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우크라이나의 장기 외화 발행자 부도 등급(Long-Term Foreign-Currency Issuer Default Rating, IDR)을 종전의 ‘제한적 채무불이행(Restricted Default)’에서 ‘CCC’로 상향 조정했다고 2025년 12월 22일 발표했다.
2025년 12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등급 상향은 우크라이나가 외부 상업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12월 18일 발표에서 우크라이나의 미결 GDP 워런트(GDP warrants)에 대한 교환에 대해 투자자 99%가 찬성표를 던져, 완전한 교환을 위해 요구되는 75%의 문턱을 훌쩍 넘겼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피치에 따르면, 앞서 2024년 8월 완료된 주권 및 국가보증부채의 재구조화와 더불어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는 외부 상업성 국가 및 국가보증부채의 94%를 재구조화한 상태가 되었다. 이번 교환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총액 $2.6 billion(26억 달러)의 미결 GDP 워런트를 신규 C-Notes로 교환한다. 교환 비율은 1.34배로, 워런트 1,000달러당 1,340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새로 발행되는 C-Notes는 스텝업 쿠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쿠폰 금리는 초기 4.0%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여 2032년에는 7.25%에 도달한다. 원금 상환(감가상각, amortization)은 2030년부터 시작된다. 교환에 동의하지 않은 보유자에게는 자동으로 워런트 1,000달러당 $1,360의 B-Notes가 지급된다.
피치는 신규 발행된 C-Notes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가등급(‘CCC’)보다 한 노치 높은 ‘CCC+’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등급상 ‘한 단계 높은’ 평가로, 피치는 C-Notes가 향상된 신용보호(mechanism)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Notes는 약 2.1배의 loss reinstatement multiplier를 누리는 구조이며, 이는 2030년까지 최대 2.5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되었다.
유럽연합(EU) 지원과 재정적 영향
이와 별도로 2025년 12월 19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90 billion(9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지원에 합의했다. 피치는 이 금액이 우크라이나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50%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대출은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즉시 변제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며, 예컨대 러시아로부터의 배상금 수령과 같은 유리한 상황이 발생할 때만 상환 요건이 충족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피치는 이 대출이 1년 이상의 자금 수요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단기적인 부채지속가능성 리스크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치의 등급 평가에서 지속되는 리스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치는 우크라이나의 ‘CCC’ 등급이 여전히 상당한 신용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 주된 이유는 계속되는 전쟁과 이로 인한 거시경제적·재정적 충격이다.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은 관리 가능한 단기 채무 서비스 프로필, 충분한 외환보유액, 그리고 강력한 EU의 지원과 균형을 이룬다고 평가되었다.
피치는 2026~2028년 기간 동안 외부 상업 채무의 연평균 서비스(이자·원금 상환) 규모를 $0.9 billion(9억 달러)로 추정했으며, 재구조화된 유로본드의 첫 만기는 2029년까지 도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피치는 우크라이나의 장기 국내통화(IDR, Long-Term Local-Currency Issuer Default Rating)를 ‘CCC+’로 확인(affirm)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가 국내통화 표시 부채를 계속 서비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참고로 2025년 12월 현재 국내통화 표시 부채 중 비거주민 보유 비율은 약 0.8%에 불과하다.
안보 상황과 향후 전망
미국 주도의 휴전 및 협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토 문제와 안전보장 등 주요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피치는 이로 인해 단기간 내 호전된 교전 양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등급의 추가 개선은 전쟁의 종결 또는 실질적인 정치·경제적 안정화가 전제될 경우 가속될 수 있으나, 반대로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위험은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용어 설명
GDP 워런트(GDP warrants)는 국가의 경제성장이나 GDP 수준과 연동해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특정한 형태의 채무상품이다. 이번 사안에서 워런트는 기존 채무의 일부로서 보상 형태로 발행돼 왔으며, 이번 교환을 통해 C-Notes 또는 B-Notes로 전환되었다. C-Notes와 B-Notes는 재구조화 과정에서 새롭게 설계된 채권으로, C-Notes는 향후 손실흡수 구조 및 스텝업 쿠폰 등에서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강화된 보호를 제공한다. Loss reinstatement multiplier는 채무불이행 등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일정 조건 하에서 손실 흡수 능력이 복원되는 배수 개념으로, 배수가 클수록 채권의 회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시나리오
단기적으로 이번 재구조화와 EU의 대규모 대출 합의는 우크라이나의 유동성 위험을 완화하고 외화표시 채무의 단기 상환 부담을 낮췄다. 이는 국제 채권시장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유동성 프리미엄을 일부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쟁 리스크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어 실제 채권 금리 하락이나 국가신용의 추가적 개선은 군사적·정치적 안정이 동반될 때까지 제한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유효하다: 전쟁 종결 및 대규모 복구 자금 확보가 현실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재정흐름과 성장 전망이 개선되어 신용등급 상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전면적 재점화나 국제적 지원의 축소가 발생하면 등급은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EU 대출의 조건부 상환 구조(예: 러시아 배상금 수령에 따른 상환)는 실제 상환 현실화 여부에 따라 국가의 장기 디폴트 위험 평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요약적 시사점
피치의 등급 상향은 우크라이나의 채무 재구조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음을 시사하지만, 여전히 전쟁과 그에 따른 거시·재정적 불확실성이 등급의 상향 여지를 제약하고 있다. 외부 상업채무의 평균 연간 서비스 부담이 2026~2028년 약 $0.9 billion 수준이고, 최초 재구조 본드의 만기가 2029년으로 연기되어 있다는 점은 단기적 디폴트 위험 완화 요인이다. 그러나 전쟁의 향방과 국제사회의 지속적 지원 여부가 향후 신용등급과 시장 반응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보도는 인베스팅닷컴의 2025년 12월 22일 보도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