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구매자 CMRG(China Mineral Resources Group)가 세계 해상 철광석 시장(규모 약 $1320억)을 장악하기 위해 BHP 등 대형 광산업체를 상대로 점차 강경한 전술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 철강사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보다 유리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25년 12월 2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CMRG는 11월 자국 철강사와 트레이더들에게 두 번째로 BHP 제품의 현물(spot) 화물 구매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수개월 전 이미 첫 번째 제품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은 조치로, 호주 총리가 우려를 표명했던 사건과 연결된다.
CMRG의 이번 조치는 단일 공급업체의 복수 제품을 금지한 첫 사례로,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협상 수위를 높인 ‘에스컬레이션(도약)’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협상 중인 계약은 호주 북서부에 있는 BHP 광산의 생산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국 전체 수요의 약 20%에 달하는 물량과 직접 관련돼 있다.
관계자 인터뷰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로이터가 취재한 30명 이상의 철강·광산 경영진과 트레이더, 애널리스트들은 CMRG가 보다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으나 성과는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일부 철강사는 CMRG가 목적한 대로 가격 인하나 유리한 계약 조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공개로 불만을 표했다.
분석가 Kaan Peker(RBC, 시드니)는 CMRG의 BHP에 대한 전술이 리오틴토(Rio Tinto), 포테스큐(Fortescue), 브라질의 발레(Vale)와의 향후 계약에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철광석 광산들이 역사적으로 누려온 약 80%의 고마진을 중국이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MRG는 전략을 다듬는 과정에서 일부 성과와 실수를 동시에 경험했다. 새로 확인된 사례로는 리오(Rio)와의 거래에서 특정 대형 화물선(freight-linked)에 대해 톤당 $1 할인을 확보한 사실이 세 명의 관계자에 의해 알려졌다. 또한 CMRG는 억만장자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의 Hancock Prospecting으로부터 나오는 철광석의 유일한 중국 내 공식 판매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는 Roy Hill MB fines 물량이 1년 이상 현물시장(spot market)에서 거래되는 것을 제약한 장기간의 대치 끝에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 실행 과정에서 CMRG는 자국 철강사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마진이 극히 낮았던 시기 인기가 있던 저등급 제품을 표적으로 삼아 구매를 제한하자, 제철소들은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비싼 물량을 조달해야만 했다. 이후 CMRG는 개별 광산에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제품군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정교화했다.
예를 들어, 여러 중국 트레이더들은 BHP의 Jimblebar 파인(fines) 제품 구매가 금지됐을 때 리오의 Pilbara blend fines가 손쉬운 대체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BHP 최고경영자 마이크 헨리(Mike Henry)는 12월 말 캐나다 C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고객들과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Hancock, Rio, Fortescue, BHP, Vale 측은 로이터의 질의에 대해 논평을 거절했다. CMRG와 이를 직접 감독하는 국무자산감독관리위원회(State-owned Assets Supervision and Administration Commission), 국영 철강사 협회 및 세계 최대 철강사인 중국 바오우 강철 그룹(China Baowu Steel Group) 역시 로이터의 코멘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설립 배경과 역할
중국은 2022년 CMRG를 설립해 세계 최대 철광석 구매국으로서의 영향력을 동원, 제철사의 협상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는 철강사들의 마진이 극도로 얇아지거나 심지어 마이너스였던 시기에 광산업체들의 ‘뚜렷한’ 수익성이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 추정에 따르면 CMRG는 현재 중국의 연간 철광석 수입량 약 12억 톤 이상 가운데 절반 이상을 대리 협상하고 있다. CMRG는 특히 지수 연동 가격(index-linked prices)에 대한 더 큰 할인율을 요구하고, 운송 조건과 국내 지수로의 거래 유도를 협상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제철사들이 CMRG의 존재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고 공급 유연성이 떨어졌다고 비공개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국영 제철사들은 협상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정치적 과제였기 때문에 협조를 거부할 선택지가 사실상 없었다.
