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 전쟁 장기화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많은 러시아인들이 올해 연말·새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 공식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일부 생필품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소비자들은 지출 축소에 나서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인플레이션은 6%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의 9.5%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물가 안정은 경제 성장의 급격한 둔화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정책금리)는 2025년의 거의 절반 기간 동안 2000년대 초반 이후의 최고 수준에 머물렀다. 기준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출·투자 여건이 악화되어 경기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2014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 영향을 받아왔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투입한 이후 제재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제재와 국제적 고립은 수입·투자 경로를 제한하고 물가와 소비 심리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금 나라의 현실이지만, 어쩔 수 있나?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모스크바 외곽 소도시의 가정부로 일하며 추가 수입을 올리는 70세의 연금생활자 나데즈다 시버스카야(Nadezhda Siverskaya)는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인들이 새해에 즐겨 먹는 샐러드의 재료인 감자, 계란, 소시지, 피클 오이, 마요네즈를 손질하며 “우리는 요리할 것에 따라 더 싸거나 단순한 음식을 고른다”라고 말했다.
인기 샐러드의 비용 변화
정부는 감자와 계란 등 주요 생필품을 대상으로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일련의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감자 가격은 올해 22% 하락, 계란 가격은 2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전통의 새해 샐러드 한 접시의 전체 비용은 중앙값 가격을 기준으로 한 RIA 노보스티 통신의 계산에 따르면 올해 5% 상승에 그쳐 2024년의 8.5% 상승보다 완화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가격 상승 폭이 통제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당국과 유통업체의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모스크바 거주자 엘레나는 성을 밝히길 거부하며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솔직히 지난 1년 동안 눈에 띄는 대규모 인상은 체감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예상하는 심리)은 최근 두 달간 상승했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한 중앙은행 관계자는 사람들이 물가 인상은 잘 기억하지만 하락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6년 초에 예정된 일부 세금 인상도 소비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Levada)의 12월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34%가 2025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물가 상승과 세금 인상을 꼽아, 8월 알래스카에서 열린 러시아·미국 정상회담이나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보다 우선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레바다 기관은 러시아 내에서 비교적 신뢰받는 독립 여론조사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캐비어를 절대 사지 않는다. 가격이 너무 높다.”
모스크바 거주자 카렌은 연어알로 만든 일명 레드 캐비어(연어알로 만든 전통적 새해 간식)를 올해는 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전통적 오프라인 상점 대신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는데, 온라인 구매가 전통 상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용어 설명 및 배경
여기서 언급된 몇 가지 용어와 기관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RIA 노보스티(RIA Novosti)는 러시아의 주요 뉴스 통신사 중 하나로, 본 기사에 사용된 샐러드 비용 비교 수치를 산출한 곳이다. 레바다(Levada)는 러시아 내에서 독립 여론조사로 널리 알려진 기관이며, 여론 및 사회 동향을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또한 본문에서 반복되는 기준금리(키 레이트)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 설정하는 대표 금리로, 대출·예금·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전망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의 완화(예: 감자·계란 가격 하락)가 가계의 생활비 부담 일부를 경감시키는 효과를 내지만, 높은 기준금리와 경제 성장 둔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소비자들의 지출 심리는 회복되기 어렵다. 가격 수준의 안정이 실물 경제 회복으로 연결되려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 회복과 고용 안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내려가면 중앙은행이 점진적 금리 인하 여지를 확보할 수 있어 대출 비용 완화와 함께 소비·투자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반대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중앙은행은 완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셋째, 2026년 초 계획된 세금 인상은 가계 실질소득을 추가로 압박해 가계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
유통 업계와 소매업체 관점에서는 소비자들의 저가 제품 전향과 온라인 구매 증가라는 행동 변화가 구조적 트렌드로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채널의 가격 경쟁력과 물류 효율화, 할인·프로모션 전략이 더욱 중요한 경영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결론
요약하면, 2025년 말 러시아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이 미진하며, 이는 높은 기준금리와 세제 변경 등 복합 요인에 기인한다. 단기적 물가 안정 신호가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인 경기 회복과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금리·세제·노동시장 등 다방면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