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RBOB 휘발유 선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6년 2월 인도분 WTI 원유(CL G26)는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1.61달러(-2.76%) 하락 마감했고, 동월 인도분 RBOB 휘발유(RB G26)는 -0.0467달러(-2.66%) 하락 마감했다.
2025년 12월 27일, Barchart(나스닥닷컴 산하)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 협상 진전 가능성이 시장에서 부각된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금요일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요일 회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으며,
“20개 항목의 평화안이 90% 준비돼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평안이 러시아와 유럽의 입력(입장) 없이는 최종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 20개 항목의 평화안이 많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지정학적 사건과 제재·공격이 혼재된 공급 요인들이 유가에 혼선을 주고 있다. 미국은 목요일 니제리아에서 상승하는 테러 공격을 대응하기 위해 니제리아 정부와의 정보·안보 공조 하에 이슬람국가(ISIS) 표적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니제리아는 OPEC 회원국으로,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 공급 우려가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봉쇄도 유가를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제재 대상 유조선인 Bella 1호가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할 때 선회해 대서양으로 나가도록 강제했으며, 미군은 대통령의 봉쇄 의지를 이행하기 위해 해당 선박을 그림자 추적(shadowing)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미군은 당초 일요일 바베이도스 인근에서 Bella 1에 승선하려 했으나, 해당 선박은 다시 대서양으로 이동했다고 보도됐다.
시장 데이터와 재고·생산 흐름도 유가 방향성에 중요한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원문 보도는 다음의 수치와 사실을 전했다: Vortexa는 12월 19일 종료 주간을 기준으로 선박에 장기 정박한 원유가 전주 대비 -7% 줄어 1억 715만 배럴(107.15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번 주 EIA 주간 보고서 공개 일정을 성탄절 휴일로 인해 12월 29일 월요일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주 수치(12월 12일 기준)를 보면 미국 원유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0% 수준, 휘발유 재고는 -0.4%, 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1% 감소한 1,384.3만 배럴/일(13.843 million bpd)로, 11월 7일 주간 기록한 1,386.2만 배럴/일(13.862 million bpd)에 비해 근소하게 낮은 수준이다.
Baker Hughes는 12월 26일 종료 주간의 미국 가동 유정 수가 전주 대비 +3기 늘어 409기가 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에 기록된 4.25년 저점인 406기에서 소폭 회복한 수치다. 참고로 지난 2년 반 동안 미 가동 유정 수는 2022년 12월 기록된 627기(5.5년 최고치)에서 크게 감소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과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수출 능력을 저해하는 점도 시장의 복합적 배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은 지난 세 달 동안 최소 28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했고, 11월 이후에는 발틱해에서 적어도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미국·유럽연합(EU)의 신규 제재가 러시아의 석유회사, 인프라 및 유조선에 적용되면서 러시아의 수출이 추가로 축소되고 있다.
OPEC+의 생산정책과 국제기구의 전망도 유가의 중장기 동향을 결정짓는 변수다. OPEC+는 11월 30일 기존 방침을 유지해 2026년 1분기(Q1)에는 증산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1월 2일 회의에서는 12월에 +137,000 배럴/일 증산을 단행하되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석유 공급 과잉을 역대 최대인 400만 배럴/일로 전망한 바 있다.
OPEC은 2024년 초 단행했던 220만 배럴/일의 감산을 점진적으로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120만 배럴/일의 복구가 남아있는 상태다. OPEC의 11월 원유생산은 전월 대비 -10,000 배럴/일 감소한 2,909만 배럴/일(29.09 million bpd)를 기록했다.
또한 OPEC은 지난달(보고 시점 기준) 3분기(Q3) 글로벌 석유시장 판단을 공급 부족에서 잉여로 수정했다. OPEC은 Q3에서 하루 50만 배럴(500,000 bpd)의 잉여를 예상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월의 하루 40만 배럴 부족(-400,000 bpd) 추정치에서의 전환이다. 미국 EIA도 2025년 미국 원유생산 추정치를 전월의 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 용어 설명
WTI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의 약자이며, 북미 원유의 대표적 기준유다. RBOB은 소폭의 정제 과정을 거친 휘발유 연료의 선물규격으로, 특히 미국 동부 시장의 휘발유 가격을 반영한다. 단위인 bpd는 배럴당 하루 생산량(barrels per day)을 의미한다. OPEC+은 전통적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Vortexa는 선박·터미널 등 해상 원유 재고와 물동량을 추적하는 상업 데이터 제공업체이며, Baker Hughes는 전 세계 유전 장비·서비스 및 시추 설비에 관한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이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분석)
단기적으로는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으로 인한 수요 성장 기대 약화가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소식과 20개 항목의 평화안 진전 보도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부 완화시켜 즉각적인 매도세를 촉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베네수엘라 유조선 봉쇄와 니제리아 내 군사적 공세 등은 공급 측면에서 하방 리스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수요의 이러한 상반된 신호는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평화안이 실제로 체결되어 장기 휴전 및 에너지 수송 정상화로 이어질 경우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으나, 합의가 불발되거나 러시아의 반발·추가 군사행동이 이어질 경우에는 반대로 급등할 위험이 존재한다.
중기적으로는 OPEC+의 증산 보류 결정과 IEA의 2026년 대규모 공급과잉 전망이 맞물려 가격상승의 상한을 제한할 전망이다. OPEC의 감산 복원 문제와 미국의 생산량·가동 유정 수 변동, 그리고 해상에 장기 정박한 원유 재고 변화(Vortexa 보고치의 감소)는 가격 하단을 받쳐줄 수 있다. 투자자와 기업은 향후 EIA의 정기 보고(12월 29일 공개 예정)와 OPEC·IEA의 추가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개 양상, 그리고 주요 산유국의 정책 결정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거래·투자 시 유의점
원유와 정유 제품 시장은 지정학적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단기 매매자는 뉴스 이벤트와 재고 지표(EIA 보고서 등)를 중심으로 포지션을 관리해야 한다. 중기 투자자는 OPEC+의 정책 변화, 미국 생산 증가세, 글로벌 경기 전망(수요 측면) 등을 고려해 헤지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선박에 저장된 원유 물량과 제재 대상 선박의 행동은 물리적 공급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타 정보
해당 기사 작성 시점에 저자 Rich Asplund는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은 독자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