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價値 대비 성능)’가 2025년 외식업계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였다. 소비자들이 외식 빈도와 지출을 줄이는 가운데 식당 업계는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 대비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채택해왔다.
2025년 12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특히 연소득 $40,000(약 5천만 원) 미만인 소비자들이 외식 횟수를 줄였고 외식 시 지출도 감소했다. 주거비, 보육비 등 생활비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정리해고 우려와 이민 규제 강화 등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압박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자료와 조사 결과를 보면, EY-Parthenon의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거의 4분의 1(약 25%)이 가장 먼저 줄일 지출 항목으로 외식을 꼽았고, 이는 오락·여행·주택 유지비보다 앞서는 수치이다. 한편, Black Box Intelligence의 데이터는 최소 1년 이상 영업 중인 식당들의 방문객 수가 11월까지 매달 감소했다고 집계했으나 예외적으로 7월 한 달은 +0.1%의 소폭 증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가격 전략의 변화: 패스트푸드, 캐주얼, 패스트캐주얼의 대응
이 같은 소비 패턴 변동에 대응해 외식 브랜드들은 가성비 제공에 주력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콤보 세트와 값싼 밸류 메뉴 확장이 핵심 전략이었다. 캐주얼 다이닝 체인은 애피타이저 할인, 패스트푸드와의 가격 차이를 강조하는 마케팅, 매장 내 체험 강화로 대응했다. 패스트캐주얼은 품질을 강조하면서도 가치 경쟁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예를 들어, 지중해계 패스트캐주얼 체인인 Cava의 공동창업자 겸 CEO 브렛 슐만(Brett Schulman)은 1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것은 대공황(Great Recession) 이후 가장 강도 높은 할인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업계 전반의 할인 경쟁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도날드의 가치 전략
업계의 변화상은 미국 매출 기준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McDonald’s)의 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맥도날드는 2024년에 한때 고가 이미지 논란에 휘말렸고,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싸다’고 인식하면서 방어적 입장을 취해야 했다. 이로 인해 2024년 미국에서 $5 가치(meal) 프로모션을 도입해 저소득층 고객의 외식 회복을 노렸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2025년에도 $5 밸류 밀을 예상보다 장기간 연장했고, 1월에는 일부 품목에 대해 ‘1개 구매 시 다른 하나 $1’ 프로모션을 추가했다. 또한 9월에는 엔트리·감자튀김·음료를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15% 저렴한 ‘Extra Value Meals’을 재도입했다. 이러한 프로모션은 일부 고객을 재유인하고 신규 고객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맥도날드는 3분기에 미국 동일매장 매출(Same-store sales)이 2.4%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맥도날드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Chris Kempczinski)는 11월 실적 발표에서 “가치가 저소득층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중·하 모든 소득층에게 중요하다. 돈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말 시즌 프로모션으로 Grinch Meal과 같이 엔트리·피클 맥쉐이커 감자·음료·수집용 양말을 포함한 세트 등을 선보이며 프로모션을 통한 가성비 제공을 강조했다. 업계 컨설턴트 제이 밴디(Jay Bandy)는 “연말에는 홍보성 아이템으로 가치 인식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양말을 무료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의 경쟁사들도 비슷한 가치 상품을 내놨다. 예컨대 Yum Brands의 타코벨(Taco Bell)은 2024년 도입한 $7 ‘Luxe Cravings’ 박스에 이어 2025년에는 $5 및 $9 버전을 추가했다. 기술적 분석가 리치 샹크(Rich Shank)는 “타코벨은 많은 고객을 고가 박스($9)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며, 트래픽 증가가 어렵다면 평균 주문 단가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특성상 마진이 극히 얇기 때문에 직접적인 할인전은 위험하다. 밴디는 패스트푸드 업계가 $5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진입을 유도한 뒤 맥플러리나 프리미엄 엔트리 같은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약 95%의 점포를 가맹(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한다. 본사는 가맹점들의 마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마케팅 지원금을 제공하고, Extra Value Meals의 할인 비용을 본사와 공동 투자 형태로 보조했다. 오랫동안 맥도날드의 파트너였던 코카콜라도 마케팅 자금을 지원해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TD Cowen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찰스(Andrew Charles)는 “맥도날드가 가맹점에 지원금을 제공한 것은 이례적이며, 본사 측이 가치 인식 개선을 통해 2026년 동일매장 매출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2026년 1분기 말까지 이러한 본사의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재무책임자 이안 보든(Ian Borden)은 11월 초 애널리스트에게 본사 지원이 1분기 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 중단과 동시에 맥도날드는 가맹점들의 가격 정책을 보다 엄격히 평가할 예정이다. 가맹점은 여전히 자체 가격 설정 권한을 유지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트래픽이나 고객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새로운 가맹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된다. 요컨대, 이제까지의 ‘당근’ 정책에서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패스트캐주얼의 고민
패스트푸드가 가격 경쟁에 나선 반면, 패스트캐주얼(Fast-casual) 부문은 가치 전쟁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이는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Cava, Sweetgreen, Chipotle(치폴레) 등은 최근 두 분기 동안 부진한 실적을 보고했고, 경영진들은 젊은층의 소비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해당 연령대는 전체 인구보다 실업률이 높고, 학자금 대출 상환이 봄에 재개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었다.