한 제철사 매니저는 신원 노출을 꺼리며 “아니오, 우리에게 더 좋은 가격이나 조건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에 대한 추가 커미션 비용도 내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는 정치적 임무이고 협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MRG의 커미션 비용은 이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낮은 마진에 시달리는 몇몇 제철사의 조달 비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나 신용공여를 받기 어려웠던 소규모 제철사들은 CMRG가 대신 물량을 구매해 주는 대리인 역할을 함으로써 수입을 가능케 하는 이점을 얻었다고 두 명의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또한 CMRG는 상하이 소재 트레이딩 플로어를 통해 현물 화물을 적극 매수하며 가격 변동성 완화에 나섰다. 세 명의 소식통은 CMRG가 2025년 거래 목표 1억 톤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공급원, 시만두(Simandou)의 부상과 시장 영향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철광석 가격은 7월 이후 톤당 $100 이상에서 견조하게 거래되고 있다. 우드맥켄지는 2026년 톤당 $98, 2027년에는 $95로 가격을 전망했다.
그러나 2028년부터 서아프리카 기니(Guinea)의 거대 프로젝트인 시만두(Simandou)가 전 세계 공급의 약 7%를 생산할 예정으로, 이로 인해 시장은 약 6500만 톤의 공급 초과로 기울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공급 증가로 CMRG는 협상에서 더 큰 지렛대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만두 프로젝트에는 중국 기업들이 최대 이해관계자로 참여해 있으며, 기니와 리오가 각각 참여하고 있다. 리오는 시만두 지분의 22.5%를 보유하고 있다. RBC의 Peker 분석가는 “시만두의 가동은 시장 역학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호주가 중국에 공급을 독점적으로 제공했던 구도를 분열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견해와 향후 전망
트레이더와 광산 경영진 다수는 CMRG가 공급을 지배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함께 제시했다. 상품 자문업체 V2 Ventures의 창업자 고탐 바르마(Gautam Varma)는 “중국은 CMRG가 더 효과적이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는 수급의 기초(펀더멘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CMRG의 전술은 단기적으로 일부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특정 조건(운송비, 지수 연동 할인 등)을 확보하는 데 성과를 냈다. 그러나 주요 공급자의 대응, 다른 공급처(예: 리오의 Pilbara 블렌드)로의 빠른 대체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수급 상황이 가격을 좌우하는 근본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향후 가격 및 경제에 미칠 영향(분석)
단기 관점에서 CMRG의 강경책은 특정 제품군의 가격을 압박하고, 일부 제철사의 구매 비용을 증가시켜 국내 철강 마진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만두 같은 대규모 신규 공급원 가동이 공급 과잉을 초래하여 가격 하락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드맥켄지의 2026~2027년 가격 전망($98, $95)은 현물 가격이 현재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다가 시만두 가동 전후로 하향 안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중국이 자국 제철사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CMRG 같은 기관을 통해 거래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을 확실히 확보하려면 CMRG가 단순한 규제·구매 지침을 넘어서, 장기 구매 계약, 운송 인프라 투자, 그리고 다양한 공급처와의 다각적 협상 전략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만두의 지분 구조와 생산 로드맵, 그리고 주요 광산들의 대응 전략이 향후 시장 구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용어 설명
현물(spot) 화물은 즉시 인도 또는 단기 인도를 전제로 거래되는 물량을 의미한다. 반대로 연간 계약처럼 장기적으로 가격과 물량을 정하는 계약은 공급 안정성과 가격 안정화를 노릴 수 있으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수 연동 가격(index-linked prices)은 철광석 가격을 특정 원자재 지수 또는 공식에 연동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자동 조정된다. CMRG는 이러한 지수 연동 가격에 대해 더 큰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파인(fines)은 분쇄된 미세입자 형태의 철광석으로, 제선 공정에서의 사용 특성이 다른 제품(브릭, 클러스터 등)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제품군은 제철소들이 선호하는 품질·가격 조건에 따라 수요가 크게 달라진다.
이번 사안은 글로벌 철광석 공급망과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와 주요 광산업체들의 대응, 그리고 2028년 전후로 예상되는 대대적 공급 변화가 맞물려 향후 몇 년간 광물·철강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