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볼티모어 배심원단이 존슨앤드존슨(J&J)과 계열사·스핀오프에 대해 기록적인 배상 판결을 내렸다.
2025년 12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순회법원(Circuit Court for Baltimore City) 배심원단은 자사 탈크(talc) 기반 제품의 수십 년간 사용으로 인해 석면(asbestos) 노출이 발생했고 이것이 복막 중피종(peritoneal mesothelioma)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원고 체리 크래프트(Cherie Craft)에게 총 15억 달러가 넘는 배상을 명령했다.
배심원단은 존슨앤드존슨과 그 두 계열사, 그리고 스핀오프 회사인 켄뷰(Kenvue)가 원고에게 자사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보상적 손해배상금 $59.84 million과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존슨앤드존슨에게 $1 billion, 페코스 리버 탈크(Pecos River Talc·J&J의 자회사)에게 $500 million이 각각 부과된 내용을 포함한다.
“체리 크래프트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며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삶을 바쳤다. 그녀의 암은 예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평생 존슨스 베이비파우더를 매일 사용했다”고 원고 대리를 맡은 Dean Omar Branham Shirley의 파트너 제시카 딘(Jessica Dean)은 밝혔다. “J&J는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고 모든 단계에서 법정투쟁을 벌였다”.
이에 대해 존슨앤드존슨은 이번 평결을 “터무니없고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규정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J&J의 전 세계 소송 담당 부사장 에릭 하스(Erik Haas)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재판부의 중대한 오류(gross errors)”에 기인했으며 다수의 탈크 관련 소송에서 회사가 승소한 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하스 부사장은 또한 자사 탈크 제품이 안전하며 석면을 함유하지 않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어 “이 소송들은 잘못된 과학(junk science)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원고 체리 크래프트는 2024년 1월 복막 중피종 진단을 받았다고 법정 기록에 나타나 있다. 복막 중피종은 복강과 복부 장기의 내막에 발생하는 드문 암으로 주로 석면 노출과 연관된다. 완치법은 없으나 수술, 화학요법, 완화치료 등으로 증상 관리와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사건의 배경과 주요 쟁점
존슨앤드존슨은 전 세계적으로 탈크 기반 베이비파우더 판매를 2020년 미국에서 중단했고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탈크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옥수수전분(cornstarch) 기반 대체품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회사는 자사 제품으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67,000명 이상의 원고로부터 소송을 제기받은 상태이며, 회사 측은 소송 비용과 합의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별도로 충당해 왔다. 회사는 한때 파산 합의 절차를 통해 이 소송을 종결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거나 거부되는 등 합의 시도는 난항을 겪었다. 이번 메릴랜드 평결은 12월 초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이 자사 베이비파우더가 원인이라며 두 명의 여성에게 $40 million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판결 가운데 하나다.
법적 절차와 항소 전망
이 같은 대규모 배상 판결은 종종 항소과정에서 감액되거나 뒤집히는 사례가 많았다. 보도는 다수의 대형 배상액이 항소심에서 줄어들거나 취소된 전례가 있음을 지적하며, 존슨앤드존슨 또한 이번 판결을 곧장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의 일반적 관점은 재판과 배심원 평결이 회사에 단기적·심리적 타격을 주지만 항소심·상급심을 통한 판결 변경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복막 중피종과 관련 용어 설명
복막 중피종(peritoneal mesothelioma)은 복강을 둘러싼 얇은 막(복막)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이 암은 흔치 않으며 주로 석면 섬유의 흡입 또는 섭취와 연관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석면(asbestos)은 과거 건축자재 및 여러 산업재료에 널리 사용된 광물성 섬유로, 폐 또는 복강 내에 들어가 장기간 염증과 세포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탈크(talc)는 본래 광물성 분말로 미끄럼 방지와 흡수성 때문에 화장품·유아용품 등에 쓰여 왔으며, 일부 원료 채굴·처리 과정에서 석면이 혼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법적·경제적 함의 분석
이번 배심원 평결은 존슨앤드존슨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재차 부각시킨다. 몇 가지 핵심 영향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재무적 충격과 소송충당금
회사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소송 비용 및 합의용으로 적립해 왔으나 대규모 징벌적 손해배상이 확정될 경우 추가 충당금이 필요할 수 있다. 단, 항소를 통해 배상액이 감액되거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단기적 재무계획에는 변동성이 크다.
2) 시장 심리 및 주가 영향
대형 손해배상 평결은 투자자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제약·의료기기 기업의 평판 리스크는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수요에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판례에서 항소심을 통해 배상액이 감액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장기적 주가 영향은 소송 종결 시점의 판결 결과와 회사의 추가적 재무 조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3) 스핀오프·계열사에 미치는 영향
이번 평결에서 스핀오프 회사인 켄뷰(Kenvue)와 J&J 자회사인 페코스 리버 탈크가 배상책임 대상으로 지목된 점은, 기업 분할 이후에도 과거 제품 관련 책임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기업 분할·스핀오프를 계획하는 기업들에 대한 법적·거래구조상의 고려사항을 강화할 수 있다.
4) 소송전략과 합의 가능성
존슨앤드존슨이 이미 파산기반의 합의 시도를 했으나 법원에서 배척된 전례가 있는 만큼, 향후 합의 구조와 법원의 수용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다만 회사가 항소를 통해 일부 판결을 뒤집거나 배상액을 줄일 가능성도 크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합의 논의가 병행될 수 있다.
향후 절차
존슨앤드존슨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항소심 및 상급심에서의 판단과 추가적인 법적 쟁점(증거 채택, 과학적 근거의 신빙성, 징벌적 손해배상 적정성 등)이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평결이 다른 다수의 유사한 소송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각 법원의 판단 경향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본 보도는 법원 문건과 로이터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판결의 항소 결과에 따라 실제 법적·재무적 영향은 변동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