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2026년 2월 인도분 선물(심볼 CLG26)은 월요일 종가 기준 배럴당 +1.34달러(+2.36%) 상승했고, RBOB 휘발유 2월 인도분(RBG26)은 배럴당 +0.0203달러(+1.19%) 상승했다.
2025년 12월 29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주말 동안 진행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협상에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서 월요일 국제 원유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을 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중국의 에너지 수요 회복 기대가 원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월요일에 주간 재고 보고서의 공개를 추가로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기는 발표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12월 19일로 마감된 주간 자료는 이미 크리스마스 연휴로 인해 지난 수요일 공개가 지연된 상태였다. 재고 보고서 지연은 시장의 수급 확인을 어렵게 해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Kpler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이번 달 원유 수입량은 전월 대비 10% 증가한 일평균 1,22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 전략적 비축분과 상업적 재고를 재축적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수요 측면에서 국제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미국이 최근 나이지리아 내 이슬람국가(ISIS) 표적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점도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국은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보안·정보 협력의 일환으로 지난 목요일 공습을 개시했으며, 나이지리아는 OPEC 회원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해당 테러조직이 기독교인을 살해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이지리아 내 IS를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대(對)베네수엘라 제재 이행의 일환으로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봉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를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돌려 대서양으로 향하게 했고, 미군은 해당 선박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미군은 당초 바베이도스 인근에서 Bella 1을 나포하려 했으나 해당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해상 보관 물량도 증가했다. 에너지 물류 분석업체 Vortexa는 12월 26일로 마감된 주간 기준으로, 적어도 7일 이상 정박한 채 선박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5% 증가한 1억 2,933만 배럴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량이 항구 대기 또는 선상에 머무르며 즉각적인 시장 공급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공급을 축소시키는 추가 요인이다. 지난 4개월간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약해 전세계 공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1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는 발틱해에서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왔고, 드론·미사일로 적어도 6척의 유조선이 공격받았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가 더해지며 러시아의 수출 물량은 추가적으로 억제되고 있다.
OPEC+는 11월 30일 회의에서 2026년 1분기(1Q)에는 증산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재확인했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일일 137,000배럴의 증산을 단행하기로 했지만, 이후 출현한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로 2026년 1분기 중에는 추가 증산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에 역대 최대인 일평균 400만 배럴의 글로벌 공급 과잉을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에 단행한 220만 배럴의 감산분을 모두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120만 배럴의 복원 여지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1만 배럴 감소한 2,909만 배럴로 집계됐다.
또한 OPEC은 최근 분기 전망을 수정해 3분기 글로벌 원유시장에 대한 전망을 적자에서 잉여로 바꿨다. 이는 미국의 원유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OPEC 회원국들도 생산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OPEC은 3분기에 일평균 50만 배럴의 잉여를 전망했으며, 이는 전월 전망치였던 일평균 40만 배럴 적자에서의 큰 전환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를 기존 일평균 1,353만 배럴에서 1,359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EIA의 12월 17일 보고서는 12월 12일 기준 미국 주요 석유 재고 수준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4.0% 낮음, (2) 휘발유 재고는 0.4% 낮음, (3) 중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7% 낮음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0.1% 감소한 1,384.3만 배럴로 집계되어, 11월 7일 기록한 최고치 1,386.2만 배럴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추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베이커 휴즈(Baker Hughes)는 12월 26일 종료된 주간 기준으로 미국의 활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가 전주 대비 3기 증가한 409기로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기록된 지난 4년3개월 최저치 406기에서 소폭 회복한 수치다. 참고로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유정 수는 2022년 12월의 최고치 627기에서 급감했다.
용어 설명
·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기준이다.· RBOB: 휘발유 선물의 표준 규격으로 정제 후 휘발유의 거래 단위다.· bpd: barrels per day의 약자로 일평균 배럴 단위다.·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미국의 에너지 통계·보고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OPEC+: OPEC 주요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로 글로벌 원유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Kpler, Vortexa, Baker Hughes: 각각 원유·물류·시추 관련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하는 민간정보업체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분석)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해상 물류의 제약, 중국 수요 회복 기대가 유가의 상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관련 공격과 서방의 제재·해상 봉쇄는 공급 측면에서 즉각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유시설 및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빈발하면 정제 마진과 원유 공급 모두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기적 관점에서는 OPEC+의 증산 보류와 IEA의 2026년 대규모 공급과잉 전망이 상존한다. 이는 2026년 중반 이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단기적 지정학 리스크와 중장기적 구조적 과잉 공급을 두고 상승과 하락 리스크가 혼재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또한 EIA의 재고 보고 지연과 선박에 보관된 고정 물량의 증가는 단기 가격 신호의 불확실성을 키워 변동성을 확대시킬 전망이다.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 관점에서는 다음 사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선 및 해상 안전 상황의 추가 악화 여부. 둘째, 중국의 실제 정제 수요 및 수입 지속성(12월 수치가 지속적인 추세인지 여부). 셋째, OPEC+의 증산 정책 변경 가능성과 러시아·사우디의 실제 생산 복원 속도. 넷째, 미국의 생산·시추 활동 변화(리그 수와 유정당 생산성)와 EIA의 재고 지표이다.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와 중국 수요 기대가 유가를 지지하고 있으나, 2026년 전반에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 과잉은 중기적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 이벤트 리스크 관리와 함께 중장기적 공급 전망을 고려한 포지션 설정이 필요하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이 기사에 언급된 증권의 포지션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문서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