다수의 패스트캐주얼 체인은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다이닝 사이의 가격 경쟁에 직면했다. TD Cowen의 찰스는 “패스트캐주얼은 2025년에 빠른 서비스의 전술(한정판 메뉴, 광고 강화, 서비스 속도 향상)을 따르고 있지만, 아직 가치(저가) 경쟁을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Cava의 슐만은 실적 발표에서 할인 전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치폴레는 대체로 할인 전략을 거부했으나, 연말 시즌에는 ‘Unwrap Extra’ 시리즈처럼 특정 기간 BOGO(1+1)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치폴레 CEO 스콧 보트라이트(Scott Boatwright)는 10월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여타 패스트캐주얼 경쟁사보다 여전히 20%~30%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샐러드 체인인 Sweetgreen은 보상 프로그램의 비활성 고객을 겨냥해 할인 전략을 택했다. 예컨대 충성 고객 대상로 $10짜리 ‘Tis the Seasoned Harvest Bowl with Blackened Chicken’을 선보였는데, 이는 통상가격보다 약 $6 저렴한 수준이었다.
패스트캐주얼이 가치 전쟁에 완전히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패스트캐주얼은 ‘슬롭 볼(slop bowls)’로 불리는 메뉴 특성상 명확한 저가 상품을 구분하기 어렵다. 캐주얼 다이닝은 애피타이저로, 패스트푸드는 무료 치즈버거 등으로 소비자에게 가치를 즉시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일단 낮은 가격에 익숙해진 고객은 풀프라이스로 돌아오지 않으려 하므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이를 멈추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많은 패스트캐주얼 경영진은 마진 손실을 감수하기를 꺼리고 있다.
Panera Bread는 양극화(barbell) 메뉴 전략으로 저가 및 고가 옵션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CEO 폴 카본(Paul Carbone)은 11월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치 전쟁의 승자와 향후 과제
그럼에도 일부 체인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Brinker International의 캐주얼 다이닝 체인 Chili’s는 연중 매 분기마다 두 자릿수 동일매장 매출 및 트래픽 성장률을 기록했다. CEO 케빈 호크먼(Kevin Hochman)의 주도 하에 $10.99짜리 ‘Big Smasher’와 Triple Dipper 프로모션을 통해 높은 바이럴 효과를 노렸다. Chili’s는 고소득층 고객이 고급 다이닝에서 내려와 방문하는 ‘트레이드다운’ 효과를 유도했을 뿐 아니라, 연소득 $60,000(약 7천5백만 원) 미만인 소비자층까지 확보하며 가치 메시지가 폭넓게 통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는 Olive Garden과 LongHorn Steakhouse를 보유한 Darden Restaurants다. Darden은 메뉴 가격을 인플레이션율보다 낮게 올리면서 프로모션(Olive Garden의 ‘Never Ending Pasta Bowl’, Ruth’s Chris의 $55 3코스 메뉴 등)에 의존했다. 또한 Olive Garden의 일부 품목에 대해 소량 옵션을 도입해 저가 접근성을 개선했다(단, 캐니벌리제이션 우려로 대대적 홍보는 하지 않음). CEO 릭 카르데나스(Rick Cardenas)는 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고소득층의 트레이드다운과 55세 이상 고객층의 트래픽 증가를 보고했다. Darden의 최신 분기 동일매장 매출은 4.3% 증가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Burger King과 Taco Bell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편이라고 평가했다. TD Cowen의 찰스는 가치 전략은 낮은 마진과 브랜드 가치 훼손의 위험이 있어 최선의 장기 전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과 경제적 파급효과
전망은 녹록치 않다. 경제학자들은 단기간 내에 소비 여건이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비용, 특히 쇠고기(beef)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식당들은 메뉴 가격 인상으로 마진을 지킬지, 아니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동결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선택은 곧 매출뿐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포지셔닝과 이익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1~2월의 계절적 비수기와 연초의 예산 절감·신년 결심 효과는 트래픽 감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 Technomic의 샹크는 “이번 겨울의 계절적 트래픽 하락은 인플레이션, 고용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더 가파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Moody’s)는 외식업 전반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는데, 이유로는 고객 방문 감소와 높은 노동·원자재 비용을 들었다. 무디스의 마이클 주카로(Michael Zuccaro)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었어도 하향세로 돌아서지 않았고, 쇠고기 가격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의 가치 판단 구성 요소가 변했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품질과 서비스, 가격을 비교했을 때 가격을 후순위로 두었으나, 현재는 이 세 요소가 **동등한 중요도**를 갖고 있다. Technomic는 소비자들의 가치 요소 인식이 가격 중심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외식업체는 단순한 할인 외에도 품질·서비스·매장 경험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가성비’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026년에도 업계 전반의 가치 중심 전략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형태는 업종별로 달라질 것이다. 패스트푸드는 프로모션·콤보·저가 박스로 트래픽과 평균 주문단가를 관리할 것이고, 캐주얼 다이닝은 마케팅과 메뉴 구성으로 고소득층·중산층의 ‘트레이드다운’을 유도할 것이다. 패스트캐주얼은 아직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서지 않았으나, 필요시 일부 품목의 저가 옵션이나 보상 프로그램 타깃 할인 등 제한적 조치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적 가성비 프로모션과 장기적 브랜드 가치 보존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기업들은 비용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프로모션 비용을 본사와 가맹점·공급업체가 분담하는 구조를 계속 실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가맹점과 본사의 가격·프로모션 책임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은 2026년 초 업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요약적 관찰: 2025년 ‘가성비’ 전쟁은 업계 전반의 소비자 유치 방식과 가격 전략을 재편했다. 2026년에도 가성비 중심의 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비용 구조와 소비심리의 변화가 향후 외식업의 수익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용어 설명
패스트캐주얼(Fast-casual):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다이닝의 중간 형태로, 빠른 서비스와 비교적 높은 품질을 결합한 외식업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매장에서의 식사 환경이 어느 정도 보장되며 가격대는 패스트푸드보다 높다.
동일매장 매출(Same-store sales): 기존 점포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로, 신규 출점 효과를 배제하고 기존 매장의 실적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QSR(Quick-service restaurant): 빠른 서비스(드라이브스루, 카운터 서비스 등)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를 의미하는 약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