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쟁당국(AGCM)은 메타(Meta)에 대해 WhatsApp 비즈니스 API를 통한 서드파티(서드파티: 제3자) AI 챗봇의 배포를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조치는 메타가 플랫폼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고 AI 챗봇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12월 24일, RTTNews의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쟁당국(Autorità Garante della Concorrenza e del Mercato, 이하 AGCM)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과정에서 메타의 해당 규정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충분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AGCM은 이 규정을 그대로 두면 경쟁에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GCM의 문제 제기는 메타가 2025년 10월에 도입한 정책 변경을 계기로 촉발됐다. 메타는 당시 WhatsApp의 비즈니스 API(Business API)를 통해 범용 AI 챗봇(general-purpose AI chatbots)을 배포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규정은 고객 지원용으로 AI를 활용하는 기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ChatGPT, Claude 등과 같은 독립형 AI 도구의 WhatsApp 배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제약을 초래한다.
메타는 자사 입장을 옹호하면서 WhatsApp 비즈니스 API가 애초부터 AI 챗봇 배포 플랫폼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fundamentally flawed”
라는 표현을 사용해 AGCM의 결정에 반발했으며, 해당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사용자들이 앱, 웹사이트 또는 다른 파트너십을 통해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집행위원회는 이 규정이 제3자 AI 제공업체가 유럽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같은 규제 리스크는 EU 단위의 디지털 시장 규제(Digital Markets Act) 및 경쟁법 집행의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용어 설명
WhatsApp 비즈니스 API는 기업들이 WhatsApp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자동화된 메시징, 알림, 고객지원 봇 등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다. 보통 은행, 항공사,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고객 응대 자동화에 사용한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이 API를 범용 AI 챗봇을 배포하는 채널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AGCM(Autorità Garante della Concorrenza e del Mercato)은 이탈리아의 경쟁 및 시장감독 기관으로, 기업의 합병·인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조사·제재한다. 이번 조치는 AGCM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법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 분석 및 파급효과
업계 전문가들과 법률 분석가들은 AGCM의 이번 명령이 EU 내에서 플랫폼 지배력 제한에 관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첫째, WhatsApp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의 이용자를 보유한 메신저이며, 비즈니스 API는 플랫폼 내에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핵심 채널이다. 따라서 해당 채널을 통한 서드파티 AI의 차단은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해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둘째,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서드파티 AI 챗봇은 다양한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자가 경쟁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추는 압력을 제공할 수 있다. AGCM은 이 점을 들어 규정 유지가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제재 또는 규정 변경이 확정될 경우, 메타의 전반적 사업모델과 플랫폼 정책 수익 구조에도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경제적 파급을 구체적으로 예상하면, 만약 AGCM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메타의 규정을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릴 경우, 메타는 서비스 제공 방식 변경, API 접근성 보장, 또는 벌금과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서드파티 AI 업체들의 유럽 내 서비스 확장 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AI 관련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관련 스타트업 및 중견기업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증시 및 투자자 관점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메타 플랫폼의 규제·법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반대로 규제가 메타의 독점적 활용을 제한하고 경쟁을 촉진하면 광고·구독 등 플랫폼 내 수익 구조의 장기적 재편을 유도할 수 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규제 사건이 메타의 분기 실적에 즉각적인 큰 손실로 연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플랫폼 정책의 변화는 중장기 수익 모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법적 절차와 향후 일정
AGCM의 명령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규정의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는 취지다. 메타는 이에 대해 항소할 계획을 밝힌 상태여서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병행 조사 결과에 따라 유럽 전역의 규제 강도와 명령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관련 절차는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될 수 있으며, 중대한 판정이 내려질 경우 유럽 내 플랫폼 규칙의 모범 사례(또는 금지 관행)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요약(핵심 팩트)
핵심: 2025년 10월 메타가 도입한 WhatsApp 비즈니스 API를 통한 범용 AI 챗봇 배포 금지 규정에 대해, 2025년 12월 24일 AGCM이 해당 규정의 일시적 효력 중단을 명령했다. 메타는 해당 결정이 “fundamentally flawed”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