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으로 가죽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서부 스타일 부츠로 알려진 제조업체 Twisted X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수입 관세를 부과하자 하룻밤 사이에 혼란에 빠졌다.
2025년 12월 25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Twisted X는 본사인 텍사스 주 디케이터에 있는 회의실을 “관세 전쟁 상황실”로 전환해 관세로 인한 수입 비용 급등과 운송 중단, 송장 금액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시간 단위로 마진을 재계산해야 했으며, 선적이 중간에 정지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Twisted X의 최고경영자(CEO) Prasad Reddy는 CNBC에 “많은 다른 가죽 회사들이 혼란으로 인해 선적을 중단해야 했고, 회계 처리를 하기 전에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기를 “매우 불확실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은 소매가에 직접 반영되고 있으며,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업계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이전의 재고는 소진된 반면, 대체 발주는 훨씬 더 높은 비용이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매장에 나오는 제품들은 지난해 상품보다 더 비싼 원피(원가가 비싼 가죽), 더 비용이 높은 해외 가공, 더 높은 운임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
예측 수치도 제시됐다. Yale Budget Lab는 가죽제품 가격이 향후 1~2년 동안 거의 22%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인플레이션, 공급망 병목 현상, 특히 중국·베트남·이탈리아·인도에 대한 높은 관세 노출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가죽이 크게 타격을 입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가장 높은 관세율이 우리가 주로 가죽을 수입하는 국가들에 부과됐다. 둘째, 우리는 이들 무역 파트너로부터 가죽 및 의류 관련 제품을 많이 수입한다.” — John Ricco, Yale Budget Lab
공급망의 구조와 관세의 충돌
Twisted X의 부츠 생산 과정은 미국 목장에서 소금 처리된 원피(소가죽 원피)로 시작된다. 이 원피는 보통 아시아로 보내져 가공(염색·무두질·tanning)을 거쳐 가죽으로 바뀐 뒤, 다시 다른 공장(중국·베트남·멕시코·인도 등)으로 보내져 재단·봉제·조립 과정을 거치고 최종 완제품으로 미국에 재수입된다. Twisted X의 경우 제품의 약 절반이 중국에서 무두질(tanning)되며, 2017년의 90% 수준에서 크게 낮아졌다고 Reddy는 밝혔다.
이처럼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구조는 평상시에는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으나, 관세가 부과되자 역효과가 발생했다. Kerry Brozyna 미국 가죽 및 원피 협의회(Leather and Hide Council of America) 회장은 “관세가 시행되자 모든 것이 멈췄다. 중국이 수입을 받지 못했는데, 만약 그들이 관세를 가격에 반영하면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수지와 수입 의존도
미국의 가죽 관련 무역수지는 제조업 가운데서도 큰 적자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은 가죽 의류를 약 $1.37억달러 수입한 반면, 수출은 단지 $9,270만달러에 그쳐 약 15:1의 적자 구조를 형성했다(미국 센서스 자료). 중국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가죽제품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Reddy는 “해외 생산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관세 시행 초기 많은 업체에 큰 타격을 줬다”며 “Twisted X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관세 시행 이후 많은 회사가 중국을 벗어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캄보디아·방글라데시의 병목 현상, 베트남의 리드타임 증가, 8월에 부과된 인도산 가죽 수출에 대한 50% 관세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맞닥뜨렸다.
