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네덜란드의 직업연금(occupational pension) 제도가 2026년 1월 1일부터 수익 보장형(defined benefit)을 더 이상 약속하지 않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약 2조 유로(약 2.35조 달러)에 달하는 섹터가 보다 위험자산(회사채·모기지 등)으로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변화는 이미 중앙은행과 연금 펀드 등 주요 장기 수요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장기 국채 수요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채권시장과 수익률 곡선에 중요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2025년 12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이 직업연금 제도는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이번 전환은 제도적 리스크와 자산배분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환 시점은 법적·운용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대형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본격화되는 2026년 초가 기점이 될 전망이다.
왜 제도가 바뀌는가
저금리 장기화(코로나19 이전의 저금리 포함)와 고령화는 연금펀드가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고 약속된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연금급여 삭감 위험이 커지자 2023년에 새로운 연금법이 시행되었고, 2028년 마감 시한을 목표로 준비 기간이 부여되었다. 이전에는 네덜란드가 은퇴 시점의 급여를 약속하는 사적 연금 시스템의 드문 사례였으나 이번 개편으로 미래 및 이미 적립된 연금 모두에서 확정급여형 약속이 폐지된다.
운용 방식의 변화
새 체제 하에서는 연금 지급액이 기여금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 즉 고정된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펀드들은 회사채·모기지 등 비교적 위험자산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고 국채와 금리 파생상품(이자율 스왑 등) 비중은 줄일 수 있다. 다만 은퇴에 가까운 가입자에 대해선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젊은 세대일수록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자산배분을 차등화한다. 또한 위험과 손실을 분산·완충하기 위한 연대성(solidarity) 메커니즘이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월 1일부터 무엇이 시작되는가
전환은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자산규모 5천억 유로(€500bn) 이상을 운용하는 주요 연금펀드 그룹이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으로 ABN AMRO의 추정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이미 일부 소수 펀드가 올해 전환을 마친 가운데 합류하며, 전환 완료 후 12개월 내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간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초기에는 이자율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사용하던 이자율 파생상품, 특히 스왑(swaps)을 일부 해소(unwind)하고 만기가 짧은 자산으로 노출을 이동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네덜란드의 3위 연금펀드인 PMT는 과도한 헤지를 6개월 내 해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시장 여건이 속도를 결정할 것”
이라고 밝히며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일부 펀드는 올해 전환을 연기했고, 전환의 복잡성으로 추가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연말·연초의 유동성이 낮은 시점에 늦어질 경우 단기적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대형 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인 ABP를 포함한 보다 큰 그룹은 2027년 1월로 전환 시점을 계획하고 있다.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연금펀드들이 만기가 25년 이상인 정부채와 이자율 스왑 보유를 약 1천억~1천5백억 유로(€100-150bn)가량 줄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해당 만기 구간에 남아 있는 발행 잔액 약 9천억 유로(€900bn)와 스왑 3천억 유로(€300bn)와 비교되는 수치다. 시장은 이미 일부를 선반영해 왔으며, 그 결과로 독일 등 기초신용도가 높은 국가의 장기물과 중간물 사이의 추가 비용이 6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분석가들은 수익률 곡선의 스티프닝(장단기 금리 차 확대)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올해에는 채권보다 스왑 시장에서 스티프닝 현상이 더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네덜란드 연금펀드들이 장기 국채 매수를 줄이는 시점에 유럽 각국 정부는 내년 사상 최대의 자금조달 수요를 맞이한다. 독일이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 확대에 맞춰 차입을 늘리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독일은 이번 개편을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하며 처음으로 20년물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고,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부채의 평균 만기 목표를 낮추는 등 조정을 단행했다. 반면 이탈리아·스페인처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게 평가되는 국가들은 장기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 수요 전이 효과로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용어 설명(투자자·독자 대상)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은 가입자가 은퇴 시 받게 될 금액을 사전에 약속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약속을 중단하고 기여금 기반의 지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자율 스왑(swaps)은 두 당사자가 서로 다른 형태의 이자지급을 교환해 금리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파생상품이다.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을 말하며 장기채 가격 하락·수익률 상승을 뜻한다. 평균 만기(average maturity)는 정부·기업이 보유한 채무 포트폴리오의 평균 만기 기간을 의미하며, 이 수치가 낮아지면 단기 재융자·재차입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시장·정책적 시사점 및 분석
전환이 진행되면 단기적으로는 이자율 스왑 및 장기 국채의 일괄적 매도(또는 매수 축소)로 인해 스왑 시장과 장기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분석가들은 펀드들이 포지션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만기 단축·현금성 자산으로의 이동이 우선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장단기 금리차 확대(수익률 곡선 스티프닝)로 연결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금펀드의 자산배분 변화가 기업 신용시장과 모기지 시장에 유입을 촉진해 회사채와 부동산담보부 채권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위험 프리미엄 축소와 해당 자산의 스프레드(국채 대비 추가 이자)의 압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 조달의 매수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채권발행 전략을 통해 투자자 기반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정책권고와 투자자 유의사항
정책 당국은 전환 과정에서 시장 유동성 관리와 장기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발행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부 정부는 장기물 신규 발행이나 평균 만기 목표 조정 등을 통해 기관수요의 축소를 상쇄하려는 시도를 이미 시작했다. 투자자는 스왑·장기채 포지션 재조정에 따른 단기적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신용과 유동성 리스크를 재평가하며 자산배분의 다각화를 검토해야 한다.
결론
네덜란드의 연금 제도 전환은 제도적·운용적 변화를 통해 연금 섹터의 위험수용 범위를 넓히며 유럽 채권시장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일정으로는 2026년 1월 1일 전환 시작, 2023년 법 시행, 2028년 마감과 대형펀드·ABP의 2027년 1월 전환 계획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연금펀드의 장기채 축소(€100-150bn 추정), 스왑 포지션 조정, 유럽 각국의 차입 전략 변화 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 = 0.8499 eur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