 대한 시사점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경로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 글로벌 성장 모멘텀, 지정학적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과 후보들의 통화정책 성향은 시장 기대를 급격히 바꿀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은 환율 변동성이 수입물가와 물가 기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통화·재정정책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달러는 2025년 한 해 동안 심각한 약세를 보였고, 여러 시장 참여자들은 2026년에도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 요인에 의한 반등 가능성은 존재하며, 정책 변경과 글로벌 성장의 진로에 따라 그 강도와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