결국 원피·무두질·조립·재수입의 모든 단계에서 비용이 상승했고, 늦여름에는 거의 모든 가죽 회사가 전 단계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브랜드에 미친 영향과 가격 인상
대기업들도 관세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핸드백 제조사 코치(Coach)와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의 모회사 Tapestry는 8월에 관세 관련 비용이 총 $1억6천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보고하며 향후 수익성에 “종전 예상보다 큰 역풍”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영진들은 가능한 비용을 흡수하려 했으나, 그 완충 여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Yale Budget Lab의 Ricco는 재공급을 위한 공급망 재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올해 가격을 소폭 인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Twisted X는 올해 약 1~3%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Twisted X의 최고마케팅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Tricia Mahoney는 CNBC에 “우리는 고객을 우선시해 가격을 가능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명품 시장에서도 이미 가격 인상이 관찰된다. 샤넬(Chanel)의 상징적 제품인 클래식 플랩 백(Classic Flap)은 올해 봄의 추가 가격 인상으로 작년보다 약 5% 비싸졌다. 분석가들은 가죽 신발과 액세서리 가격이 향후 1~2년 동안 약 2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장기적으로는 관세·운송비·프리미엄 원피 부족이 시스템을 통해 반영되어 약 7% 수준의 추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6년이 되면 많은 결정의 순간이 올 것이다. 기업들은 비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할지, 고용을 줄일지, 주주에 대한 배당이나 지급을 줄일지 결단해야 한다.” — John Ricco
미국 내 제조업 쇠퇴와 원피 수급 문제
한때 호황을 누리던 미국 내 가죽 가공업의 쇠퇴도 해외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를 줄이고 있다. 1950년대에는 전국에 약 1,000개의 무두질 공장이 있어 30만 명 이상을 고용했으나, 2025년 현재 노동력은 약 50,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무두질 공장 수는 수백 곳으로 감소했다(Leather and Hide Council of America 자료).
Reddy는 “국내 제조업의 황금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말했다. 관세 부담은 아시아에서 완제품을 조달하는 브랜드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으며, 정부의 관세 도입 취지였던 국내 제조업 회복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업계 전문가는 평가했다. 많은 브랜드는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해외 공급망 내에서 공급자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원자재 부족: 가축 수의 감소
미국 가죽 업체들은 원재료 부족 문제도 겪고 있다. 가죽의 원료가 되는 소가죽은 낙농·육류 생산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소 사육 두수 감소는 곧 가죽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의 가축 군(herd)은 가뭄·사료비 상승·무리 해체(liquidation) 등의 영향으로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Reddy는 “가축이 적으면 남아 있는 원피로 고급 가죽을 생산하는 비용이 더 비싸진다”고 말했다. 또한 합성가죽(인조가죽)으로의 수요 전환을 기대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대체 소재 역시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석유화학 기반 원자재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세 대상이 되어 인조 가죽 제품도 중·고자릿수의 비용 상승을 겪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용어 설명
무두질(tanning): 원피를 부패하지 않도록 안정화하고 가죽으로 만드는 가공 과정을 의미한다. 무두질 방법에 따라 가죽의 품질과 용도가 달라진다. 관세 충격이 무두질 단계에 집중되면 이후 공정 전체에 비용 상승 효과가 전이된다.
관세(tariff):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특정 국가나 품목에 따라 차등 부과될 수 있다. 관세율이 높을수록 수입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무역수지(trade deficit):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태를 의미하며, 특정 산업의 경쟁력과 해외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가죽 산업의 높은 무역적자는 국내 생산으로의 전환 난이도를 반영한다.
향후 전망 및 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1~2년) 관세와 공급망 병목, 원재료 부족은 가죽 제품의 가격을 약 22%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중간 단계에서 기업들은 재고 소진, 공급처 다변화, 소폭의 가격 인상(기업 사례: Twisted X의 1~3%)으로 대응 중이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소비자 물가에 미칠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가공능력 회복의 어려움, 가축 두수 회복의 불확실성, 글로벌 물류비 및 관세 구조의 고착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7% 수준의 지속적 가격 상방 압력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비용 전가, 인력 축소, 자본지출 축소 등의 전략을 검토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관련 산업의 고용·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관세의 대상 국가·품목 조정, 국내 무두질·제조업에 대한 인센티브, 물류비 완화 조치 등이 논의될 수 있으나, 단기간 내 가시적 효과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프리미엄 가죽 제품의 가격 상승, 중저가 시장에서는 합성 소재 전환 가속화 또는 품질 저하 가능성이 관찰될 전망이다.
결론
관세 부과는 가죽 산업의 공급망 전반을 흔들며 부츠와 핸드백 등 소비재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업계는 공급처 재배치와 비용 흡수로 버티고 있으나,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비용 전가와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필요로 하며, 정책 결정자들도 단기적 충격 완화와 중장기적 산업 경쟁력 회복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