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임 2기 첫 거부권 행사…콜로라도 식수 사업·플로리다 원주민 보호 조치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2기 들어 처음으로 의회가 통과시킨 두 건의 법안을 거부했다. 거부권 대상은 콜로라도주의 대규모 식수 공급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법안과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내 원주민 거주지 보호를 위한 자금 집행 조치다.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화요일 늦게 트럼프 대통령이 Finish the Arkansas Valley Conduit(AVC) Act와 플로리다 관련 두 번째 법안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이 두 건은 트럼프의 재임 2기 첫 번째와 두 번째 거부권 행사에 해당한다.

첫 번째 거부권은 콜로라도주의 Arkansas Valley Conduit(AVC)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법안을 겨냥했다. 해당 법안은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으며, 콜로라도 동부 평원 지역의 39개 공동체에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수십 년에 걸친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지하수는 염분 함량이 높고, 일부 우물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있어 주민들의 식수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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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후원한 공화당 하원의원 로렌 보버트(Lauren Boebert)은 트럼프의 거부권에 즉각 반발했다. 보버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이 법안을 “완전히 논쟁의 여지가 없는 초당적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이번 거부권이 자신이 정부 문서 공개를 요구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과 관련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보버트는 또한 트럼프가 이달 초 시도했던 사면 시도와 관련해 콜로라도 주가 그의 동료인 티나 피터스(Tina Peters)를 여전히 수감 중인 점을 언급하며 불만을 표했다.

티나 피터스는 콜로라도의 전 카운티 선거관리 책임자로, 2020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 기기를 불법으로 조작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9년형의 주(州)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은 연방 기소에 한정되어 있어, 주(州) 차원의 형 집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한 불만을 표명했고, AVC 법안 거부의 배경에는 콜로라도 주와의 마찰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거부권 서한 중 인용
트럼프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법안을 거부한 이유를 “미국 납세자들이 값비싸고 신뢰하기 어려운 정책을 재정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내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한 표결을 허용할지는 즉시 명확하지 않다. 원문 보도는 “공화당 지도부가 거부권 무효화 표결을 허용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거부권은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일부 지역과 관련된 조치였다. 백악관은 마이코수키(Miccosukee) 부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시에올라 캠프(Osceola Camp)를 보호하기 위해 배정된 1,400만 달러(약 170억원대)의 지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트럼프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에버글레이즈 내 부족 거주지 보호를 위한 예산 집행을 허용하는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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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수키 부족은 에버글레이즈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설치한 비공식 이민자 구금시설, 일명 “Alligator Alcatraz“로 불린 시설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연방 법원은 해당 임시 구금시설의 폐쇄를 명령한 상태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해당 지역에 대한 부족의 거주 권한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민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특수 이익”을 위한 프로젝트에 행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문 보도는 이 법안과 관련해 부족이 해당 지역을 거주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트럼프가 주장했다고 적시했다. 행정부 대변인은 또한 이민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 프로젝트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배경 및 관련 쟁점

이번 거부권 행사는 트럼프가 재임 2기 들어서 의회를 상대로 처음 행사한 거부권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크다. 법안 하나는 지방 인프라와 주민의 식수 안전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며, 다른 하나는 원주민 거주지 보호 예산과 연관돼 있다. 두 법안 모두 의회에서 만장일치 또는 충분한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으나, 대통령의 거부로 법 시행이 중단된 상태다.

또한 이번 사안은 트럼프와 한때 충성적 동맹이었던 의원들 사이의 갈등 양상도 드러냈다. 보버트는 트럼프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활동해 온 인물로, 최근에는 트럼프가 피하고자 했던 몇몇 공적 사안에서 그와 거리감을 보이기도 했다. 원문은 보버트가 최근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관련 법무부 문서 공개를 강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마저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등과 함께 문서 공개를 추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그간 해당 문서 공개에 대해 반대했으나, 장기간의 공방 끝에 반대를 철회한 바 있다.

용어 설명

AVC(Arkansas Valley Conduit): 본문에서 언급된 AVC는 콜로라도 동부 평원 지역의 여러 공동체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수십 년간 추진된 대규모 관개·상수도 사업의 일환이다. 보도는 이 지역 지하수는 염분이 높고 일부 우물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해, 사업의 공공보건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시에올라 캠프(Osceola Camp):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내에 위치한 지역으로, 마이코수키 부족 구성원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보호를 위한 예산 배정은 부족의 거주권 인정과 환경·문화적 보호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정책적·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거부권은 지역 인프라 투자 및 원주민 권리 보호 측면에서 즉각적인 정책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콜로라도의 AVC 사업은 지역주민의 식수 안전 문제와 직결된 공공재 성격의 프로젝트로, 법안 거부로 인한 자금 확보 지연은 해당 지역의 보건·안전 위험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농업·지역 산업 측면에서는 물 공급 안정성 저하가 생산비 상승 또는 공급 차질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플로리다의 경우, 오시에올라 캠프 보호 예산의 배제가 부족과 인근 생태계 보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지역 관광·보전 관련 사업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에버글레이즈는 생태계 보전과 관광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관련 프로젝트의 예산 불확실성은 민간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이번 거부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 우선순위 및 동맹 정치의 복잡한 역학을 반영한다. 특히 트럼프가 특정 주(州)나 이슈와 관련해 보복적 성격의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제기되면 지역 여론과 의회 내 권력관계에 추가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의회가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한 표결을 허용할지는 향후 입법 일정과 당내 협상에 좌우될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공화당 지도부가 거부권 무효화 표결을 허용할지 여부와 그 가능성이다. 둘째, 콜로라도 주와 연방 정부 간의 추가적 법적·정치적 충돌 여부, 특히 티나 피터스 사례와 연계된 여파다. 셋째, 마이코수키 부족과 연방정부 간의 협상 또는 법적 대응 가능성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사안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과 관련 예산의 재편성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거부권은 단순한 법안 반대 차원을 넘어 공공 인프라, 원주민 권리, 연방-주 관계 및 이민정책 간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지역 주민의 생활과 관련 산업, 정치적 역학이 변화할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