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기술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검색·비교·결제를 수행하는 차세대 상거래, 이른바 에이전트 상거래(agentic commerce)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025년 12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챗봇에서 상품을 검색하거나 가격을 비교할 수는 있었지만 구매 단계에서는 챗봇 인터페이스를 벗어나 결제를 직접 마쳐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Visa와 Mastercard 등 주요 결제사는 이러한 제약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으며, 에이전트 상거래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결제사 임원들은 이미 초기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해당 기술이 2026년 내 실사용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Mastercard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결제 담당 수석부사장(Sandeep Malhotra)는 “결제가 주로 오프라인에서 전자상거래로 이동할 때 큰 변화가 일어났듯이, 이제는 전자상거래에서 지능형 상거래로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금에서 디지털로, 이제 디지털에서 지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작동하나?
에이전트 상거래는 일반적으로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찾아주고, 거래 조건을 비교하며, 챗봇 내부에서 결제까지 완료하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예컨대 사용자가 “싱가포르에서 도쿄행 환승 없는 심야항공권 중 500달러 이하 최저가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AI 에이전트는 관련 항공편을 스캔해 옵션을 제시하고, 해당 사용자의 저장된 결제 수단으로 챗 인터페이스 내에서 바로 결제·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Mastercard의 Malhotra는 사용자가 오프라인 상태일 때도 가격이 사전 설정한 임계값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에이전트에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실험과 파트너십
Visa와 Mastercard는 봇 주도의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초기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고, 일부 사용자 및 가맹점과 파일럿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Visa APAC 제품·솔루션 책임자 T.R. Ramachandran은 맞춤형이면서 안전한 에이전트 거래의 상업적 사용이 2026년 1분기경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Visa는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이미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쇼핑 보조용 AI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근거로 에이전트 상거래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관련 조사들도 이 추세를 지지한다. Visa의 12월 설문에서는 미국 소비자 중 거의 절반이 선물 찾기나 가격 비교 등 쇼핑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Adobe의 연구는 7월 한 달 동안 미국 소매 사이트로의 AI 기반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4,700% 증가했다고 밝혔다.
플랫폼과 업계의 준비 상황
에이전트 상거래 거래는 ChatGPT·Google의 Gemini 등 소비자가 흔히 사용하는 AI 플랫폼을 통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은행·가맹점·앱 전용 에이전트들도 거래에 참여할 전망이다. 주요 결제사들은 OpenAI 등 AI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OpenAI는 9월에 ‘Buy it in ChatGPT’ 기능을 출시해 플랫폼 내 즉시 결제를 허용했고, Perplexity는 PayPal과 협력해 11월 미국 사용자 대상 무료 에이전트 쇼핑 상품을 내놨다. 대형 가맹점들은 가격 압박과 고객과의 직접 접점 상실을 우려해 자체적인 에이전트 도입 및 외부 에이전트의 웹 크롤링 차단 등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 예컨대 Amazon은 올해 초 ‘Buy For Me’ 기능을 테스트하면서 외부 AI 에이전트의 사이트 크롤링을 제한하려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보안·책임의 문제
초기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에이전트 상거래는 구조적·보안적·법적 책임 문제를 다수 제기한다. 결제사들이 중점적으로 개발 중인 것 중 하나는 소위 에이전트 토큰(agentic tokens)이다. 이는 암호학적(cryptographic) 인증을 통해 허가된 AI 에이전트임을 검증하고 악성 봇과 구별하기 위한 수단이다. 예컨대 Visa는 10월에 Cloudflare와 함께 ‘Trusted Agent Protocol’을 출시해 봇이 시작한 거래에 대해 암호학적으로 인증된 기록을 생성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Ramachandran은 Visa가 은행을 위한 “결제 신호(payment signals)”를 추가해 거래 세부 정보를 더 제공하고 행동 기반 인텔리전스로 에이전트 인증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문제는 AI 에이전트의 실수에 대한 책임 소지다. 잘못된 색상의 자전거를 구매하거나 호텔을 잘못 예약하는 등의 사례에서 전통적으로 분쟁은 소비자·발급은행·매입은행·가맹점 등 네 주체 사이에서 해결됐다. Ramachandran은 “이제 다섯 번째 플레이어, 즉 고객이 원해서 가치사슬에 끼어든 AI 플랫폼이 추가됐다”며 “실수는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그에 대한 가드레일과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한 관리, 견고한 분쟁 처리 시스템, 명확한 책임 분담 규정 등이 파일럿 단계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다.
용어 설명: 에이전트 상거래와 관련 기술
에이전트 상거래(agentic commerce)는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선별·결제하는 능력을 가진 AI 기반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상거래 모델을 말한다. 에이전트 토큰(agentic tokens)은 이러한 에이전트의 신원과 권한을 암호화해 검증하는 전자적 증명서이며, Trusted Agent Protocol은 특정 봇·에이전트가 합법적으로 거래를 시작했음을 암호학적으로 기록·증명하는 프로토콜이다. 또한 발급은행(consumer의 카드 발급 은행)과 매입은행(가맹점의 거래를 처리하는 은행)이라는 전통적 결제 네트워크 역할에 AI 플랫폼이 추가되며 가치사슬 구조가 확장된다.
상업적·경제적 영향 분석
에이전트 상거래의 확산은 소비자·가맹점·결제사·플랫폼 사업자에게 각기 다른 파급효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먼저 소비자 관점에서는 검색 비용과 시간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경제적 잉여(consumer surplus)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AI 에이전트가 대규모 가격 비교와 맞춤 탐색을 수행하면 더 낮은 가격과 더 적합한 상품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어 소비자의 구매 효용이 상승한다.
가맹점 측면에서는 AI 기반의 광범위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으로 인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마진 압박이 커질 위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가맹점은 자체 에이전트 개발, 에이전트 인증 도입, 충성도 프로그램(로열티) 강화, 업셀(upsell) 전략 재설계 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결제사와 플랫폼 사업자는 에이전트 인증·결제 편의성 제공에 따른 수수료·서비스 가격 책정의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결제사가 제공하는 보안·인증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져 해당 서비스에 대한 프리미엄을 부과할 여지가 생긴다.
경제 전반적으로는 거래 처리의 자동화와 효율성 개선이 소비 증진과 전자상거래 거래량 증가로 연결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투명성 확대가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여행 업계의 경우 예약 자동화가 늘어나면서 수요 예측과 재고(좌석) 관리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며, 여행사·항공사의 수익 관리 전략이 보다 정교해질 전망이다. 또한 보안 사고·책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련 규제·소송 비용이 수반되어 산업 전체의 운영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정책·규제적 고려사항
규제 당국은 소비자 보호, 데이터 프라이버시, 인증·책임 규범을 중심으로 정책적 개입을 검토할 것이다. 특히 자동 구매 권한 설정, 가격 자동화 거래, 에이전트의 개인정보 접근 범위 등은 명확한 규정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결제사와 기술기업은 업계 표준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분쟁 해결 절차를 조속히 마련해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확산이 가능하다.
결론 및 전망
결제사와 기술기업은 에이전트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규범적 기반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으며, 2026년 초 실사용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이전트 상거래는 소비자 경험을 크게 개선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일 잠재력이 있으나, 가격 경쟁 심화·책임 소재 불명확성·보안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따라서 업계는 기술 도입과 동시에 인증 체계·분쟁 해결 메커니즘·소비자 보호 장치를 병행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 관점에서는 에이전트 상거래 도입이 몇 개월 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여행·소매업 등 다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가격 메커니즘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