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미국 필라델피아에 인수한 필리(Philly) 조선소가 미 해군용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화 그룹의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Alex Wong)가 밝혔다.
2025년 12월 2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한화의 미디어 데이(사내 공개 행사)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12월 22일(월)에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 Alex Wong은 “미국 정부가 자국 및 동맹국의 핵추진 잠수함 역량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준비될 때 우리는 이곳 필리에서 잠수함을 건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The U.S. government’s commitment to nuclear-powered submarine capability, its own and of the allies is very strong,” Wong은 행사에서 말했으며, 이어서 “We stand ready to fulfil the ability to build those submarines here in Philly when the governments are ready.”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부활 구상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의 무역 합의에 따라 서울은 미국 조선업에 $1500억(약 1500억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합의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를 종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조건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화가 미 해군용 호위함(frigate) 건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화를 “좋은 회사”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화가 2024년에 $100 million(1억 달러)을 들여 인수한 필리 조선소의 향후 $5 billion(50억 달러) 규모 확장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선박 운영 책임자 조종우(Jongwoo Cho)는 회사가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잠수함 경험 보유자 등 관련 기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워싱턴에서 해당 설계에 대한 산업 기반 확대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화는 확장을 위해 부지를 매입하거나 추가 도크를 확보하기 위한 잠재적 파트너들과의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용어 설명
먼저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장기간 연료 보급 없이도 작전할 수 있는 군함이다. 핵추진은 디젤·전기 추진체계에 비해 장거리 항행과 높은 지속 작전 능력을 제공하며 전략적 억제력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1 참고로, 버지니아급(Virginia-class)은 미국 해군의 최신 예산·전술 대응형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 중 하나로 소형 핵 추진로 및 첨단 전자전·감시 장비를 탑재해 대잠·대수상전 및 정보수집 등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전문가적 맥락과 기술적 고려사항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단순한 블록 조립 공정과 달리 원자력 설계·안전 규정 준수, 고도의 기밀 보안, 전문 인력·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원자력 규제 및 국방 규정에 부합해야 하며, 기술 이전과 보안·안전 심사 과정에서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한화가 이미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은 제조 인프라 구축의 첫 단계지만, 실제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공식 계약 체결까지는 다수의 행정·정책적 승인과 장기간의 기술 협업이 필요하다.
경제적·산업적 파급 영향 분석
한화의 필리 조선소 확장 및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가능성은 미국과 한국 양국의 산업·고용에 중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지역적 관점에서 필라델피아 지역의 조선업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대규모 조선소 확장은 수천 명 규모의 직접 고용과 수만 명 규모의 간접 고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조선·해양·원자력 관련 하청업체, 부품 공급망, 기술 인력 양성 기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자본시장 측면에서는 한화의 미국 내 투자 확대가 회사의 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자본지출(CAPEX)과 초기 적응 비용으로 주가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투자는 미국 내 조선 산업 재건과 전략적 공급망 다변화라는 정치·안보적 목표와 연결된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핵심 방위산업의 생산기반을 넓히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한화의 참여는 이러한 정책적 흐름과 맞물린다. 다만 기술 이전, 보안 규정, 국방 관련 승인 등은 정치적·외교적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일정 지연 및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은 유의해야 한다.
정책·안보적 함의
미국이 동맹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고도 방산 능력을 외부에 확장하는 경우에는 기술 보호 장치와 동맹 간 신뢰 구축이 핵심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영토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시나리오는 미·한 간 군사기술 협력의 고도화를 의미하나, 이는 동북아시아 및 전 세계 안보 환경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정책적 승인 과정에서의 투명성, 국제 원자력 규범 준수, 그리고 미국 내 공공·민간 이해관계자 설득 과정이 필수적이다.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한화의 필리 조선소 인수와 확장 계획이 지역 경제 및 조선업 관련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실질적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을 확보하려면 수년간의 설계 검증, 인력 양성,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정책입안자·지역사회는 단계별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실행계획을 요구할 것이다. 한화의 발표는 미국 내 조선산업 강화와 한미 방산협력 심화라는 큰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도: 김희진 /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