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60년 넘게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투자 포트폴리오 운영 행보는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남기고 있다. 그는 5월 주주총회에서 CEO 퇴임을 연말로 발표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으며, 퇴임 시점까지 버크셔 운영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27일, 모틀리 풀(Motley Fool)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도 현재의 대규모 유가증권 포트폴리오 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버핏은 1965년 CEO 취임 직후 인수한 보험 사업에서 발생하는 플로트(float)를 활용해 주식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장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이 포트폴리오의 장부가치는 약 $3150억(약 4경 원대)에 달하지만, 최근 3년간 대규모 매도로 인해 그 가치가 더 커질 여지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1840억(약 24조 원) 규모의 순매도 경고
보도에 따르면 버핏은 최근 12개 분기 연속으로 버크셔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3년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1840억에 달한다. 만약 이 기간에 대량 매도를 하지 않았다면 포트폴리오 가치는 현재의 약 $3150억에서 $5000억 이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고 보도는 전한다.
버핏은 포트폴리오의 대형 보유종목을 크게 줄인 대표적 사례로 애플(Apple)을 들었다. 애플 지분은 최근 매도로 73% 축소되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지분은 44% 축소, 쉐브론(Chevron)은 26% 축소되었다. 수십 개 종목은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제외되기도 했다. 반대로 신규 편입이나 증가는 비교적 소액으로 이뤄졌으며, 주요 신규·확대 포지션으로는 Chubb, Alphabet, Sirius XM 등이 있고, 오시덴털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 지분은 36% 증가했다.
시장 밸류에이션(Valuation) 급등이 매도 배경
버핏의 대규모 매도 배경에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현재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이 약 33배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버핏이 대거 매도를 시작한 2024년 중반 이후 지속된 수준이다. 버핏이 애플을 처음 대량 매수했을 때의 선행 P/E는 약 10배 내외였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 대비 유형자산(장부가) 비율(price-to-tangible-book)은 약 2배에 육박하고 있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문 고평가 수준으로 평가된다. S&P 500 지수의 전체 선행 P/E도 약 22배 수준으로, 2000년대 초 이후 드물게 높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자주 인용되는 CAPE(주가평균수익비율, Cyclically Adjusted Price-to-Earnings) 지수는 역사상 두 번째로 40에 근접했고, 버핏이 즐겨 사용하는 시장총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일명 버핏 지표(Buffett Indicator))은 버핏이 2000년대 초 경고했던 200% 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용어 설명: 투자자들이 자주 마주치지만 혼동하기 쉬운 용어
선행 P/E(Forward P/E)는 기업의 향후 12개월 또는 다음 회계연도의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현재의 실적이 아닌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미래 수익성에 대한 낙관·비관이 크게 반영된다. CAPE 지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순환을 고려한 장기적 수익성 평균으로 주가의 역사적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버핏 지표는 ‘전체 주식시가총액 ÷ 명목 GDP’로, 100%를 넘으면 주식시장이 GDP 대비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플로트(float)는 보험사가 선수수료와 보험료를 수령하고 지급하기까지 보유하게 되는 현금으로, 버핏은 이를 운용자금으로 활용해왔다.
2026년을 대비하는 세 가지 투자 교훈
모틀리 풀은 버핏의 최근 행보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실전적 교훈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는 향후 높은 밸류에이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적 조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1. 차익 실현을 두려워하지 말라
수익을 오래 보유하는 전략은 유효할 수 있으나, 특정 종목이 포트폴리오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그 종목이 고평가 상태라면 위험이 커진다. 버핏의 사례에서 애플은 한때 버크셔의 시장성 주식 포트폴리오의 약 절반을 차지했으나, 최근 매도로 인해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세금 부담을 이유로 차익실현을 미루기보다는, 과도한 노출을 줄이고 보다 유망한 투자처로 재분배하는 것이 장기 리스크 관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2. 현금을 일정 비중 보유하라
밸류에이션이 상승한 시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버핏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투자 가능한 자산의 50% 이상에 달하는 등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단기간에는 기회비용(포트폴리오 수익률 저하)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시장조정이나 급락 시에 유리한 매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높은 확신이 있는 종목은 장기 보유하라
버핏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코카콜라(Coca-Cola) 등을 1990년대부터 보유하며 30년 이상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이러한 장기 보유는 기업의 경쟁 우위(moat)와 장기 수익성에 대한 높은 확신에서 비롯된다. 기업의 사업 구조, 수익원, 경쟁 우위의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면 시장의 단기 변동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버핏의 대규모 매도는 시장에 다음과 같은 구조적·심리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대형주 중심의 유동성 변동성 증가다. 버크셔처럼 대규모 포지션을 보유한 주체의 매도는 특정 대형주에 대한 단기 공급 압력을 높여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고평가 구간에서의 회수는 투자심리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버핏의 매도를 ‘경고 신호’로 해석하면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화되어 밸류에이션 조정이 가속될 수 있다. 셋째, 반대로 이는 중장기적으로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단기 조정 시 현금 보유자가 우수한 기업을 더 낮은 가격에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크셔 주식 자체에 대한 영향은 복합적이다. 버핏이 포트폴리오 내 보유종목을 팔아 현금을 축적하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장부가치 대비 주가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버핏의 투자 철학과 경영 승계(후임으로 추정되는 그렉 에이블(Greg Abel)의 존재 등)를 감안하면,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버크셔가 매력적인 자산 배분 대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실무적 권고
2026년을 준비하는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의 밸런스를 재점검하고, 개별 종목의 비중·밸류에이션·경쟁력·현금 보유 비중을 고려한 리밸런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트레이딩보다는 장기적 경쟁력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접근법이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세금 비용과 거래비용을 고려한 세부 전략(분할 매도, 단계적 재투자 등)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매수 판단
모틀리 풀의 스톡 어드바이저(Stock Advisor) 팀은 최근 발표한 ‘지금 사기 좋은 10종목’ 리스트에 버크셔 해서웨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해당 서비스의 과거 추천 성과(예: 2004년 12월 17일 넷플릭스 추천 시 $1,000 투자액은 현재 약 $504,994로, 2005년 4월 15일 엔비디아 추천 시 $1,000 투자액은 약 $1,156,218로 불어났다는 사례 등)는 평균 초과수익을 제시하지만, 이는 과거 성과이며 향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시·이해관계
보도는 또한 광고 및 이해관계 관련 공시를 포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모틀리 풀 머니(Motley Fool Money)의 광고 파트너이며, 저자 일부와 모틀리 풀은 알파벳(Alphabet)과 애플(Apple)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모틀리 풀은 알파벳·애플·버크셔 해서웨이·쉐브론을 추천하거나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시덴털 페트롤리엄을 추천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또한 기사 말미에는 저자의 견해가 나스닥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워런 버핏의 최근 포트폴리오 축소는 시장 고평가 구간에서의 리스크 관리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 포지션 사이즈, 기업의 경쟁력에 기반한 장기 확신을 재점검함으로써 2026년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