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Blackstone)의 자회사인 리브코(LivCor)이 미국 법무부(DOJ)가 제기한 임대료 담합 의혹에 대해 합의했다. 법무부는 경쟁사 간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임대료 가격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임대료를 인위적으로 인상하려 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2025년 12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서 리브코는 타 임대업체의 비공개 정보를 근거로 가격을 설정하지 않겠으며, 제3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러한 정보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리브코는 이번 합의로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거주자를 위한 봉사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건 배경
법무부는 올해 1월 초 리브코를 포함한 6개 대형 임대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부동산 소프트웨어 회사인 RealPage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비공개적인 임대료 데이터와 가격 정보 등을 공유했고, 이를 통해 임대료 수준을 사실상 정렬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임대업주들에게 경고한다. 경쟁법은 알고리즘을 통한 방법이든 그 외의 방식이든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가격을 맞추는 관행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한다.”
— 에비게일 슬레이터(Abigail Slater), 미 법무부 부장관 보좌관(Assistant Attorney General)
실무적 의미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알고리즘 담합(algorithmic collusion)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겨냥한 사례의 연장선상에 있다. 알고리즘 담합이란 경쟁사들이 비공개 가격 데이터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해당 소프트웨어가 가격 추천이나 조정 신호를 생성해 사실상 가격을 정렬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RealPage는 임대료 책정에 참고하는 데이터와 권고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업체로, 법무부는 지난해 RealPag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해당 업체와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3년간의 감시(monitorship)와 데이터 사용 제한이 포함됐다.
리브코 외에도 Cortland Management와 Greystar Management Services가 법무부와 합의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러한 합의를 통해 시장에서의 정보 공유 관행을 제한하고 경쟁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용어 설명
알고리즘 담합(algorithmic collusion)※은 사람이 직접 가격을 합의하지 않더라도, 경쟁사들이 비공개 가격 정보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고 그 소프트웨어가 가격 권고 또는 자동 조정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경쟁을 저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의미의 담합과 달리 명시적 합의가 남지 않을 수 있어 적발과 입증이 어렵다. RealPage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는 임대료 수준, 시장 점유율, 공실률 등 다수의 데이터를 집계·분석해 가격 권고를 제공하며,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의 데이터 공유와 권고가 경쟁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적·시장적 영향 분석
이번 합의는 몇 가지 면에서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임대업계의 가격 결정 방식 변화이다. 다수의 대형 임대업체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장 신호를 주고받는 관행이 제한되면, 각 사업자는 자체적인 가격 전략과 지역별 수요·공급을 반영한 개별적 판단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 회복에 따른 가격 하향 압력이 존재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제공업체와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이다. RealPage에 대한 3년 감시와 데이터 사용 제한은 유사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에 경고가 될 뿐 아니라, 플랫폼 제공자가 수집·처리하는 데이터의 범위와 사용 방식을 재검토하게 만들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고객 데이터의 익명화와 집계 방식을 강화하거나 가격 권고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거시적 주거비용에 대한 영향이다. 미국 내 주거비 상승은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나, 이번 사건은 특정 대형 사업자들의 협력적 정보 공유가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이었음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규제·감시 강화는 장기적으로 임대료 상승률을 일부 억제할 수 있으나, 공급 부족·건축비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을 단기간에 해결하지는 못한다.
실무적 유의사항
부동산 및 임대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가격 결정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출처와 처리 과정을 명확히 하고, 타사 비공개 정보를 근거로 한 자동화된 가격 조정 기능의 사용을 중지하거나 법적 검토를 받는다. 둘째, 소프트웨어 공급자와의 계약에서 데이터 사용·공유·권고 기능에 관한 조항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투명성·감시 조항을 추가한다. 셋째, 감독 당국의 추가 조사·소송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기록과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
결론
리브코의 합의는 임대료 책정 관행과 소프트웨어 기반 가격 권고의 합법성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제공한다. 법무부의 적극적 집행은 임대시장과 관련 플랫폼 기업들에게 운영상·법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향후 임대료 형성 메커니즘과 관련 데이터 이용 관행에 지속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규제·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내부 통제 강화와 가격 책정 프로세스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