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이스트(Truist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가 디지털브리지 그룹(DigitalBridge Group)의 투자등급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이 데이터센터 투자회사인 디지털브리지를 주당 16.00달러 전액 현금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사실상 제한됐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디지털브리지의 가치를 약 40억 달러($4.0 billion)로 평가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지며, 회사 이사회의 특별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모든 발행 보통주를 주당 16달러 현금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해당 제안가는 2025년 12월 26일 종가 대비 약 15%의 프리미엄을 반영한 금액이며, 거래는 내년 하반기 종료(예상)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Masayoshi Son) 회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이번 거래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기반을 강화하고, 우리 회사의 ‘인공지능 초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야망을 진전시킬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손 회장은
“AI가 전 세계 산업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더 많은 컴퓨트, 연결성, 전력, 그리고 확장 가능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루이스트는 목표주가를 종전과 동일한 주당 16달러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은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애널리스트 앤서니 하우(Anthony Hau)는
“밸류에이션이 이제 발표된 거래가격에 고정되어 있고 상승 옵션성이 크게 제한되었기 때문에, 디지털브리지가 합병-차익거래(merger-arbitrage) 성격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는 보유(Hold) 등급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우 애널리스트는 이어
“우리는 주당 16.00달러의 대가를 공정하다고 보지만, 이는 디지털브리지의 장기적 선택권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
했다. 그가 언급한 장기적 선택권으로는 캐리드 인터레스트(carried interest) 실현 가능성과 내재된 토지(land bank) 가치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하우는 공개주주들이 합의된 가격을 초과하는 추가 가치를 얻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하우는 경쟁입찰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며 소프트뱅크를 “특히 유리한 전략적 인수자(uniquely well-positioned strategic acquirer)”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거래 구조가 디지털브리지를 기존 경영진 아래 독립적 플랫폼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경쟁 제안의 등장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합병-차익거래(merger-arbitrage)란, 인수·합병 발표 이후 인수 대상 기업의 주가가 제시된 인수가격보다 낮게 형성될 때 그 차익을 노리는 투자전략을 뜻한다. 거래가 확정·종결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리스크(규제 심사, 주주 승인, 경쟁입찰 등)를 부담하며 이익을 추구한다.
캐리드 인터레스트(carried interest)는 사모펀드나 부동산 투자 펀드의 운용사가 성과수수료로 받는 이익 배분을 말한다. 디지털브리지와 같은 투자회사에서는 포트폴리오 자산의 처분·수익 실현 시 운용사가 추가 가치를 확보할 수 있어 주주의 잠재적 추가 이익 요인이 된다.
내재된 토지 가치(land bank)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 또는 개발 가능한 부지의 잠재적 가치를 뜻한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적합한 부지 및 개발 권한이 있는 경우 미래 현금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래가 시장에 미칠 영향과 향후 관찰 포인트(전문가분석)
첫째, 이번 거래 발표로 디지털브리지의 공개 주식은 인수제안가인 주당 16달러 근처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종결 전까지 남아있는 소액의 차익(인수확정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스프레드)은 합병-차익거래 전략을 따르는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스프레드는 규제절차, 주주 승인, 또는 예기치 않은 경쟁입찰 등장 가능성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둘째,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공개주주가 추가 가치를 얻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디지털브리지의 장기 자산가치(캐리드 인터레스트 실현, 토지자산 등)가 존재하더라도, 이번 거래 구조는 그러한 잠재가치의 상당 부분을 인수자(소프트뱅크)가 흡수하는 형태가 될 여지가 크다.
셋째, 소프트뱅크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있다. 손정의 회장의 언급처럼 소프트뱅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컴퓨트·전력·연결성·확장형 인프라 확보를 가속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데이터센터 임대료, 장비 공급망,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에 중·장기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규제 당국의 심사와 주주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거래가 내년 하반기 종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규제 검토(특히 외국인 투자 관련 심사) 또는 주주 반대 등이 발생할 경우 일정은 연기되거나 재조정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합병-차익거래 스프레드를 유지시키는 요인이 된다.
다섯째, 유사한 데이터센터·인프라 기업에 대한 M&A 활동은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사례는 전략적 인수자들이 통합을 통해 AI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려는 전략을 보여주므로,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 프레임과 경쟁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론
트루이스트의 등급 하향은 이번 소프트뱅크의 인수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디지털브리지의 주가는 당분간 인수제안가인 주당 16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적이다. 다만 장기적 자산가치(캐리드 인터레스트, 토지 등)가 현실화될 경우 인수 완료 후 이해관계자들에 따른 가치 배분의 향방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