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 경제가 3분기에도 소비지출과 기업투자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생활비 상승과 최근의 연방정부 셧다운(폐쇄)으로 인해 성장 모멘텀이 이후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2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상무부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발표는 수입 감소로 무역적자 축소가 성장에 보탬이 된 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비지출의 가속은 상당 부분이 9월 30일 만료된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구매 앞당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경제지표 공개는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되었으며, 이로 인해 데이터가 시점상 다소 구식이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번 자료가 소득 계층에 따른 K자형 경제 양상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고소득층은 주식시장 호황으로 가계자산이 늘어나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반면, 중·저소득층은 실질임금 상승이 거의 체감되지 않아 겨우 버티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원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 및 장비투자 확대를 통해 비교적 충격을 견뎌내며 경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관세와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 분기였지만 이런 흐름이 4분기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보스턴칼리지 경제학과의 브라이언 베선(Brian Bethune) 교수는 말했다. “가계 예산은 압박을 받고 있으며 평균 가구는 실질임금 상승 측면에서 간신히 물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의 경제학자 서베이에 따르면 3분기 GDP는 연율 기준 3.3%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분기 연율 3.8%보다 다소 둔화된 수치다.
상무부 산하 미국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BEA)는 3분기 기업이익의 잠정치와 소득 측면에서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총국민소득(Gross Domestic Income)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비당파 기관인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최근 셧다운이 4분기 GDP에서 1.0~2.0%포인트를 깎아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CBO는 GDP 하락분 대부분은 결국 회복되겠지만 70억~140억 달러는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소비지출 동향과 소득계층별 차별화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2분기 연율 2.5%에서 3분기에는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구매 앞당김 외에도 항공여행과 호텔 숙박 등 서비스 지출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Bank of America Institute) 보고서는 저소득층 가구가 월급을 턱없이 쪼개 쓰는 상황이며 올해에는 외식보다 식료품 비중을 늘리고 의류·항공·호텔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외식, 여행, 오락, 호텔 등에서 지출을 늘리고 있다.
가계의 부담 요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일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생활비 부담을 높인 점,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전력 수요·공공요금이 상승한 점, 그리고 일부 미국인들이 2026년에 치솟을 건강보험료를 직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물가와 연준(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인플레이션은 3분기에 가속화된 것으로 보이며,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PCE) 가격지수는 연율 2.8%로 예상된다. 이는 2분기의 2.1%에서 상승한 수치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2% 인플레이션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연준은 이번 달 정책금리를 다시 25bp(0.25%) 인하해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3.50%~3.75%로 조정했지만,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향방이 더 분명해질 때까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시사했다.
기업투자 및 무역
기업투자는 AI 관련 지적재산과 장비에 대한 지출 강세를 반영해 GDP 성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장·구조물 등 건설투자는 통상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이번 분기에는 7분기 연속 축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버나드 야로스(Bernard Yaros)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시추설비 감소가 사업 구조물 투자를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또한 무역적자가 축소된 점이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이 급격히 등락하면서 무역수지의 GDP 기여도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로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고와 정부지출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었다. 일부는 재고 증가가 소폭 기여했을 것으로, 다른 일부는 재고 보충효과가 중립적이었을 것으로 봤다.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 영향으로 2분기 연속 둔화했던 정부지출이 3분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편에서는 제기했으나, 다른 편에서는 소폭 감소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거투자(주택건설·주택판매 포함)는 세 번째 분기 연속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수입자재에 대한 관세로 인한 건축비 상승이 수요를 압박한 탓이다.
“AI 붐이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가리고 있다,”라고 BMO 캐피털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살 구아티에리(Sal Guatieri)는 말했다. “셧다운으로 인해 4분기에는 성장이 추가로 둔화하다가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용어 설명 및 해설
국내총생산(GDP) 연율 증가율은 분기별 실적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값으로, 예컨대 분기 성장률이 0.8%면 연율 환산 시 약 3.3%로 표기될 수 있다. 여기서의 3.3%는 로이터가 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중앙값(혹은 평균치) 추정치임을 의미한다.
PCE 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출하는 품목의 가격변동을 반영한 지표로,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척도 중 하나다.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의 약자로, 물가 상승률이 연율 2%를 지속적으로 웃돌면 연준은 통화정책(금리)을 긴축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K자형 경제는 경기 회복이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일부(고소득층·대기업)는 빠르게 회복하거나 호황을 누리는 반면, 다른 집단(중·저소득층·소상공인)은 침체하거나 더 악화되는 불균형 회복 양상을 일컫는 용어다.
무역적자와 관세는 수입과 수출의 차이로 나타나는 지표이며,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 물가와 기업 생산비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수입이 급변하면 무역수지의 GDP 기여도가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일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3분기 실적은 기업의 AI 투자와 고소득층의 소비에 힘입어 양호하게 나타났지만, 연말 이후 전망은 불확실하다. 우선 셧다운의 영향으로 4분기 GDP가 CBO 추정처럼 1.0~2.0%포인트 수준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경우, 기업의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고용과 소비가 동반 둔화될 위험이 있다.
또한 PCE 물가지수의 2.8% 예상치는 연준의 정책스탠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회복을 지연시키고 기업의 자본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인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나, 그 혜택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먼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불평등 심화 우려가 커지며 소비의 기초가 협소해질 경우 경제의 지속성장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연준의 신중한 금리운영, 의회의 예산정책과 관세정책 완화 여부, 그리고 셧다운 같은 정치적 부침의 재발 방지가 향후 성장 경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는 단기적 수익성(예: AI 투자 효과)과 장기적 수요 기반(가계 소득과 소비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3분기 미국 경제는 소비와 AI 관련 기업투자에 힘입어 상대적 호조를 보였으나, 생활비 부담 증가와 정부 셧다운의 충격으로 4분기에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과 관세, 에너지·전력비용, 주택금융 여건 등 다양한 외생변수가 향후 성장률과 물가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