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이례적 200억 달러 규모 ‘그로크’ 거래 분석

엔비디아(NVIDIA)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칩 설계사 그로크(Groq)와 체결한 거래가 현금 200억 달러 규모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12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나스닥: NVDA)는 고성능 AI 추론(inference) 가속기 칩을 설계하는 그로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보도되었으나, 양측 발표에 따르면 실제 거래 구조는 전형적인 인수합병(M&A)과는 다르다. 그로크는 최근 7억 5천만 달러를 조달해 약 69억 달러(약 6.9 billion 달러)로 평가받은 바 있다.

그로크는 엔비디아와의 합의를 ‘비독점적 추론 기술 라이선스 계약(non-exclusive inference technology licensing agreement)’이라고 명시했다. 이 합의에 따라 엔비디아는 그로크의 추론 기술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며, 해당 계약은 전 세계 규모의 AI 추론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계약은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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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조건에 따르면 그로크의 창업자 조너선 로스(Jonathan Ross), 사장 써니 마드라(Sunny Madra) 등 주요 인력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된 기술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그로크는 독립 회사로서 운영을 계속하며, 사이먼 에드워즈(Simon Edwards)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이 같은 구조는 엔비디아가 그로크 자체·지적재산권(IP)·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인수하는 대신, 기술 사용 권리 및 핵심 인력의 합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임을 시사한다. 엔비디아는 해당 거래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엔비디아 주가가 금요일 장전 거래에서 소폭 상승하며 프리마켓에서 0.7%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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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크는 구글의 텐서 처리장치(TPU, 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한 전직 엔지니어들이 설립했다. TPU는 고성능 AI 연산, 특히 신경망 학습 및 추론에 사용되는 전용 칩으로, 그로크의 설계 철학 역시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는 단일 목적의 고속 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용어 설명:

추론(Inference)은 학습된 AI 모델을 실제 데이터에 적용해 예측·출력을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대규모 모델을 학습(Training)시키는 과정과 달리, 낮은 지연시간과 예측 가능한 처리속도가 중요하다.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는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뜻하며, 그로크의 칩은 ASIC에 가까운 맞춤형 설계로 추론에 특화되어 있다.

SRAM(Static Random Access Memory)은 칩 내부에 매우 빠르게 접근 가능한 메모리로, 모델 가중치(weights)와 작업 데이터를 온칩에 저장해 초저지연으로 토큰 단위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엔비디아의 GPU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을 사용해 대역폭을 극대화함으로써 높은 처리량(throughput)을 달성한다. NVLink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고대역폭 인터커넥트 기술로, GPU 또는 다른 가속기 간 저지연·고대역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월가의 평가와 분석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애널리스트 비벡 아리아(Vivek Arya)는 이번 거래가 “GPU가 AI 학습을 지배했지만, 추론으로의 빠른 전환은 보다 전문화된 칩을 필요로 할 수 있음을 엔비디아가 인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범용 플랫폼이고, 그로크의 LPU(Large Processing Unit 또는 Low Latency Processing Unit으로 지칭되는 경우도 있음)는 빠르고 예측 가능한 AI 추론에 최적화된 스페셜라이즈드(ASIC 유사) 칩으로 포지셔닝된다.’

아리아는 그로크의 LPU가 온칩 SRAM을 활용해 모델 가중치와 작업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매우 빠른 토큰별 접근을 가능하게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 플랫폼이 사용하는 HBM에 비해 확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엔비디아 시스템에서 GPU와 LPU가 동일 랙 안에서 NVLink로 연결되어 공존하는 구성이 나올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번 그로크 거래가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았으며, 엔비디아가 2020년 4월 인수한 멜라녹스(Mellanox) 사례처럼 네트워킹·AI 확장성 기반(foundation)을 강화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베어드(Baird)의 애널리스트 트리스탄 제라(Tristan Gerra)는 엔비디아의 GPU가 2030년까지 AI 프로세서 시장의 다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맞춤형 ASIC은 시간이 지나며 엔비디아의 총 주소able 시장(TAM)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한 번스타인(Bernstein)의 스테이시 라스곤(Stacy Rasgon)은 이번 계약이 “비독점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200억 달러는 라이선스 계약으로는 비싸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엔비디아의 현금성 자산인 약 610억 달러(61 billion 달러)와 거대한 미래 잉여현금흐름, 그리고 시가총액 약 4조 6천억 달러(4.6 trillion 달러)을 고려하면 해당 금액은 회사 규모 대비 큰 부담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라스곤은 이 금액이 주당 약 0.82달러(약 82센트) 수준이라고 환산했다.


시장·기술적 함의 및 향후 전망

이번 거래 구조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AI 생태계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초저지연·고예측성 솔루션을 제공하는 맞춤형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GPU의 범용성과 높은 처리량 장점을 유지하면서, 추론용 특화 칩을 라이선스·인력 흡수를 통해 보완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비독점 라이선스이기 때문에 그로크의 기술은 다른 고객이나 기업에도 제공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는 그로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기술 라이선스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엔비디아는 핵심 인력의 합류를 통해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에 추론 특화 기능을 신속히 통합할 수 있다.

셋째,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현금성 자산 및 예상되는 잉여현금흐름 기반), 투자자들은 이번 거래가 장기적 경쟁력·생태계 확장에 어떠한 실질적 이득을 줄지 주시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GPU와 LPU의 ‘병행 운영'(co-existence)과 데이터센터 내부의 고대역 인터커넥트(NVLink 등)를 통한 통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추론 특화 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AI 하드웨어 시장의 세분화와 가격·성능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대형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들은 비용 대비 지연시간, 전력 효율, 스케일링 전략을 고려해 GPU·ASIC·기타 가속기 간 최적의 혼합을 모색할 것이다.


결론

엔비디아와 그로크의 이번 계약은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현금 거래로 보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비독점적 기술 라이선싱과 핵심 인력의 합류를 통한 전략적 제휴에 가깝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거래가 엔비디아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론 측면에서 보완하고, 장기적으로 네트워킹·스케일링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거래의 비독점성, 가격 수준, 기술 통합의 실효성 등은 향후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과 그로크 기술의 상업적 확산을 가늠하는 주요 관찰 지표가 될 것이다.

참고된 주요 수치 및 인물: 거래 금액 200억 달러, 그로크 최근 투자 7억 5천만 달러·평가액 약 69억 달러, 엔비디아 현금성 자산 약 610억 달러, 엔비디아 시가총액 약 4조 6천억 달러, 그로크 창업자 조너선 로스·사장 써니 마드라·신임 CEO 사이먼 에드워즈, 애널리스트 비벡 아리아(뱅크오브아메리카), 트리스탄 제라(베어드), 스테이시 라스곤(번스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