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들이 2026년에 최소 350개 이상의 브랜드 의약품에 대해 리스트(공시)가격을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이 목록에는 코로나19, RSV, 대상포진(쉰들즈) 예방접종과 항암제 Ibrance(입란스) 등 블록버스터 약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도 진행되는 조치다.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의료 리서치업체 3 Axis Advisors가 단독으로 제공한 데이터에서 이러한 가격 인상 계획이 집계되었다. 이번 집계에서 2026년의 가격 인상 대상 의약품 수는 작년 같은 시점의 250여 종에서 증가한 수치이며, 이번 인상에서의 중앙값(중간치)은 약 4%로 2025년 수준과 유사하다.
가격 인상 수치는 약국급여관리자(pharmacy benefit managers, PBMs)와의 리베이트나 기타 할인액을 반영하지 않는다. 즉, 공시된 리스트 가격(list price) 자체의 인상이며, 최종 소비자나 보험사가 실제 부담하는 실질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제약사들도 일부 품목의 리스트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9개 의약품의 공시가격을 내릴 예정이며, 이중에는 Boehringer Ingelheim(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Jardiance(자디언스) 및 관련 3개 치료제가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 대해 40% 이상 가격을 인하한다.
베링거인겔하임과 Eli Lilly(일라이릴리)는 Jardiance를 공동 판매하고 있으나 이번 가격 인하의 이유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Jardiance는 2026년 65세 이상 메디케어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약값 협상 대상 상위 10개 약품에 포함되었으며, 해당 협상 결과로 베링거와 릴리는 자디언스의 가격을 3분의 1 이하(가격을 2/3 가량 삭감)로 낮춘 바 있다.
미국 환자들은 현재 처방약에 대해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종종 다른 국가보다 거의 세 배 가까운 가격을 부담하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약사들에 대해 가격을 유사한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과 현금 결제자(cash payers)를 대상으로 일부 의약품의 가격에 대해 14개 제약사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파이자(Pfizer), 사노피(Sanofi),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Novartis),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여러 기업이 이들 목록에 포함되며, 이들 기업은 일부 약품의 가격을 오는 1월 1일부터 인상할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 거래는 변혁적이라고 발표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처방약 가격을 높이는 근본 요인에 대해선 주변부를 갉아먹는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보스턴 브리검앤우먼스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보건정책 연구원 벤자민 롬(Benjamin Rome) 박사는 지적했다.
롬 박사는 기업들이 보험사 및 제약 리베이트 관련 이해관계자들과는 비공개 협상을 통해 할인을 주고, 소비자 직접 현금 결제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리스트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주요 제약사의 인상 및 조정 내용
파이자(Pfizer)는 약 80여 개 품목에서 가장 많은 리스트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항암제 Ibrance, 편두통 약 Nurtec, 코로나 치료제 Paxlovid 그리고 병원에서 투여되는 모르핀과 하이드로모르폰 등도 포함된다. 파이자의 대부분 인상률은 10% 미만이나, 코로나 백신 Comirnaty(코미나티)는 15% 인상이며, 일부 비교적 저렴한 병원용 의약품은 4배 이상 인상된 품목도 있었다.
파이자는 성명에서 2026년 혁신 의약품과 백신의 평균 리스트 가격을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투자 지속과 연구개발, 사업 전반의 증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다소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때 미국 내에서의 대규모 약가 인상은 더 빈번했으나, 의회 비판과 새로운 정부 정책, 예컨대 메디케어 프로그램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빨리 오를 경우 제약사에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으로 인해 제약사들은 대규모 인상을 자제해 왔다.
유럽계 제약사인 GSK는 약 20개 약품과 백신의 가격을 2%에서 8.9% 범위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K는 합리적 가격 책정을 약속하며 이 인상은 과학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노피(Sanofi)와 노바티스(Novartis)는 이번 보도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또한 제약사들의 가격 인상과 인하 발표는 전통적으로 1월 초가 가장 많은 시기이며, 1월 초 추가 발표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Axis Advisors는 약가 및 공급망 문제에 대해 약사 그룹, 건강보험사, 일부 제약 관련 단체와 협력하는 컨설팅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약가 비영리 단체인 46brooklyn과 관련된 기관으로 일부 인력을 공유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용어 설명
이 기사는 일부 전문용어를 포함하고 있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리스트 가격(list price)은 제약사가 공시하는 공시가격으로, 보험사 및 약국급여관리자(PBM)와의 거래에서 적용되는 리베이트나 할인, 환자 보조금 등이 반영되기 전의 가격이다. 약국급여관리자(PBM)는 제약사와 보험사 또는 고용주 사이에서 약가 협상, 약국 네트워크 관리, 리베이트 수령 등을 수행하는 중간업체를 말한다. 또한 메디케어(Medicare)는 미국의 고령자 대상 공적 건강보험 프로그램으로, 정부가 일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해당 가격이 광범위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분석: 향후 영향과 전망
이번 연쇄적인 리스트 가격 조정은 단기적으로 제약사의 매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정책 리스크와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내 처방약 공시가격의 상향은 보험사 및 PBM과의 리베이트 협상, 주정부 및 연방정부의 가격 규제 강화, 그리고 소비자 단체와 입법기관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메디케어와 같이 정부의 협상력 있는 구매자가 가격 협상력을 행사할 경우, 일부 블록버스터 약품에 대해선 실질적인 가격 압박과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인상된 리스트 가격이 국제무역을 통해 역으로 다른 국가의 약가 비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공시가격 상승은 국제적 가격비교(reference pricing) 논의에서 미국 약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가격 책정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반대로 일부 제약사는 특정 품목의 리스트 가격을 낮추거나 국별·유통채널별로 차별화된 가격 전략을 통해 규제·정책 리스크를 관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 상승에 대한 부담은 최종적으로 보험료 인상, 보험 커버리지 축소, 또는 환자의 본인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와 정책결정자 모두에게 중대한 관심사로 남는다. 따라서 향후 몇 달간 나올 추가 발표와 정부의 대응, 입법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핵심 요약: 제약사들은 2026년 미국 시장에서 최소 350개 이상 의약품의 리스트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며, 인상 중앙값은 약 4%다. 일부 품목은 대폭 인하되기도 하고, 정부의 협상과 제재, 보험사와의 비공개 할인 협상을 통해 실제 거래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