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의 새 공동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순조롭지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클레이 마구이르크(Clay Magouyrk)와 마이크 시실리아(Mike Sicilia)가 약 3개월 전 함께 CEO로 지명된 이후, 오라클 주가는 이번 분기에 약 30% 급락했다. 남은 거래일이 네 영업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분기 낙폭은 2001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큰 하락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2월 2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ChatGPT 운영사인 OpenAI를 위해 추가적인 서버팜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OpenAI는 9월에 오라클과의 계약으로 오라클에 3000억 달러(약 3000억 달러 이상)를 지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은 오라클의 대규모 AI 인프라 확장 계획의 핵심 축이지만, 실제 수요와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오라클은 예상에 못 미치는 분기 매출과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보고했다. 새로 취임한 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더그 커링(Doug Kehring)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 회계연도 자본적지출(capital expenditures, CAPEX)을 500억 달러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9월 계획보다 43% 증가2배에 해당한다. 아울러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건설 외에 클라우드 용량 확대를 위해 2,480억 달러 규모의 리스(lease) 약정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규모 확장은 막대한 부채 조달을 수반한다. 오라클은 9월에 180억 달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는 기술업계에서 기록적인 차입 발행 중 하나다. 커링은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부 회의적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DA Davidson의 애널리스트들은 2025년 12월 12일 고객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오라클이 이미 간신히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오픈AI와의 계약을 재구조화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오라클 주식에 대해 사실상 ‘보유(hold)’에 해당하는 권고를 제시했다.
오라클은 이에 대한 공식 코멘트를 거부했다.
새 경영진의 임기는 낙관 속에서 시작됐다. 마구이르크와 시실리아가 전임자 사프라 캇츠(Safra Catz)로부터 경영권을 이양받기 약 2주 전, 오라클은 359%에 달하는 매출 백로그(revenue backlog)를 보고했다. 이 백로그는 OpenAI의 약정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을 오라클이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업체 상위 5위에 들지 못한 상황에서 중대한 인증으로 해석했다.
9월 10일 OpenAI 계약 발표 직후 오라클 주가는 거의 36% 급등하며 상장 이래 세 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장중 한때 345.72달러의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는 급락했으며, 12월 중순 기준으로 전 고점 대비 약 43% 하락197.49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금요일에는 TikTok이 미국 사업 일부를 오라클 및 기타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로 소폭 반등했다. 오라클은 수년간 TikTok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투자자 신뢰와 경영진에 대한 지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라자리 런치지스(Zachary Lountzis) Lountzis Asset Management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2020년 주가가 60달러 아래일 때 처음 매수했으며, 기업의 경제성이 변하지 않았다면 단기적인 과대평가를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월 30일 기준 약 2,500만 달러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지난 50년간 래리에게 거꾸로 배팅했다면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업계의 일부 자금운용사는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모투자업체인 Blue Owl은 오라클의 100억 달러 규모의 미시간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성장 목표와 수익성 압박은 핵심 쟁점이다. 10월에 시실리아, 마구이르크, 커링은 오라클의 향후 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2030 회계연도 매출을 현재의 570억 달러(2025 회계연도)에서 2,25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AI 인프라에서 발생할 것이며, NVIDIA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중심 기술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 성장 전략은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클의 핵심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전통적으로 높은 마진을 가져왔는데, 2021 회계연도 기준 총마진(gross margin)은 77%였다. 팩트셋(FactSet) 조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2030년 총마진이 약 49%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5년 동안 총 340억 달러 규모의 누적 부정적 자유현금흐름이 발생한 뒤 2029년에야 다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어 설명: 총마진(gross margin)은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비율로, 기업의 기본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한 남은 현금으로, 기업의 투자여력과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신용부도스왑(CDS)은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CDS 가격 상승은 해당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졌다는 시장의 신호로 해석된다.
플로리다의 Suncoast Equity Management의 매니징 디렉터 에릭 린치(Eric Lynch)는 투자자 입장에서 오라클의 계획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4~5년은 투자 규율상 긴 기간”이라며 계획 수립의 장기성을 우려했다. 또한 그는 Open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OpenAI는 빠른 속도로 현금을 소진하고 있으며, 총 1조 4천억 달러(1.4조 달러) 이상의 AI 빌드아웃과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웰스파고(Wells Fargo)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터린(Michael Turrin)은 이달 초 오라클에 대해 사실상 매수 평가와 목표주가 280달러를 제시했다. 그는 오라클이 OpenAI와의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면 업계 내 신뢰도가 개선될 수 있으며, OpenAI가 2029년까지 오라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점유율 확보의 난제도 여전하다. 오라클은 아마존(Amazon Web Service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 클라우드에 비해 인프라 시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오라클의 고객 명단에는 메타(Meta), 우버(Uber), 엘론 머스크의 xAI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데이터 처리 플랫폼인 Databricks는 최근 펀딩 라운드에서 1,3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 클라우드에서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Databricks의 CEO 알리 고드시(Ali Ghodsi)는 “고객들이 ‘오라클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할 때가 되면 그때 연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인 Snowflake도 오라클 클라우드로의 서비스 확장을 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 관측과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긍정 시나리오에서는 오라클이 OpenAI와의 대규모 계약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대형 훈련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축·운영함으로써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2029~2030년경 매출 성장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투자자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이 경우 주가에는 중장기적인 상방 여지가 존재한다.
반대로 부정 시나리오에서는 대규모 CAPEX와 리스 약정, 채권 발행으로 인한 부채 부담이 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이어지고, OpenAI 등 핵심 고객의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현금흐름 악화가 심화되어 자본재조정 또는 계약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 CDS 프리미엄 상승과 함께 주가 추가 하락, 배당·주주환원 축소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투자자와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향후 12~24개월 실적과 현금흐름 지표, OpenAI와의 계약 이행 진전 상황,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리스 집행의 실제 속도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CAPEX 규모(2026 회계연도 500억 달러 제시)와 리스 약정(2,480억 달러 규모)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에 따라 단기 신용 위험 수준과 주가의 방향성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오라클의 단기 주가 변동성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추진과 이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 그리고 OpenAI에 대한 의존도라는 세 가지 핵심 변수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제시한 성장 경로의 실현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스트레스를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