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인공지능(AI) 기반 쇼핑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회사는 외부 에이전트의 접근을 차단하고 법적 대응을 불사하면서도 동시에 자체 에이전트와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는 등 공격적 방어와 선택적 동맹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12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agentic commerce(에이전틱 커머스)’ 분야 등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책임을 질 기업개발(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리더를 채용하기 위한 공고(공고 ID 3112437)를 게시했다. 이는 CEO 앤디 재시(Andy Jassy)가 AI 에이전트가 쇼핑·여행·일상 업무 등 삶의 영역에 침투할 것이라고 밝혔던 발언과 연계된 움직임이다.

올해 6월 재시는 직원들에게 AI가 상거래를 포함한 일상 영역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언급했고, 같은 해 10월 실적 발표에서는 아마존이 일부 서드파티(agent) 제공업체와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몇몇 공급자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몇 달 간 OpenAI, 구글, Perplexity,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리더들은 소비자가 직접 아마존·월마트·나이키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웹을 스캔해 최적의 상품과 가격을 찾아 결제까지 진행하는 AI 쇼핑 에이전트를 잇따라 공개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자상거래의 구매 경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다.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2030년까지 미국 소매 매출에서 $1조(1조 달러) 규모의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용어 설명 — 에이전틱 커머스와 robots.txt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는 사용자를 대신해 웹을 탐색하고 제품 비교·추천·구매까지 수행하는 대화형 AI 에이전트을 중심으로 하는 상거래 방식을 가리킨다. 이러한 에이전트는 소비자 경험을 간소화하지만, 소매업체의 트래픽·고객관계·마진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 또한 robots.txt는 웹사이트 소유자가 검색 엔진·크롤러가 어떤 페이지를 수집할 수 있는지를 지정하는 표준 텍스트 파일로, 외부 에이전트의 크롤링(데이터 수집)을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아마존은 방어 전략으로 웹사이트의 기반 코드 일부를 수정해 외부 AI 에이전트의 크롤링을 차단했고, 회사 웹사이트에 따르면 47개의 봇을 차단했으며 여기에는 주요 AI 기업들의 봇들도 포함됐다. 또한 11월에는 Perplexity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Perplexity는 자사의 에이전트가 아마존의 허락 없이 사이트를 스크랩했다고 아마존이 주장했다고 보도되었다. 반면 Perplexity는 이를 ‘불공정한 압박(bully tactic)’이라고 반박했다.
아마존은 동시에 자체 AI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공개한 쇼핑 챗봇 Rufus의 능력은 출시 이후 개선되었고, 아마존 앱 내에서 다른 사이트의 상품을 제안하거나 프라임 이용자의 지정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 구매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주 동안 Rufus가 맞춤형 쇼핑 가이드를 생성하는 기능을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마존은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 자회사인 신발 판매업체 Zappos, 패션 사이트 Shopbop, 딜·오퍼 기반 사이트 Woot의 robots.txt 파일에는 외부 에이전트를 차단하는 문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아마존이 일부 자회사를 통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ReFiBuy의 창업자 스콧 윙고(Scot Wingo)는 “Zappos는 자체 경험과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어 전사적으로 모든 통제를 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매 분석가 수차리타 코달리(Sucharita Kodali, Forrester)는 인터뷰에서 “ChatGPT 같은 에이전트와 거래가 발생하면 소매업체는 자사 사이트에서의 거래를 포기하고 다른 플랫폼의 고속도로를 이용한 대가로 수수료를 지불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OpenAI는 ChatGPT 내 결제 서비스에서 거래마다 ‘소액의 수수료’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 및 투자은행 전망도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거의 절반에 달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AI 에이전트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며, AI 기술이 미국 전자상거래 지출에 최대 $1150억(1150억 달러)을 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소비자의 소수(중간 한 자릿수 비율)만 AI를 통해 구매 여정을 시작하지만 제품 조사에 AI를 활용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약 40~5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다만 에이전트 기반 쇼핑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과제도 분명하다. OpenAI의 인스턴트 체크아웃(Instant Checkout)은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고(월마트·쇼피파이·타깃·에츠 등), 한 번에 한 건만 결제 가능하며 로열티 프로그램 연계가 제한된다. Perplexity와 같은 서비스의 구매 도구는 오류 메시지·이미지 매칭 실패 등 기술적 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ReFiBuy의 윙고는 Perplexity의 즉시구매 도구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재고가 있음에도 오류가 반복되어 구매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리더의 딜레마 — 시장 지배기업이 맞닥뜨린 선택
리테일 컨설팅업체 Tomorrow의 창립자 겸 CEO 조던 버크(Jordan Berke)는 “혁신자의 딜레마 대신 아마존은 리더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즉 시장 점유율이 크기 때문에 잃을 것이 더 많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부 에이전트와의 협업은 매출 경로를 보호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으나, 반대로 자사 플랫폼의 핵심 자산인 고객 리뷰·판매 순위 등 프로프라이어터리(독점적) 데이터가 경쟁자에게 노출될 경우 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경제적·가격 영향 전망
단기적으로는 AI 에이전트로부터 유입되는 트래픽의 전환율이 전통적 검색(구글 등)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아마존의 즉각적 매출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구매 여정 초기 단계(상품 탐색·비교)를 장악하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리테일러의 가격 결정력과 고객 직접접촉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에이전트가 다수 플랫폼을 비교해 최저가를 자동 제시하면 가격경쟁이 심화되어 마진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아마존이 에이전트와의 통제된 파트너십을 통해 API 기반 수수료나 데이터 이용권을 설정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해 마진을 보완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에이전틱 커머스 확산은 아마존의 매출 구조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 단기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으나, 아마존이 Rufus와 같은 자체 에이전트를 성공적으로 확산시키고 외부 에이전트와의 균형잡힌 협력 모델을 확립하면 플랫폼 수수료·광고·구독(프라임) 연계 수익을 통해 장기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결론
아마존은 이미 외부 에이전트의 크롤링을 차단하고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 방어에 나섰지만, 동시에 채용 공고와 제품 개선을 통해 공격적 대응과 선택적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2030년까지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아마존의 향후 전략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플랫폼 통제권·데이터 보호·새로운 수익모델 확보라는 복합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