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전해졌다. 이는 원유 재고 증가를 나타내는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2025년 12월 24일, RTTNew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는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24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및 증류유(distillate) 재고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재고 증가는 통상적으로 유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지만, 이번 상승세의 배경에는 최근의 지정학적 사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의 공식 재고 데이터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ET)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IA의 공식 수치가 API의 예비치와 차이를 보일 경우 단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선물시장 상황을 보면, 웨스트 텍사스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 2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58.58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0.20(약 0.35%) 상승했다. 브렌트(Brent) 선물은 배럴당 $62.57로 전일 대비 $0.18(약 0.29%) 상승했다.
미·베네수엘라 긴장이 유가 상승의 핵심 촉매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정권을 “외국 테러조직(foreign terrorist organization)”으로 지정하고, 불법 마약 밀거래 및 미국 내 오피오이드(opioid) 위기 조장 등을 이유로 비난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시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연안에 대한 해상 봉쇄(naval blockade)를 명령하여, “제재 대상 선박(sanctioned vessels)”의 베네수엘라 항만 출입을 차단했다.
미군은 이미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두 척의 선박을 나포했으며, 미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는 추가로 다른 선박 한 척을 억류하기 위해 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포된 선박에 실린 원유를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SPR)를 보충하기 위해 보관하거나 시장에 매도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나포된 선박 자체도 미국이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미국은 유조선의 석유를 전략 비축을 채우거나 시장에 판매할 것이다. 우리는 나포된 선박들을 보유할 것이다.”
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계속해서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Krasnodar) 지역의 타만네프테가즈(Tamanneftegaz) 유류 터미널을 타격했으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군은 월요일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인 오데사(Odesa)를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항만 시설과 한 척의 선박이 손상되었고, 에너지 인프라가 피해를 입어 지역 내 약 12만 명(약 120,000명) 가량이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 차질을 겪었다.
용어 설명(전문 독자를 위한 보충):
API는 미국의 민간 석유업계 단체로, 주간 원유·정제유 재고에 대한 비공식(예비) 집계를 제공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공식 통계 기관으로, API와는 독립적으로 공식 재고 데이터를 발표한다. WTI는 미국 내 거래되는 원유 기준 등급 중 하나이며, 브렌트는 북해산 원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적 벤치마크다. 증류유(distillate)는 난방유·디젤 등 정제유 제품을 포괄하는 용어다. 전략비축유(SPR)는 비상시를 대비해 정부가 보유하는 원유 비축을 의미한다. 타만네프테가즈는 러시아 흑해 인근의 유류 저장·운송 시설을 의미하며, 해당 시설에 대한 공격은 지역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전문적 분석):
이번 사례는 재고 지표의 수급 신호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베네수엘라 해상 봉쇄와 미군의 선박 나포 조치가 공급 우려를 자극해 프리미엄을 부과함으로써 유가 상승 압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나포된 원유가 전략비축으로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격리될 경우 즉시 가용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중기적으로는 다음 요소들이 결정적이다: EIA의 공식 재고 수치, OPEC+의 생산정책 및 증산 여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추가 확전 여부, 해상 보험(호라이즌 리스크) 및 선적 차질 유무 등이다. 만약 긴장이 지속되어 선박 운항이 제한되거나 보험료가 급등하면 원유 운송비용 상승과 함께 실물 공급 제약이 심화될 수 있다. 반대로 EIA 수치가 API와 달리 재고 감소 신호를 보이지 않거나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약화될 경우 상승세는 제한될 수 있다.
정책 및 금융시장 파급:
미국이 실제로 나포된 원유를 SPR에 흡수하거나 시장에 내다팔 경우, 이는 단기적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정치적·법적 쟁점과 국제법적 문제로 인해 실행 방식과 시점이 불확실하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선물 곡선의 기울기(콘탱고·백워데이션), 옵션 프리미엄(내재 변동성), 신용 스프레드(해운·보험 관련) 등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및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지표:
첫째, EIA의 주간 재고 보고서 및 API의 예비치 차이. 둘째, OPEC+의 다음 회동 및 감산·증산 신호. 셋째, 해상 운항 상황(특히 흑해·카리브해·대서양 루트)과 보험료 변동. 넷째,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 충돌의 지역적 확산 징후. 다섯째, 미국의 정책적 결정(예: SPR 투입 여부, 제재 강화) 등이 있다.
결론:
12월 24일 현재 국제 유가는 재고 증가라는 기초 수급 지표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세하여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유가 방향성은 공개되는 공식 재고치와 지정학적 긴장의 향방, 그리고 주요 산유국의 정책 대응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되, 중장기적 수급·정책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