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 진전 기대로 급락했다.
2월물 WTI 원유 선물(CLG26)은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1.61달러(-2.76%) 하락했으며, 2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G26)도 -0.0467달러(-2.66%) 하락 마감했다.
2025년 12월 28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금요일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요일에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이 90% 준비됐다”
고 말했으나,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 따라 좌우되며 러시아와 유럽의 입력 없이는 최종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보도에 따르면 이 20개 항목의 평화안이 많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평화협상에 대한 긍정적 신호은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유가를 압박했다. 동시에 공급 측 요인은 유가를 지지하는 요소로 남아 있어 향후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목요일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IS) 관련 표적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는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정보·안보 협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대응으로,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나이지리아 내 ISIS 공격이 계속될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재 대상 유조선 봉쇄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제재 대상 유조선 Bella 1호가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해 대서양으로 향하도록 강제했으며, 미군은 트럼프 행정부의 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해당 선박을 따라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바베이도스 근해에서 Bella 1호를 나포하려 했으나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고 보고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번 주 EIA 주간 보고서의 발표 시점을 성탄절 휴일로 인하여 12월 29일(월)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상에 장기간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플로팅 스토리지)에 관해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Vortexa는 12월 19일로 끝난 주 기준으로 정박 7일 이상인 탱커에 저장된 원유량이 전주 대비 -7% 감소한 1억7만115만 배럴(107.1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도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최근 3개월간 최소 28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에는 발트해에서 러시아 유조선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강화되어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석유 회사, 인프라, 유조선 대상)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추가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공급 정책 변화 측면에서 OPEC+는 11월 30일 생산 증가 중단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는 회원국들의 생산을 일평균 +137,000배럴(bpd) 늘리기로 했으나, 2026년 1분기에는 글로벌 공급 과잉이 불거지면서 추가 증산을 중단할 계획임을 재확인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중순에 2026년 세계 원유 공급 과잉을 일평균 400만 배럴로 전망한 바 있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220만 bpd 감산 조치의 복원 시도를 진행 중이나 현재까지 추가로 복원해야 할 물량은 120만 bpd가 남아 있다. OPEC의 11월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10,000bpd 감소한 29.09 million bpd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OPEC은 지난달 글로벌 3분기(3Q) 원유 시장 전망을 적자에서 잉여로 수정해 3분기동안 일평균 50만 배럴의 공급 잉여를 예상했다. 이는 전달의 일평균 -40만 배럴 적자 전망에서 큰 폭으로 바뀐 수치다. 또한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전월의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주 발표된 EIA의 자료(12월 12일 기준)는 다음과 같다: (1) 미 원유 재고는 5년 평균의 -4.0% 수준, (2) 휘발유 재고는 -0.4%, (3) 증류유(디젤·난방유) 재고는 -5.7%로 각각 5년 계절 평균을 하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 -0.1% 감소한 13.843 million bpd로 집계돼 11월 7일 기록한 최고치 13.862 million bpd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시추·탐사 활동과 관련해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12월 26일 종료 주에 미국 내 활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전주 대비 +3대 증가한 409대로 보고했으며, 이는 12월 19일 기록된 4년 3개월(4.25년) 최저치 406대에서 소폭 회복한 수치다. 참고로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의 627대(5.5년 최고치)에서 급감했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서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종류로, 정제 후 운송·유통 이전의 가공단계 가격을 반영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에너지 관련 통계와 전망을 제공하는 미국 정부 기관이며, IEA는 국제에너지기구로 세계 에너지 시장 정책·통계를 다룬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를 지칭한다. Vortexa는 해상 원유·제품의 물동량과 해상 저장량을 추적·분석하는 민간 데이터 제공업체이다. bpd는 하루 평균 배럴(barrels per day)을 의미한다.
전망 및 시장 영향 분석
이번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가 주요한 촉매였다. 평화협상이 진전될 경우 전쟁 관련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해소되어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도 상존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유조선에 대한 공격과 미국·EU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베네수엘라 관련 선박 봉쇄 등 제재·봉쇄 조치는 특정 공급 경로를 잠정적으로 차단한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중단 계획과 IEA의 대규모 공급 과잉 전망이 상충하고 있다. OPEC+가 생산 증대를 보류하면 단기적 공급 압박 완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IEA의 2026년 400만 bpd 공급 잉여 전망과 미국의 원유 생산 상향 조정(2025년 전망 13.59 million bpd)은 가격 하방 압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또한 해상 저장(플로팅 스토리지)의 감소(Vortexa 통계)에 따라 초과 공급의 일시적 완화가 진행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에 일부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는 다음의 변수들을 주시해야 한다: (1) 우크라이나-러시아 협상 결과와 구체적 합의 내용, (2) 미국·EU의 추가 제재 및 제재 이행 강도, (3) OPEC+의 추가 정책 변화 및 회원국들의 실제 생산 행위, (4) 미국의 시추 활동과 생산량 변화, (5) 해상 저장량 및 항만·수송 차질 여부 등이다. 이들 요인의 결합 방식에 따라 유가는 단기적으로 급등·급락을 반복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과 구조적 수요 변화(에너지 전환 등)가 가격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025년 12월 28일 기준으로 관찰되는 유가 하락은 평화협상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이나,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전쟁, 제재, 해상 물류 통제)과 산유국의 생산 정책이 혼재하면서 향후 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여자는 주요 기관의 재고·생산 데이터와 지정학적 진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