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025년 3분기에 연율 기준 4.3%로 성장하며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다. 이 성장은 강한 소비지출과 수출의 급반등, 기업의 설비·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지속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생활비 상승과 최근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도 관찰된다.
2025년 12월 2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의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BEA)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예상치를 상회했다. 상무부의 초기 추정치는 연율 기준 GDP 증가율이 4.3%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전망 조사에서는 전문가들이 3.3%의 상승을 예측했다. 한편 2분기 성장률은 연율 3.8%였다.
보고서는 소비지출이 분기별 성장 동력의 중심에 섰음을 분명히 했다. 개인소비지출(PCE)을 포함한 소비는 연율 3.5%로 증가해 2024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속도를 기록했다(2분기에는 2.5%). 가정에서는 레크리에이션 관련 상품과 차량, 국제여행에 지출을 늘렸고, 내구재가 아닌 소비재(식료품·처방약·의류·신발 등) 및 의료비(외래·병원·요양시설 서비스) 지출이 소비 확대를 뒷받침했다.
보고서 포함 주요 세부 지표들도 엇갈렸다. 소득 측면에서 보면 경제는 연율 2.4%로 완만하게 성장했는데 이는 1분기(4-6월) 기록한 2.6%보다 둔화된 수치다. 국내총구매물가지수(price index for gross domestic purchases)는 연율 3.4%로 상승해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빠른 오름세를 보였고, PCE 물가 지수는 연율 2.8%로 집계되어 2분기 2.1%보다 상승했다. 이러한 물가 압력은 연준(Federal Reserve)의 정책 기조 및 향후 금리 경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성장·물가·노동시장 간 괴리
보고서는 GDP 성장과 부진한 노동시장 지표 간 괴리가 확대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동생산성이 높은 모습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성장의 핵심 동력이 상위소득 가구와 대기업에 편중된 K자형 회복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ING의 국제수석이코노미스트 제임스 나이트리(James Knightley)는 “
K자형 경제가 우리 눈 앞에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와 기술 관련 자본지출은 약해질 기미가 없으며 2026년에도 성장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화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특히 공격적 수입관세 정책에 기인한 가격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주식시장 호조와 높은 주택가격은 상위소득 가구를 인플레이션 충격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했지만, 저·중소득 가구는 대체재를 찾는 능력이 제한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관세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반면 소규모 사업체는 간신히 버티고 있으며, 이민 단속 강화로 저비용 노동공급이 줄어들어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했다.
무역·기업이익·설비투자
수출의 급반등과 수입 감소로 무역적자 축소가 GDP 성장률에 1.59%포인트를 기여했다. 기업 측면에서는 현행생산에서 발생한 이익(profits from current production)이 연율 1,661억 달러(166.1 billion USD)로 증가해 2분기의 68억 달러(6.8 billion USD)에서 크게 확대되었다. 비국방 항공기 제외 비국방 자본재 주문(non-defense capital goods orders excluding aircraft)은 10월에 0.5% 상승해 9월의 1.1% 급증세 이후에도 강한 투자 모멘텀을 유지했다. 이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관련 투자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셧다운 영향과 향후 리스크
비당파 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은 최근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4분기 GDP에서 1.0~2.0%포인트의 성장률을 깎아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CBO는 대부분이 회복되겠지만 70억~140억 달러(7~14 billion USD)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소비심리는 악화되고 있으며 실질 가처분소득의 성장 정체, 소득 대비 저축률의 하락(3분기 기준 2022년 말 수준 근접)은 앞으로 소비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10월 소매판매의 정체와 최근 두 달간의 자동차 구매 감소도 하방 리스크로 꼽힌다.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반응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25bp(0.25%포인트) 인하해 3.50~3.75%의 기준금리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연준은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향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단기간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신호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강한 경제지표와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해 2026년 1월 이후의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졌다고 평가한다. 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으며 단기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정치권 반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GDP 보고서를 관세 정책의 성과로 치켜세웠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
관세(TARIFFS)가 방금 발표된 미국의 훌륭한 경제지표를 이끌었다. 그리고 더 좋아질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없다(AND NO INFLATION) & 훌륭한 국가안보.
“라고 주장했다.
용어 설명
1) K자형 회복(K-shaped recovery): 경제 회복이 계층별로 서로 다른 경로를 걷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침체가 지속되는 패턴이다. 2) PCE 물가지수(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rice Index):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 중 하나로, 개인소비지출에 기반한 물가 변동을 측정한다. 3) 비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주문: 기업의 설비투자(특히 비국방 분야)의 선행지표로 사용되는 통계로, 항공기 주문의 변동성을 제거해 기업 투자 추세를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향후 영향과 전망
전문가들은 몇 가지 경로로 향후 경제·금융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강한 소비와 기업의 기술·설비 투자 지속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세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상승하는 물가는 연준의 추가 완화 여지를 제한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소비심리와 가처분소득의 둔화는 2026년으로 넘어가며 소비지출의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어 성장률 하향 리스크로 작동할 수 있다. 넷째, 관세 등 통상정책과 셧다운 같은 정치적 리스크는 하방 요인으로 남아 있으며, 특히 소기업 및 저소득 가구에 대한 타격은 경기회복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피어스(Michael Pearce)는 “정책 불확실성의 완화, 감세 효과, 최근의 통화정책 완화가 결합되면 2026년에는 경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BMO 캐피털 마켓의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살 구아티에리(Sal Guatieri)는 “경제의 회복력 때문에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모두 약해져야만 2026년 금리 인하가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3분기의 강한 GDP는 여전히 기업 이익과 고소득층 소비에 의해 주도되는 측면이 크며, 물가와 노동시장 지표의 방향성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과 경제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단기적으론 성장세가 유지될 여지가 크지만 분배의 불균형과 실물지표의 약화는 중장기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